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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연애를 잘 못하는 남자들은 대부분 단순하다. 여자가 무슨 말을 하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많은 여자들이 다르다. 생각과 말이 따로따로다. 상대에게 자신의 속내를 어느 정도는 감추고 싶은 마음도 있고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또는 한번 떠보기 위해 속에 없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17일 개봉한 영화 ‘걸프렌즈’(감독 강석범, 제작 영화사 아람)는 연애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서른살을 앞둔 송이(강혜정 분)는 회식이 끝난 뒤 같은 회사 유진호(배수빈 분) 과장과 단 둘이 맥주를 마시러 갔다가 키스를 하게 된다.
곧 이어 송이의 심리게임이 펼쳐진다. 며칠 후 진호와 커피숍에서 마주한 송이는 “잠은 잘 잤느냐”는 물음에 ‘밤 샜거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입으로는 “네”라고 내뱉는다. 진호가 “어제 뭐했어요?”라고 하자 생각으로는 ‘니 생각’이라면서도 겉으로는 “뭐 그냥 뭐”라고 얼버무린다.
또 “그런데 우리 오늘 왜 만났어요?”라는 물음에 뜸을 들이는 진호의 입술 보면서 ‘한번 하고 쫑낼 줄 알았으면 좀 길게 할 걸’이라고 생각하다 “송이씨 감정이 어떤지 알고 싶어서요”라는 진호의 말에 무심코 “뭐 그냥 술김에…”라고 내뱉다가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둘의 연애는 시작된다.
영화는 곳곳에서 이 같은 송이의 생각과 말, 행동을 대비시켜 보여주며 여자를 이해시킨다. 그렇다고 단순히 진호와 송이만의 사랑을 이야기한다면 너무 뻔할 수 있다. 하지만 ‘걸프렌즈’는 한 남자를 사랑하는 세 여자가 친구가 돼 가는 과정이라는 설정을 통해 아주 다른 이야기를 한다.
곧 송이 주변에는 진호를 사랑한다는 두명의 여자, 진(한채영 분)과 보라(허이재 분)가 나타난다. 진은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파티플래너로 진호뿐 아니라 다른 남자도 사랑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사랑이 넘치는 박애주의자’라고 주장하고, 보라는 20대 초반의 ‘애송이’이지만 “남녀 사이 만나는 게 다 그렇고 그렇죠”라며 송이를 열불나게 만든다.
그러면서 진호를 사수하기 위해 송이가 과감한 작전에 나서면서 재미는 한층 풍성해진다. 여자들의 입에서 거침없이 나오는 ‘18금 급’ 대사와 상황들 역시 웃음을 선사하며 여자의 또 다른 면모를 이해시키는 요소다.
여기에 송이의 친구인 현주(조은지 분)의 연애, 그 첫 상대로 양다리를 걸치는 황현희, 현주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손정민, 손호영, 오달수 등 카메오 출연한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더해진다.
남자친구가 속마음을 몰라줘 답답해하는 여자라면 ‘걸프렌즈’는 데이트 무비로 더없이 적합하다. 여자친구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대로 해줬는데도 번번이 연애에 실패하는 남자라면 혼자서라도 봐야 할 영화다. 물론 남자친구 없이 여자들끼리 웃고 즐기기에도 괜찮은 영화다.
러닝타임 115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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