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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년 만의 첫 우승 텍사스, 38년 우승恨 푼 한신...29년 기다린 LG는?

이석무 기자I 2023.11.07 16:15:35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한풀이에 나서는 LG트윈스 오지환(왼쪽), 임찬규(가운데), 염경엽 감독, 사진=연합뉴스
[잠실=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23년 한·미·일 가을야구는 ‘한풀이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랫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팀들이 기나긴 기다림을 뚫고 잇따라 정상에 올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찬호, 추신수, 양현종이 활약한 팀으로 국내팬들에게도 친숙한 텍사스 레인저스는 1961년부터 메이저리그에 뛰어들었지만 지난해까지 한 번도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월드시리즈(WS)에 두 차례 오르긴 했지만 모두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더니 WS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4승 1패로 누르고 감격의 첫 우승을 달성했다. 창단 후 무려 62년을 기다린 끝에 차지한 우승트로피였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신타이거즈는 일본의 대도시 오사카를 대표하는 명문 팀이다. 도쿄를 대표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라이벌로도 잘 알려져있다. 하지만 과거 우승을 밥먹듯이 했던 요미우리와 달리 한신은 1935년에 창단했음에도 일본시리즈(JS) 우승은 1985년 단 한 번 뿐이었다.

그랬던 한신이 올해 38년 만에 감격을 맛봤다. JS에서 오릭스 버펄로스를 4승 3패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신팬들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사카의 랜드마크인 도톤보리로 몰려갔다. 몇몇 열성팬들은 경찰의 제지를 뚫고 만세를 부르며 강으로 몸을 던지기도 했다.

텍사스와 한신이 우승을 차지하자 자연스럽게 시선은 LG에게 쏠린다. LG는 1994년 두 번째 한국시리즈(KS)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KS에서 우승한 지 2번째로 오래된 팀이다. 그 사이 1997, 1998, 2002년 세 차례 KS에 진출했지만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그나마 KS에 오른 것도 2002년 이후 21년 만이다.

KS를 앞둔 LG 선수단 분위기는 간절함을 넘어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S 미디어데이에서 “선수들이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승에 대한 열망과 간절함을 강력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LG 선수들도 텍사스, 한신이 오랜 우승의 한을 푼 사실을 알고 있다. 주장 오지환은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나. (텍사스, 한신이) 간절하다 보니 (분위기가) 다 그 팀 쪽으로 기운 것 같다”며 “우리도 정말 간절하다. 그러니 우리에게도 꼭 (우승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토종 에이스 임찬규 역시 “모두 우승을 염원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제 우리 차례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전지훈련 때부터 우리는 단 하나만 생각해왔고 단 한 번도 우리 자신을 의심하지 않은 만큼 29년 만에 대업도 꼭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LG 구단도 KS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1994년 우승 직후 다음 우승 축하주로 준비했다가 금고 속에서 나오지 못하는 일본 오키나와의 아와모리 소주를 이미 공수해온 알려졌다. 역시 구본무 회장이 마련했던 롤렉스 시계 역시 수리와 청소를 마친 상태다.

LG 팬들의 기대는 하늘을 찌른다. 사방에서 KS 티켓을 구하기 위한 경쟁이 거의 전쟁 수준이다. LG 구단은 물론 모기업 직원들 조차 쏟아지는 티켓 청탁에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7일 오후 6시 30분부터 열리는 KS 1차전은 경기 시작 5시간 전인 오후 1시 30분에 일찌감치 매진됐다.

과연 LG가 텍사스-한신-LG로 이어진 ‘한풀이 가을야구’ 스토리를 완성할지 야구팬들 관심이 잠실벌로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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