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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대회 첫날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마쓰야마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다음날 마쓰야마는 65타를 쳤고, 3라운드에서 1타를 더 줄이더니 최종일 6언더파를 치며 브룩스 켑카(미국)에 이어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실수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의 모습이었다.
마쓰야마와 경쟁했던 한국 선수들은 “마쓰야마는 골프밖에 모르는 선수”라며 “연습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가장 늦게까지 있는 연습벌레”라고 입을 모았다.
특이하게도 마쓰야마는 특정 스윙코치 없이 훈련해왔다. 2014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 이후 여러 스윙코치에게 지도를 받기도 했지만, 잠깐뿐이었고 대부분은 혼자 훈련했다.
일본 매체 닛칸겐다이는 “마쓰야마는 자신의 스윙을 어드레스부터 피니시까지 100컷으로 나눠 한 컷씩 분석하고 모두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이른바 ‘스윙 덕후’다”라며 “그래서 코치를 두지 않았고 지금과 같은 스윙을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백스윙 톱에서 잠시 동작을 멈춘 뒤 강하게 내리치는 독특한 스윙 방식은 마쓰야마의 트레이드마크다.
2017년 8월 PGA 챔피언십에선 메이저 대회 우승의 기회가 있었다. 마지막 날 경기 중반 선두로 나서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이후 역전을 허용하며 공동 5위로 대회를 끝냈다. 앞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PGA 투어 5승째를 달성한 뒤 메이저 대회 우승을 넘봤던 마쓰야마는 눈앞의 기회를 놓치자 눈물을 쏟아냈다. 자신을 향한 분노였다.
혼자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으며 발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온 마쓰야마는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혔다. 메이저 타이틀 획득을 위해선 스윙코치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린 마쓰야마는 일본대 골프부 출신으로 TPI 레벨 3 자격을 가진 스윙코치 메자와 히데노리와 계약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가와모토 유이를 지도하는 이름난 코치다.
2017년 이후 우승 행진이 끊긴 마쓰야마는 새 스윙코치를 만난 이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마쓰야마는 뛰어난 데이터 분석과 선수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히데노리 코치를 신뢰했다.
닛칸겐다이는 “별도의 멘탈 코치를 두지 않고 있는 마쓰야마는 히데노리 코치와 자주 대화하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며 “실수에 화내지 않고 상황을 받아들이며 마음을 다독이는 방식을 터득한 것이 마스터스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마스터스 3라운드를 끝낸 마쓰야마는 “사흘 동안은 큰 흔들림이 없었고 화내지 않고 경기했다”며 “내일도 그런 게 중요하다. 그럴 수만 있다면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마쓰야마를 위해 꾸려진 전담팀도 우승의 원동력 중 하나다.
마쓰야마는 클럽 선택에 예민한 선수로 알려졌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가 된 이후에도 줄곧 스릭슨과 계약해 클럽을 쓰고 있지만,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테일러메이드와 캘러웨이, 핑 등 무려 9개의 드라이버를 썼다.
어드레스 때 보이는 헤드의 모양과 스윙하는 동안 솔(바닥면)이 잔디에 스치는 느낌이 싫다며 스릭슨 드라이버 대신 다른 브랜드의 드라이버를 들고 경기에 나섰다.
엄연히 클럽 후원 계약을 맺고도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었던 건 스릭슨과 마쓰야마 사이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부분 이런 상황에선 계약관계가 계속 이어지기 어렵다. 그러나 스릭슨은 마쓰야마를 위한 특별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지원을 더 늘렸다.
던롭스포츠코리아 관계자는 “스릭슨은 ‘더 멀리 치고 싶다’는 마쓰야마의 요구를 반영한 클럽 개발을 지속해왔다”며 “오로지 마쓰야마를 위해 라이벌 회사인 테일러메이드에서 클럽 개발자를 영입했고, 전담팀을 만들어 마쓰야마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마쓰야마는 마스터스에서 스릭슨의 ZX5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나흘 동안 71%의 페어웨이 적중률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정복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의 마스터스 제패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린재킷을 입은 마쓰야마는 “더 많이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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