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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우승의 특별한 의미 "할아버지 소원 풀어드렸다"

김인오 기자I 2013.02.24 22:02:23
박인비가 24일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한 후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AP/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김인오 기자] “할아버지 앞에서 우승해 너무 기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출전 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낸 박인비(25)가 특별한 우승 소감을 밝혔다.

24일 태국 촌부리 시암 골프장의 파타야 올드 코스(파72·6469야드)에서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 마지막 날. 박인비는 역전 우승을 목표로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섰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표를 마음에 품고 그립을 고쳐잡았다. 바로 올해 82세가 된 할아버지에게 우승컵을 바치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경기는 녹록지 않았다. 전반에 4타를 줄이며 우승권에 근접했지만 후반 12번홀부터는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14번홀에서는 뼈 아픈 보기 실수도 저질렀다. 마지막 18번홀을 다 마친 후 리더보드를 쳐다본 박인비는 선두와 2타차로 벌어진 것을 알고 크게 실망했다. 우승을 놓친 것보다 할아버지에게 바칠 선물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그러나 이변이 생겼다. 락카에서 짐을 챙기던 박인비는 경기위원으로부터 “연장전을 갈 수도 있으니 잠시 기다려라”는 말을 듣고 TV 모니터를 쳐다봤다. 2타차 선두로 우승 9부 능선을 넘었던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이 18번홀 페어웨이 벙커에서 벌타를 받고 벙커 샷을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 주타누간은 LPGA 투어 첫 우승이라는 중압감을 넘지 못하고 트리플보기로 무너졌고, 박인비는 72홀 승부의 주인공이 됐다.

행운의 우승으로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 박인비는 “가족 모두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우승해 기쁘다. 특히 연로하신 할아버지의 소원을 이뤄드렸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우승이 됐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나의 우승 모습을 현장에서 꼭 보고 싶어하셨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우승을 놓친 주타나간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했다. 박인비는 “주타나간은 어린 나이에도 나흘 내내 굉장히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그는 태국의 희망이다. 이번 경험이 좋은 약이 됐을 것이다. 앞으로 자주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미국 무대 첫 승을 따낸 박인비는 지난해 에비앙 마스터스와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2승을 보태 이번 대회까지 총 4승을 수확했다.

첫 우승으로 기분 좋게 시즌 문을 연 박인비는 28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 출전해 2주 연속 정상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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