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심은경이 영화 ‘더 킬러스’(감독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 개봉을 앞두고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 킬러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살인자들’(더 킬러스)를 대한민국 대표 감독 4인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탄생시켜 4편의 살인극으로 한 작품에 담은 시네마 앤솔로지다. ‘최악의 하루’, ‘조제’ 김종관 감독, ‘연애의 온도’, ‘특종: 량첸살인기’ 노덕 감독, ‘리바운드’, ‘오픈 더 도어’ 장항준 감독,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 Duelist’ 이명세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써니’, ‘수상한 그녀’, ‘머니게임’ 등 영화와 드라마를 연이어 히트시키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 심은경의 만남으로 더욱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심은경이 옴니버스 영화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심은경은 김종관 감독의 에피소드 ‘변신’부터 노덕 감독의 ‘업자들’, 장항준 감독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이명세 감독의 ‘무성영화’까지 4인 감독의 에피소드에 모두 등장한다. ‘더 킬러스’는 사실 총 6편인데, 영화엔 네 편만 반영됐지만 추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공개될 나머지 두 편에도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은경은 “취지도 너무 좋고. 또 옴니버스 영화를 해본 적이 없어서 좋은 기회고 경험이 되겠다, 평소에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던 감독님들의 집합소라서 놓치지 않고 해보고 싶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히며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에피소드별로 역할을 바꿔가며 촬영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힘들지 않겠냐 했지만 부담감이 없었다. 평소 도전해보고 싶던 장르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현장이었기 때문”이라고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전까지는 제가 작품이 나오면 ‘촬영하며 어려웠고 고비를 한 순간 넘겼다’는 소릴 자주 한 것 같은데, 이번 촬영은 달랐다. 연기는 늘 어렵지만 그 어려움을 감독님들과 같이 만들어나가며 이겨나간다는 마음, 생각이 더 컸다. 나 혼자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같이 이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찍는 법을 배운 것 같다”고 작품에 애착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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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주은이 피를 마시는 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생긴 비하인드 일화도 전했다. 심은경은 “색소랑 물엿으로 만든 가짜 피인데, 감독님이 그 장면 테이크를 많이 가셨다. 제가 한 번은 (피를) 마시다가 사레가 들려 뱉은 적이 있다. 그것 때문에 촬영이 종료가 된 일도 있었다”라며 “어차피 끝날 시간도 됐고 뱉어낸 가짜 피가 옷에 묻어 번지기도 했고, 그랬던 일이 생각이 난다”고 회상했다.
뱀파이어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한 이유도 밝혔다. 심은경은 “굉장히 퇴폐적이고 좀 위험한 역할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다. 그런 역할이 에피소드 속 뱀파이어 ‘주은’의 성격과도 맞는 것 같아 더 욕심을 많이 냈다”고 털어놨다.
다른 감독들의 에피소드에 출연하며 배우고 느낀 점들도 덧붙였다. 심은경은 “‘업자들’ 에피소드 역시 저로서는 ‘소민’ 역할이 기존에 했던 연기에 새로움까지 얹어져 있던 캐릭터라 쉽진 않았다”며 “그 짧은 시간 안에 하나의 캐릭터로서 수많은 연기의 배리에이션(변주)을 거치는 경우가 많이 없었기도 했다. 지쳐서 일터에서 퇴근하다 납치범들에게 끌려가고, ‘살려주세요’ 발버둥 치다가 엄마한테 전화하며 눈물 흘리고, 그러다 광기에 가까운 감정까지 치닫는, 그런 감정의 증폭이 대본을 읽으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되돌아봤다.
특히 ‘업자들’은 환경적으로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도전해볼 만한 역할이었기에 처음엔 룰루랄라하는 마음으로 즐거워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감이 밀려오더라”며 “나중엔 노덕 감독님께 사소한 것까지 문자 보내며 ‘감독님 이렇게 저렇게 해도 될까요, 어미를 바꾸면 어떨까요’ 수시로 물어봤다. 특히 날씨가 너무 더웠어서 더위를 이겨냈는 것도 챌린지(도전)였다”고 떠올렸다.
반면 장항준 감독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에선 짧고 강렬히 등장하는 심은경은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에선 짧게 나왔지만, 그렇게 생각을 했다. 평행세계 어딘가에서 살고 있는 ‘수상한 그녀’의 오드리란 생각으로 연기했다. 그런 식으로 작품에서 모습이 나가는 것도 제 연기 경력상 처음이었다. 정말 새로웠다”며 “장항준 감독님 작품에서 제일 편하게 촬영했다. 감독님 디렉션도 전화 연결로 받았는데, 디렉션이라기보다는 ‘잘 부탁한다는’ 말씀 한 마디 해주셨다. 간단한 촬영이라 가장 쾌적한 환경에서 촬영했던 것 같다”는 너스레로 웃음을 안겼다.
다만 “대본 자체를 처음부터 이해하긴 쉽지 않았고 지금도 100% 영화를 이해했다고 볼 순 없지만, 철저한 리허설이 이 영화에 가장 큰 공헌을 해줬다고 생각한다”며 “감독님이 이 영화는 꼭 리허설이 필요하다 강조를 하셔서 일주일간 자신을 비롯한 모든 배우가 리허설에 함께했다. 그렇게 매일 대본 리딩하고 동선을 맞추며 연습을 하는 게 작품에 굉장히 중요하단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연기했지만 내가 간과한 부분이 있었구나 깨달았다”며 “반복적으로 연습하니 어느 순간 그 모든 게 자연스러운 내 것이 되더라. 연기라는 게 그렇게 연습을 통해 디벨롭(발전)해나가는 과정이구나 느끼게 됐다. 작품을 대하는 방식이 ‘무성영화’를 통해 달라졌고, ‘더 킬러스’란 프로젝트 전반을 통해 연기와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에 전환이 생겼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더 킬러스’는 오는 10월 2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