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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8월 27일 독일에서 태어나 올해 나이 만 67세가 된 랑거는 1982년 처음으로 마스터스에 출전해 1985년 정상에 올라 평생 출전권을 받았다. 1993년에서 두 번째 그린재킷을 입었고 그 뒤 2011년과 2024년을 제외하고 마스터스 무대에 올랐다. 올해로 제89회 대회를 치르는 마스터스에서 41번째 출전한 랑거가 곧 마스터스의 역사인 셈이다.
긴 여정을 끝내는 랑거는 먼저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했던 일화부터 꺼냈다.
랑거는 “골프의 불모지에 800명의 인구가 사는 마을에서 태어난 젊은이가 유럽이나 외국 선수가 초청받아 대회에 나가는 게 어려웠던 시절에 마스터스에 초청받아 출전하는 것은 놀라운 여정이었다”며 “그리고 세 번째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꿈이 실현된 것이나 다름없이 대단한 일이었다”고 마스터스와 함께 했던 시간을 추억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매그놀리아 레인(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입구)을 따라 운전하면서 이곳을 보는 순간 제 눈이 번쩍 뜨였고 이렇게 잘 관리된 골프코스나 이렇게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토너먼트는 본적이 없었다”며 “더욱 놀라운 것은 선수와 우승자, 후원자 등 모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어떻게 진화하고 발전해 왔는지 이 공간만 둘러봐도 알 수 있을 거 같다. 정말 놀랍다”라고 마스터스와 함께 했던 시간을 돌아봤다.
랑거는 지난해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아 선수 생명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작년에 은퇴를 결심했다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면서 1년 미뤄 올해 작별을 고했다.
그는 “선수로서 그만둘 때가 됐다는 걸 알았다. 더는 경쟁력이 없다”며 “저는 7100야드 수준의 코스에서 경기하는 데 익숙하고 그곳에서는 경쟁할 수 있다. 그러나 (오거스타처럼) 7500야드 이상의 코스에서 경기하는 것은 어렵다. 어제 걸으면서 18홀 라운드를 했는데 끝낸 것에 매우 기뻤다 ”고 세월을 거스르지 못했다.
랑거는 만 50세 이상 출전하는 시니어 무대에서는 여전히 최강자다. 통산 47승을 거뒀고, 올해도 5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 포함 4개 대회에서 톱20에 올랐다. 그러나 챔피언스 투어는 카트를 타고 이동할 수 있어 체력적으로 힘이 덜 들지만, 메이저 대회는 4라운드를 걸으면서 경기해야 하기에 일흔을 앞둔 랑거에게는 무리가 따른다.
랑거는 1972년 프로가 돼 올해로 53년간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PGA와 챔피언스 투어에서만 687경기를 뛰었다. 롱런과 꾸준함을 골프인생의 가장 중요한 단어로 꼽았다.
그는 “특히 골프에서 롱런과 꾸준함은 매우 중요하다”며 “골프는 정말 변동성이 심하다. 마치 주식 시장과 같아서 왔다가 사라지고, 어느 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다가도 2년 뒤에는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고 훌륭한 지원 시스템과 좋은 캐디, 좋은 코치를 만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화려했던 골프 인생 뒤엔 보이지 않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랑거는 “제가 프로골퍼가 되었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멋진 직업이라고 부러워했다”며 “그러나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하고 친구도 자주 만날 수 없다. 때론 호텔 방에 있으면 외로움도 찾아온다. 항상 장밋빛은 아니고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 말미에는 사회자가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랑거는 “뛰어난 선수가 되려면 완벽하게 헌신해야 한다”며 “한 사람이 포기할 때 그 자리를 노리는 사람은 1000명도 넘는다. 그렇기에 매우 집중하고, 확고한 결단력을 가져야 한다. 또 절제된 삶을 살면서 무언가 포기할 각오도 해야 하며,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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