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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딸' 보라와 '살림밑천' 덕선, 그 사이에 혜리가 있었다

강민정 기자I 2016.01.28 08:32:08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성덕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걸스데이 멤버 혜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정욱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안방극장 신데렐라’. 걸그룹 걸스데이의 혜리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로 얻은 인기 덕이다.

1988년 당시 열아홉 여고생 성덕선을 연기했다. 서울 쌍문동 골목의 2층짜리 주택 옆 반지하 방에 세들어 사는 가난한 집안의 딸이었다. 성질 고약한 서울대생 언니 성보라(류혜영 분)와 착하고 눈치 없는 중학생 남동생 성노을(최성원 분) 사이에서 ‘살림 밑천 둘째 딸’로 잘 컸다. 독서실이 곧 수면실인 공부 머리가 따라주지 않았던 덕선은 티 없이 해맑아 사랑 받은 인물이다. 감정을 숨길 줄 모르고, 사랑과 우정 앞에 솔직한 캐릭터에 혜리도 덕을 봤다.

“캐스팅 기사가 나간 후엔 사실 정말 많은 분들이 우려를 해주셨어요. 안 좋은 얘기도 들었고요. 근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국민적으로 사랑 받는 드라마 시리즈의 여주인공이 됐는데 좋게 봐주시는 게 더 이상하잖아요.(웃음) 그냥 잘해야지, 잘하고 싶다, 이런 마음만 품고 있었어요.”

독기와 여유가 공존했다. 그 사이에 책임감이 있었다. 부침이 심한 연예계 생활을 해쳐나가려는 7년차의 계산법이 아니었다. 경기도 광주의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혜리는 어렸을 때부터 책임감에 익숙한 아이였다.

“저는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이 많아요. ‘아 그때 우리가 힘들었구나, 날 안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구나’ 이런 생각을 나중에야 돼서 알게 돼요. 좀 바보 같은 부분이기도 하죠.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그랬어요. 전 우리 집이 7월이 되면 8월 걱정을 해야하는 집인 줄 몰랐거든요. 그 후로 막연히 내가 우리 집 이사도 시켜주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걸스데이도 그렇게 시작하게 됐고요.”

덕선의 천진난만한 성격을 닮은 혜리지만 실제 집에선 ‘응팔’의 성보라에 가깝다. 여동생에겐 무뚝뚝한 언니, 부모님에겐 힘이 되는 기둥이다. 걸스데이가 성공한 걸그룹이 되고, ‘응팔’로 배우의 입지까지 다진 덕에 첫째로서 더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드라마 종영 후 쏟아지는 ‘광고 러브콜’도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한다. 혜리와 걸스데이의 광고 매출액만 수 백억에 이른다는 계산도 최근 화제가 됐다.

“제가 찍은 광고를 보고 ‘혜리 60억 소녀됐다’라는 말도 하시더라고요. 사실 많이 민망해요. 실제로 그렇진 않거든요. 정말 그게 사실이라면 그 돈이 다 어디로 가서 남아있지 않은 건지 궁금하고요.(웃음)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서울에 와서 ‘삐까뻔쩍’한 친구들을 보며 ‘난 가난했구나’라고 느꼈던 때를 돌아보면 지금 얻고 있는 경제적인 부분이 참 감사하죠. 하지만 돈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응팔’을 하며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의 연령층이 더 어려지고, 더 높아졌다는 점이 행복하고요. 저의 부족함을 새롭게 깨닫고 그걸 또 채워가는 과정을 지내는 게 감사하고요.”

혜리는 ‘응팔’로 얻은 교훈이 있다. ‘준비돼 있지 않으면 시작하지 말자’다. 타 드라마 현장에선 겪지 못한 ‘응팔’의 촬영장이 혜리에겐 축복이었다. 기획 기간만 2년, 숱한 대본리딩과 리허설로 호흡을 맞춰간 ‘응팔’은 첫 주연 신고식을 치러야했던 혜리에게 용기가 됐다.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게 행운 같은 일이었죠. 부족한 제가 익숙해질 시간, 터득할 시간을 충분히 준 현장이었어요. 마침 ‘응팔’ 전에 활동했던 걸스데이 ‘링마벨’ 때도 비슷한 걸 느꼈었거든요. 저와 멤버들이 생각했을 때도 ‘이렇게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데 무대에 설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컸어요. 결국 ‘링마벨’도 잘 안 됐고요. ‘링마벨’에 ‘응팔’까지, 완벽한 준비 없인 어떤 좋은 모습도 기대할 수 없다는 걸 절실히 깨닫게 했어요. 그래서 지금 더 신중해요. 걸스데이로 컴백하는 일, 저 스스로 또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는 일. 어떤 것도 놓치지 않고 사랑 받을 수 있게 노력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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