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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태국 촌부리 시암 골프장의 파타야 올드 코스(파72·6469야드)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 마지막 날. 박인비는 역전 우승을 목표로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섰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표를 마음에 품고 그립을 고쳐잡았다. 바로 올해 82세가 된 할아버지에게 우승컵을 바치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경기는 녹록지 않았다. 전반에 4타를 줄이며 우승권에 근접했지만 후반 12번홀부터는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14번홀에서는 뼈 아픈 보기 실수도 저질렀다. 마지막 18번홀을 다 마친 후 리더보드를 쳐다본 박인비는 선두와 2타차로 벌어진 것을 알고 크게 실망했다. 우승을 놓친 것보다 할아버지에게 바칠 선물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그러나 이변이 생겼다. 락카에서 짐을 챙기던 박인비는 경기위원으로부터 “연장전을 갈 수도 있으니 잠시 기다려라”는 말을 듣고 TV 모니터를 쳐다봤다. 2타차 선두로 우승 9부 능선을 넘었던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이 18번홀 페어웨이 벙커에서 벌타를 받고 벙커 샷을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 주타누간은 LPGA 투어 첫 우승이라는 중압감을 넘지 못하고 트리플보기로 무너졌고, 박인비는 72홀 승부의 주인공이 됐다.
행운의 우승으로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 박인비는 “가족 모두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우승해 기쁘다. 특히 연로하신 할아버지의 소원을 이뤄드렸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우승이 됐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나의 우승 모습을 현장에서 꼭 보고 싶어하셨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우승을 놓친 주타나간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했다. 박인비는 “주타나간은 어린 나이에도 나흘 내내 굉장히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그는 태국의 희망이다. 이번 경험이 좋은 약이 됐을 것이다. 앞으로 자주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미국 무대 첫 승을 따낸 박인비는 지난해 에비앙 마스터스와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2승을 보태 이번 대회까지 총 4승을 수확했다.
첫 우승으로 기분 좋게 시즌 문을 연 박인비는 28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 출전해 2주 연속 정상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