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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지연된 정의’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이 이같은 작품의 의미보다는 출연자 이슈로 얼룩진채 우여곡절 끝에 종영했다. 담고자 했던 의미가 크기에 이를 가려버린 출연자의 논란이 더욱 아쉽게 남는다.
지난 23일 종영한 SBS ‘날아라 개천용’은 억울한 누명을 쓴 사법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대변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지연된 정의’를 원작으로 했다.
‘지연된 정의’는 박준영 변호사와 박상규 기자의 재심 프로젝트를 담았다.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살인강도 사건, 부친살해 김신애 무기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억울한 피해자의 목소리를 세상에 대변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 화제가 됐다.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들의 공권력과 법이 어떻게 다루어왔는지를 담은 ‘지연된 정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그 의미가 크다.
이를 원작으로 한 만큼 ‘날아라 개천용’의 포부도 컸다.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곽정환 PD는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건 ‘좋은 드라마가 어떤 걸까’, ‘가치 있는 드라마가 어떤 걸까’, ‘어떻게 하면 연출이라는 일이 의미가 있을까’다”라며 “‘날아라 개천용’이야말로 시청자분들께 좋은 이야기, 따뜻한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감동이 줄 수 있는 의미있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고 드라마의 의미를 짚었다.
그러면서도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면서 또 재밌게 만들어서 즐길 수 있게 해야하는 거 아닐까. 의미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매일 매일 고민을 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곽정환 PD의 이같은 고민처럼 ‘날아라 개천용’은 첫방송부터 코믹과 정극을 줄타기하며 극의 색깔을 구축했다. 다수 작품으로 쌓아온 권상우, 배성우의 코믹 연기가 더해져 의미가 있지만 마냥 무겁지 않은, 유쾌한 법정 코미디가 그려졌다.
첫화는 5.2%로, 전작 ‘앨리스’(6.1%)의 첫방 시청률 보다는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2화 시청률은 6.7%로 상승했고 이후 시청률은 5~6%를 오가며 꾸준히 마니아층을 구축했다. 특히 배성우의 논란이 알려지기 전에는 3회 연속 6%대를 기록하며 상승의 여지를 보였다.
그러나 12월 10일 배성우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며 위기가 찾아왔다. ‘정의’를 담은 드라마의 주연 배우가 면허 취소 수치의 음주운전을 했다는 것은 작품에도 큰 타격을 줬다. 드라마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을 뿐더러, 배우의 논란 때문에 집중도도 하락했다.
결국 배성우의 하차가 결정됐으나, 미리 찍어둔 분량은 편집 없이 방송이 됐고 그 이후는 같은 소속사 이사인 정우성이 맡아 이어가기로 했다. 배성우의 논란이 알려지고 그의 분량이 나오자 시청률은 꾸준히 하락했다. 12월 12일 방송된 12회는 최저 시청률인 5%를 기록했으며, 지난 1월 2일 14회에서는 4.6%로 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우성이 투입된 17회부터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큰 효과를 내진 못했다. 특히 정우성의 투입이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은 네티즌들에겐 드라마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정우성의 출연이 흥미로운 이슈가 됐지만, 드라마를 시청해온 애청자들에게는 그의 캐릭터 해석이 아쉽게 다가왔다.
결국 출연자의 논란은 드라마에서 말하고자 하는 ‘정의’를 가려버렸다. 박태용(권상우 분), 박삼수(정우성 분)가 강철우(김응수 분)의 비리를 알리며 세상에 변화를 일으켰고 새로운 재심 사건으로 다시 한번 손을 잡았지만, 이같은 정의구현 보다는 출연자에 초점이 맞춰졌다.
‘재심’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박상규 기자가 직접 대본을 맡은 만큼 ‘날아라 개천용’에 대한 기대는 컸다. 여타 드라마와 다른, 더 사실적이고 핵심을 짚는 드라마가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실제 ‘날아라 개천용’은 기대에 맞게 성장 중이었다. 극의 소재와 대본은 물론, 배우들의 연기와 곽정환 PD의 연출 내공이 더해져 입소문을 탔다.
그러나 출연자 논란으로 한순간에 형편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배우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날아라 개천용’. 출연자 이슈로 묻혀버린 드라마의 가치가 아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