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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페이스' 감독 "진화한 송승헌, '멋져야' 짐 내려놔…그래도 못 이겨"[인터뷰]②

김보영 기자I 2024.11.15 20:39:35

"배우들은 끊임없이 진화…송승헌·조여정 또 새롭더라"
"조여정 아직 감춘 것 많아…연기 향한 태도 높이 사"

김대우 감독. (사진=스튜디오앤뉴, 쏠레어파트너스, NEW)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히든페이스’로 돌아온 김대우 감독이 전작들부터 인연을 쌓아 오랜 기간 인연을 쌓은 송승헌, 조여정과 재회한 이유와 다시 만나 발견한 두 배우의 변화와 진화 등을 털어놨다.

김대우 감독은 영화 ‘히든페이스’의 개봉을 앞두고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 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다.

‘히든페이스’는 ‘방자전’, ‘인간중독’의 김대우 감독이 10년 만에 복귀한 스크린 연출 컴백작이다. 송승헌과 조여정, 송승헌과 김대우 감독과의 재회도 10년 만이라 반가움을 자아낸다. 여기에 박지현이 김대우 감독이 선택한 새로운 얼굴로 영화에 합류해 뜨겁고 강렬한 열연을 선보였다.

김대우 감독은 조여정과는 ‘방자전’ 때 처음 인연을 맺은 뒤 ‘인간중독’, 이번 ‘히든페이스’까지 세 작품을 연달아 함께 작업했다. 송승헌과도 ‘인간중독’ 이후 ‘히든페이스’로 재회했다. 두 배우와는 작품상의 동지를 넘어 작업 외적으로도 우정을 이어가는 돈독한 관계다.

김대우 감독은 오랜 인연을 지닌 두 배우와 이번 작품에서도 호흡을 맞춘 이유, 전작들에서 만난 배우들과 또 한 번 작업하며 새로움을 추구하는 부담은 없었는지 등 질문을 받았다.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오랜 시간 공적, 사적으로 함께하며 지켜보다 보면 배우들의 ‘진화’라고 해야 할까, 그런 부분을 확실히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송승헌의 경우는 어느 순간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짐을 많이 내려놨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을 작품에서도 담고 싶었다”고 송승헌의 변화를 먼저 언급했다.

조여정에 대해선 “조여정 배우는 사실 아직까지도 감추고 있는 내면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발현하지 못한 그의 내면을 끄집어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이미 예전에 함께한 배우와 함께하는데 따르는 친숙함은 사실 없었다. 오히려 완전한 새로움에 부딪힌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이들과 겪는 갈등 구조도 새로운 성격의 갈등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배우들과 작업하는 느낌으로 임했다. 이번에도 함께하며 ‘정말 배우들은 끊임없이 진화하는구나’를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목격한 두 진화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덧붙였다. 김대우 감독은 송승헌에 대해 “그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수많은 짐, 예컨대 ‘아름다워야 해’, ‘멋져보여야 해’, ‘폼나야 해’ 이런 강박 같은 것들이 있지 않나. 어느날 만났더니 그런 짐들을 많이 내려놨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제 그런 것들을 내려놓고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더라. 내려놓은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사실 ‘인간중독’ 때도 그 어깨의 짐이 우리의 갈등의 고리였다. 그 당시의 나는 송승헌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번 영화는 함께 촬영하기 전에 ‘이번엔 승부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조여정에게 발견한 진화도 언급했다. 김 감독은 ‘인간중독’ 이후 ‘기생충’이란 작품을 만나 아카데미에 진출한 조여정을 보며 달라진 점을 느낀 게 있냐 묻자 “조여정이 그 작품으로 세계적인 배우가 된 건 맞지만, 저에게 여전히 배우라는 존재는 본질의 싸움이 중요하다”며 “그 배우가 본질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지 말이다. 그런 점에서 상을 하나도 받지 못한 배우도 위대할 수 있고, 큰 상을 받은 배우라도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감독으로서 배우를 바라보는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배우는 관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배우는 늘 자연인의 상태인 것 같다”며 “자연인 조여정이 발전한 거지, 어떤 작품을 통한 시상이 그를 발전시켰다고는 생각 안 한다. 조여정이 삶을 살고 겪으면서 또 다른 조여정이 된 것 같다. 항상 그들을 존중한다. 또 조여정의 연기에 대한 태도 역시 높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승헌과 베드신을 작업하며 다시 한 번 송승헌의 뚝심과 의지에 놀라고 수긍한 일화도 털어놨다. 김 감독은 ‘히든페이스’ 촬영 당시 송승헌에게 지휘자인 ‘성진’의 설정을 감안해 근육질이 아닌 몸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었다고. 배가 살짝 나와도 괜찮으니 근육이 있는 것보단 살짝은 마르고 슬림한 몸인 편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비쳤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송승헌은 처음으로 절식을 통한 다이어트에 도전하며 3주간 견과류와 물만 먹었다고 밝히기도.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승헌은 제가 못 이깁니다”란 너스레로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처음엔 왜 저렇게까지 (외형 등 자기관리에) 철저한가 생각했었다. 그런데 촬영 후 편집을 하다 송승헌의 목욕신을 봤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저기서 몸에 배가 나오고 군살이 더덕더덕 있었다면 그것도 참 곤란했겠다’는 생각이 들며 그의 결정에 수긍이 가더라. 이래서 그런거구나 싶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의외로 노출 장면을 작업할 때 자신은 배우 신체의 상태에서의 절대적 미를 추구하는 타입이 아니다. 뜻이 마주친다고 표현해야 할까. 어떠한 아름다운 순간이 마주치길 원하지 아름다운 신체가 샤랄라 펼쳐지는 것을 기대해 강요하는 타입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히든페이스’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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