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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상을 통해 ‘오징어 게임’과 이정재가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에미상으로 향하는 레이스도 보다 평탄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이번 SAG를 비롯해 고섬어워즈, 골든글로브 등 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이 이뤄낸 다양한 수상 기록이 향후 열릴 미국제작자조합상(PGA)이나 방송 부문 최고 권위 시상식인 에미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 SAG 3관왕 승전보…예상 깬 주연상 쾌거
‘오징어 게임’은 28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SAG 시상식에서 ‘TV 코미디/드라마 시리즈 스턴트 앙상블상‘과 남우주연상(이정재), 여우주연상(정호연)을 수상했다. 비영어권 영화가 미국배우조합상 후보에 오른 것은 한국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과 ‘미나리’(감독 정이삭), ‘슬럼독 밀리어네어’ 등 전례가 꽤 있다. 그러나 비영어권 드라마가 이 시상식의 수상 후보에 지명돼 수상까지 성공한 것은 ’오징어 게임‘이 처음이다.
’오징어 게임‘은 수상에 성공한 남녀주연상과 스턴트앙상블상을 비롯해 드라마 시리즈 부문 앙상블상 등 총 4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석세션’(HBO)에 밀려 앙상블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사실 ‘오징어 게임’은 앞서 열린 또 다른 현지 시상식 고섬 어워즈에서 최고 부문인 ‘획기적 TV 시리즈상’을 수상했다. 지난 1월 9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TV 시리즈상과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오영수)에 노미네이트 된 바 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남우조연상만 수상했다. 이처럼 ‘오징어 게임’이 이미 다른 시상식에서 TV 시리즈상 부문 후보에 여러 차례 지명됐고, 수상에 성공한 적이 있던 만큼 업계에선 SAG에서도 앙상블상을 수상할 것으로 기대했다. 남우조연상을 제외하고 배우 수상은 늘 고배를 마셨기에 주연상 수상을 기대하는 예측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은 뒤집혔다. 이정재(성기훈 역)가 고섬어워즈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경합에서 늘 이기지 못했던 제레미 스트롱(HBO ‘석세션’)을 이번 SAG에서 처음 꺾고 올라섰다. 데뷔작인 ‘오징어 게임’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정호연(새벽 역)은 할리우드 톱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을 제치고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시상식 사전 발표에선 ‘코브라 카이’ ‘더 팔콘 앤드 더 윈터 솔저’ ‘로키’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등 쟁쟁한 경쟁작들 때문에 기대가 크지 않던 스턴트 부문 앙상블상을 수상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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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예상을 뒤집은 수상 결과에 업계의 반응은 뜨겁다. 이정재의 소속사인 아티스트컴퍼니 관계자는 이데일리에 “수상소감을 준비해가기는 했으나 상을 받을 것이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이정재 배우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TV를 보며 소리를 지르고 환호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정호연의 소속사인 사람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는 “후보 지명만으로도 영광인데, 수상까지 이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거 같다”며 “한국의 배우가 한국의 콘텐츠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글로벌 영향력을 다시 한번 증명해낸 정호연이 앞으로 사람엔터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제작자 및 평단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한국 배우들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가 분명히 올라갔다는 방증”이라며 “미국 내 연기자들이 뽑은 시상식이기 때문에 현지 배우들이 한국 배우에게 느끼는 호감도가 높고, 거리감도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기존에는 일본, 중국의 배우들이 주된 아시아권 배우들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면, K콘텐츠의 약진으로 이젠 한국 배우들이 세계 무대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기생충’, ‘미나리’ 등 한국의 영화와 영화배우가 앞서 개척한 성과들 덕분에 자연스레 이어지는 흐름이라고도 강조했다. 실제로 이정재는 최근 정호연에 이어 미국의 3대 에이전시 중 하나인 CAA와 계약을 체결해 본격 글로벌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CAA는 배우 브래드 피트와 가수 비욘세, 저스틴 비버 등 톱스타가 대거 소속돼 있다.
정 평론가는 다만 “앙상블상을 받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며 “앙상블상은 혼자의 활약이 아닌 작품에 참여한 모두의 활약, 시너지를 인정해주는 상이라는 점에서 갖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라는 아쉬움도 덧붙였다.
영화 ‘기생충’을 제작한 곽신애 바른손이엔에이 대표는 이데일리에 “SAG가 현역 배우로 이뤄진 회원들이 투표로 직접 수상작품을 선정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징어 게임’이 정말 대단한 성과를 이룬 것”이라고 평했다. 익숙한 언어권, 국가의 배우들이 출연하지 않는 한국 작품이지만, 그만큼 작품 자체가 큰 파급력과 호감을 줬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상은 작품상보다 상대적으로 더 어려울 수 있다”며 “작품성을 떠나 배우 개인이 맡은 배역이 작품에서 얼마나 큰 비중의 활약과 극적 효과를 가져다줬는지가 주된 기준이 되기 때문”이라고도 부연했다. ‘기생충’은 모든 배역이 지닌 영향력과 출연 비중이 비슷비슷했다면, ‘오징어 게임’에선 성기훈, 새벽 등 주요 인물의 개성 및 활약이 특히 눈에 띄었던 점도 수상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SAG는 세계 최대 배우 노조인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으로, 미국 작가조합(WAG), 미국감독조합(DGA), 전미영화제작자조합(PGA)과 함께 미국 4대 영화 조합상으로 손꼽히는 시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