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단식 사태로 마음 굳혔다”, 유승민이 본 이기흥 체제의 문제

허윤수 기자I 2024.12.03 14:16:23

3일 기자 회견 통해 대한체육회장 출마 공식 선언
파리올림픽 해단식 파행에... "부끄러웠다"
"주위에 조금이라도 귀 기울였다면 없었을 일"
안세영·배드민턴협회 갈등에도 "소통 부재 아쉬움"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이기흥 현 회장 체제의 문제로 소통 부족을 꼽았다.

2024 파리올림픽을 마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대한체육회장 공식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유 전 회장은 3일 열린 서울 중구의 더플라자 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공식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유 전 회장은 “많은 국민의 질타와 비판 속에 대한체육회의 리더십은 사라지고 체육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고 앞장서야 할 리더들은 뒤에 숨어서 눈치를 본다”라며 “2024 파리올림픽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림픽 특수를 누려야 할 선수, 지도자, 후원기업, 협회, 지방체육회의 기대와 희망이 자취를 감췄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지방체육회 및 종목 단체 자립성 확보 통한 동반 성장 △선수 & 지도자 올 케어 시스템 도입 △학교 체육 활성화 프로젝트 △생활체육 전문화를 통한 선진 스포츠 인프라 구축 △글로벌 중심의 K-스포츠 △대한체육회 수익 플랫폼 구축 통한 자생력 향상 등 6가지 공약을 밝히며 “많은 체육인에게 한 줄기 빛이 되고자 하는 바람으로 결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유 전 회장은 현재 이기흥 체제의 문제점을 묻자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언급하진 않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지난 8월 13일 파행 논란이 불거졌던 2024 파리올림픽 해단식을 언급했다.

당시 체육회는 인천공항 2터미널 1층 입국장에서 선수단 해단식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갑작스럽게 축소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갈등을 빚는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신경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이후 체육회는 “선수단 피로도와 공항 혼잡, 안전 등을 고려해 축소 진행했다”라고 해명했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대한체육회장 공식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2024 파리올림픽을 마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을 비롯해 대표단 선수들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유 전 회장은 (출마) 마음을 굳힌 건 해단식에 있었다며 “나도 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올림픽에 네 차례 나섰고 먼저 귀국했다가 해단식을 위해 공항으로 간 경험도 있다”라면서 “매우 아쉬웠고 선수, 지도자를 보기가 부끄러웠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나도 책임이 있다면 있는데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선수, 지도자가 주목받아야 하는데 올림픽이 끝난 지 4개월도 되지 않아서 안 좋은 이슈로 잊히고 있다”라며 “일방적인 소통이 이런 논란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체육회 내부에는 270여 명의 뛰어난 인재가 있는데 그들의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이런 판단 실수는 없었다”라고 전했다.

사실상 회장 임기가 무기한 연임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한을 둬야 한다면서도 “국민이 공감하면 최대 8년에 재신임할 수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모델을 도입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규칙 없는 불공정한 연임은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문체부에 맞서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고 하자 “물론 체육회와 문체부의 관계는 수평적으로 가야 한다”라면서도 “이 회장이 문체부와 싸워왔다고 주목받는 건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탁구를 예로 들며 “탁구에는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 타임아웃도 있다”라며 “체육인의 복지와 예산 증진,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무조건 싸우기만 해선 안 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체육인이 빛날 수 있다면 때론 져주기도 해야 한다”라며 “쟁취해야 할 게 있다면 누구보다 싸움닭이 되겠다. 체육인의 목소리를 대변한 싸움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대한체육회장 공식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대한체육회장 공식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체육계 개혁의 신호탄이 된 안세영(삼성생명)의 작심 발언에는 “선수는 선수의 목소리를 냈고 경기 단체는 그들만의 문화와 시스템이 있다”라며 “선수와의 소통이 원활했다면 사전에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강점 중 하나가 소통이라고 말한 유 전 회장은 “선수, 지도자가 목소리를 낼 때도 규정 안에서 내야 하고 규정도 집행부만을 위한 게 아니라 현장을 고려해야 자유롭게 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유 전 회장은 “자리가 욕심 나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도 해봤으니 체육회장 하려고 나온 게 아니고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 느끼고 나왔다”라며 “체육이 지닌 가치는 무궁무진한데 안 좋은 이슈만 나오는 거 같아 마음이 무겁다. 후배 볼 낯도 없다. 다양한 후보가 각자 강점 제시하겠지만 그 기간 체육인이 똘똘 뭉쳐서 밝은 이슈가 나왔으면 한다. 결과는 하늘이 점지해 주겠지만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보답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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