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부장판사 임해지)는 고 김기영 감독의 차남인 김동양 씨 등 유족 3명이 ‘거미집’의 제작사 앤솔로지스튜디오 등을 상대로 제기한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 조정 기일을 진행했다.
양측은 이날 극적으로 합의를 이뤘다. 앤솔로지스튜디오 측은 “이날 오전 조정과정에서 대화를 통해 양측이 원만히 합의에 도달했다”며 “‘거미집’은 9월 27일 정상 개봉한다”고 전했다. 다만 비밀유지조약이 있어 구체적인 합의 과정 및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부장판사 임해지)는 지난 13일 유족들이 ‘거미집’의 제작사 등 4명을 상대로 제기한 영화상영금지 가처분 소송 첫 번째 심문 기일을 진행했다.
유족들은 송강호가 극 중 ‘거미집’에 연기한 캐릭터 ‘김감독’이 고인 김기영 감독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이를 부정적으로 묘사해 인격권과 초상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당시 법정에서 “김지운 감독이 과거 인터뷰에서 고 김기영 감독을 모티브로 했다고 답한 바 있다”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분에 ‘거미집’이 초청됐을 때만 해도 배역 이름이 지금의 ‘김 감독’이 아니라 ‘김기열’로 제작됐고 이름은 물론 안경을 낀 채 파이프를 물고 있는 외양까지도 故 김기영 감독을 연상케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앤솔로지 스튜디오 측은 14일 공식입장을 통해 “김기영 감독님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영화인으로서 유가족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거미집’에 묘사된 주인공은 시대를 막론하고 감독 혹은 창작자라면 누구나 가질 모습을 투영한 허구의 캐릭터”라고 일축했다.
또 “인터뷰에서 김기영 감독님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 아니라고 밝혀왔고 홍보에 사용한 적도 없다”고 강조하며 “우선 유가족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집중하고, 앞으로 진행되는 홍보 마케팅 과정에서도 오인의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배우 송강호는 양측의 합의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이날 오전 ‘거미집’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빚어진 양측의 오해가 잘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송강호는 “(고인을)모방한 게 아니다”라며 “이 작품은 70년대 한국 영화 현장에 대한 전체적 오마주다. 김기영 감독님뿐 아니라 수많은 거장 감독들의 작업 형태, 현장, 당시 걸작들의 모든 것에 대한 오마주”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말씀드릴 부분은 아니지만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한다. 애초부터 특정한 누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만큼 오해는 안 하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한편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양측의 합의에 따라 당초 개봉이 예정된 오는 27일 추석연휴 전날에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