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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홀은 152야드 내리막 파3홀로 정상적인 날씨라면 8번 아이언, 장타자는 피칭 아이언으로도 공략할 수 있는 홀이다. 하지만 이날은 아래쪽에서 매서운 강풍이 몰아쳤고, 선수들은 몸을 가누기도 어려울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어렵게 티샷을 해도 봉변(?)을 피하기는 쉽지 않았다. 짧으면 그린 앞쪽 워터해저드, 길면 그린 뒤쪽 워터해저드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드롭존이 마련돼 있지만 조금만 길어도 해저드로 향한다.
한 조(3명) 중 평균 1명의 선수는 해저드를 경험해야 했고, 타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선수는 단 세 명. 파를 기록한 선수도 절반이 채 되지 않는 42명이었다. 8타 만에 홀 아웃한 선수도 나왔다.
플레이가 늦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이 때문에 선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이 홀로 모여들었고, 최대 10팀 이상이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대기 시간도 2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자연히 실수도 속출했다. 잔뜩 웅크려진 몸에 쌀쌀해진 날씨가 더해지니 제대로 된 샷이 나올 수 없었다.
12번홀(파4)도 선수들의 안타까운 탄성이 메아리쳤다. 353야드로 평이한 거리였지만 강한 맞바람이 선수들을 괴롭혔고, 그린까지 이어지는 워터해저드가 왼쪽에 도사리고 있었다. 이 홀에서 퀸튜플보기(규정타수보다 5타 더 친 기록)로 무너진 김하늘(25·KT)은 컷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김해림(24·넵스)은 쿼드러플보기(규정타수보다 4타 더 친 기록)로 역시 컷 기준을 넘지 못했다.
이날 출전 선수 105명 중 12번홀에서 파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절반을 간신히 넘긴 58명이고, 버디를 잡은 선수는 신예 전인지(19·하이트진로) 등 7명에 불과했다. 물론 이 홀에서도 선수들은 30분 이상 대기를 해야 했다.
경기가 8시간 이상 지연되면서 2라운드를 채 마치지 못한 조도 있었다. 마지막 조로 출발한 이연주와 허윤경(22·현대스위스), 김현수(21·롯데마트)는 15번홀을 마치고 날이 어두워져 9일 오전 7시부터 남은 세 홀 잔여 경기를 치른다.
김보경(27·요진건설)은 악천후 속에서도 2언더파를 기록해 중간합계 3언더파 141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지난주 E1 채리티오픈에서 우승한 김보경은 2주 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