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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살린 숨은 공신 "그게 너일 줄 몰랐어!"

김은구 기자I 2015.08.03 08:18:32
에이핑크 정은지(왼쪽)와 비투비 육성재(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예상 밖 멤버의 활약이 아이돌 그룹들의 생존경쟁에 하나의 해법이 되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데뷔 후 수년간 제대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아이돌 그룹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것도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노래, 퍼포먼스 등에서 실력을 충분히 갖췄어도 소위 뜨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게 현재 가요계다.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킨 기획사 입장에서는 그룹 전체가 먼저 인기를 끌고 이후 멤버들 각자가 조명받는 게 일을 풀기 수월했다. 세상만사 뜻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은 법.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생존을 위한 경쟁을 치르고 있지만 후발주자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 상황에서 특정 멤버가 급부상하며 소속 그룹을 살리는 구세주 역할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비투비 육성재가 대표적이다. 육성재는 지난 4~6월 방송된 KBS2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에 남자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출연하고 MBC 가상 결혼 버라이어티 ‘우리 결혼했어요’에 레드벨벳 조이와 새 커플로 투입됐다. 5월에는 MBC 노래 경연 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출연해 가수로서 빼어난 가창력까지 인정받으며 주목도를 높였다. 2012년 데뷔한 비투비가 지난달 말 발매한 새 앨범 ‘컴플리트’의 타이틀곡 ‘괜찮아요’로 데뷔 후 첫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데 육성재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다수의 멤버들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은 애초 기획을 할 때 각각의 특성을 감안 해 멤버들을 결정한다. 노래를 이끌어갈 가창력이 뛰어난 멤버, 퍼포먼스의 중심이 돼 줄 멤버, 넘치는 ‘끼’로 연기 또는 예능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멤버 등을 적절히 섞는다.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하는 게 주목적인 아이돌그룹에 보컬과 랩 담당 외에 멤버들이 퍼포먼스, 비주얼, 유머 등의 담당을 자처하는 이유다.

애초 소속사에서 의도했던 대로 멤버들이 각각 활약을 펼친다면 그저 기대에 부응한 것일 뿐이다. 예상을 못했던 시기, 분야에서 갑작스러운 활약으로 팀을 살린다면 소속사에 그 보다 더한 복덩이는 없을 게다.

에이핑크의 메인보컬 정은지는 노래 실력 하나로 멤버들 중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다. 노래를 잘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소속사에서 만족할 만했는데 엉뚱하게도 연기로 먼저 ‘대박’을 냈다. 2012년 방송돼 인기를 끈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당당히 여자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부산 사투리 덕분에 캐스팅이 됐는데 연기력을 인정받으면서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거쳐 KBS2 ‘트로트의 연인’에서도 주인공을 꿰찼다. 에이핑크가 2013년 발표한 ‘노노노’부터 본격적인 상승곡선을 그린 점을 생각하면 정은지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제국의 아이들에서 연기돌로 빼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 임시완과 박형식도 효자다. 아이돌 그룹은 아니지만 힙합듀오 언터쳐블의 슬리피도 활약이 눈부시다. 슬리피는 MBC ‘라디오 스타’를 비롯한 토크쇼에서 코믹한 입담을 뽐내더니 같은 방송사 ‘일밤’의 ‘진짜 사나이’ 코너에서는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근성을 선보이며 ‘슬좀비’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그 사이 시크릿 송지은과 함께 발표한 ‘쿨밤’으로 음원 강자로 발돋움했다.

아이돌 그룹에서 특정 멤버가 먼저 인기를 끄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기획사들도 있다. 해당 멤버가 우월감을 갖게 되고 자신의 입장을 먼저 내세운다면 그룹 활동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크게는 소속 그룹의 존속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팬덤의 집중력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이후 그룹 전체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때 먼저 형성된 특정 멤버의 개인 팬덤과 그룹 팬덤이 충돌한 사례도 있었다.

최유정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그룹이 먼저 대중에게 인정을 받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좀처럼 입지를 다지지 못한다면 특정 멤버가 인기를 끌어주는 것도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다만 멤버들, 팬덤 사이에서 어긋남이 없도록 신경 써야하는 소속사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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