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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한 관계자가 최근 신곡 ‘빠빠빠’로 인기몰이 중인 걸그룹 크레용팝을 두고 한 말이다. 헬멧을 쓰고 나오는 ‘걸그룹’. “점핑 점핑 에브리바디. 다 같이 뛰어 뛰어~”. 통통 튀는 이들의 무대는 보고 듣는 사람까지 덩달아 뛰게 했다. 가요프로그램 리허설 현장을 가보면 이들의 무대는 매니저 등 관계자들이 더 선호한다.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고 동영상으로 담기 바쁘다. 지금은 ‘국제가수’가 된 ‘엽기가수’ 싸이가 ‘새’로 데뷔했을 때와 유사한 풍경이다.
최근 극장가에는 ‘설국열차’(감독 봉준호)와 ‘더 테러 라이브’(감독 김병우)가 쌍끌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개봉 12일간 이 두 작품을 관람한 사람은 ‘설국열차’ 644만, ‘더 테러 라이브’ 382만, 합하면 1000만 명이 넘는다. 그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나서며 꼭 하는 말이 있다. “양갱 원료가 바퀴벌레였어?” “갈증 나는데 헛개수나 한잔할까?” 등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양갱은 영화에서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 에드가(제이미 벨 분), 타냐(옥타비아 스펜서 분) 등 ‘꼬리칸’ 사람들이 먹는 음식으로 ‘단백질 블록’이라고 불린다. 앞쪽칸 사람들이 모든 식재료를 독점한 상황에서 꼬리칸 사람들에게 배급되는 식량으로, 칙칙한 검은색에 말랑말랑한 재질이 흡사 양갱을 확대해놓은 것처럼 생겼다. 이 양갱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건 영화 중반 무렵 밝혀지는 원료에 있다. 커다란 용광로에 바퀴벌레가 마구잡이로 갈려져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려 나온다.
영화에 소품으로 쓰인 단백질 블록은 다시마에 설탕 등을 섞어 만들었다. 팥과 밤 등이 주원료인 양갱과는 맛이 천지 차다. 그 맛이 고약해 제이미 벨 등은 휴지통을 옆에 끼고 수시로 뱉어가며 촬영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에 대적할만한 것이 하정우의 헛개수다. ‘더 테러 라이브’는 라디오 진행자에게 테러범이 전화를 해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하정우는 극 중에서 온 국민이 신뢰하는 앵커지만 비리 혐의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좌천된 인물인 윤영화를 연기했다. 다시 앵커 자리로 돌아갈 욕심에 테러범의 전화통화를 TV로 생중계하다가 지옥을 경험한다.
영화는 라디오 부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긴박한 상황을 연출해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하정우가 헛개수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장면이 자주 클로즈업된다. 하정우가 전날 과음을 했다는 설정으로 쓰이게 된 이 장면은 관객도 따라 긴장하고 갈증을 느끼는 순간 등장해 더 강렬하게 각인됐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감칠맛 나는 ‘먹방(먹는 방송)’으로 화제가 된 하정우는 이번 영화로 ‘물도 맛있게 먹는다’는 찬사를 받았다.
하정우가 영화에서 마신 헛개음료는 광동제약 제품이다. 워낙 자주 등장해 PPL(간접광고)로 인지한 사람들이 많으나 이는 단순 소품. 헛개음료 1위 제품인 CJ 제일제당의 ‘컨디션 헛개수’를 떠올린 사람도 적잖다. 영화의 흥행으로 헛개음료시장 전체가 득을 봤다.
영화 ‘설국열차’의 흥행으로 ‘양갱’의 수요도 소폭이지만 늘었다. 하지만, 해태제과를 비롯한 양갱 제조사들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린다. 노년층이 즐겨 먹던 것을 젊은이들이 새롭게 알게 되고 찾게 된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60년 전통의 영양 간식인 양갱이 혐오스럽게 그려진 점은 마뜩잖다.
요즘 인기 상한가인 크레용팝은 여러 개의 헬멧을 가지고 다니는 듯 보이지만 멤버별로 두 개씩 열 개가 전부다. 무대 의상에 맞춰 헬멧 중앙 테이프의 색깔만 바꾼다. 이 또한 충무로 오토바이 골목에서 저렴하게, 멤버들이 직접 구입했다. 요즘은 ‘빠빠빠’ 패러디물이 홍수를 이루며 헬멧을 재미삼아 구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들이 택한 소품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었다. 크레용팝의 헬멧은 ‘섹시’ 여가수가 판치는 가요계에 ‘엽기’로 차별화된 승부수를 던진 이들의 도전을 상징한다. 하정우가 마시는 헛개수 역시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말해주는 중요한 장치로 인식됐다. ‘설국열차’의 단백질 블록은 영화에 등장하는 크로놀(흡입시 환각 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공업용인화물질) 등과 더불어 열차의 설계자 봉준호 감독의 기발한 창의성을 엿보게 한다. 관객의 기대치를 높이는 동시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했다.
크레용팝 매니저인 김기남 크롬엔터테인먼트 실장은 “걸그룹이 헬멧을 쓰고 무대에 선다는 게 창피한 일일 수 있는데 노래 분위기에 맞춰 멤버들이 직접 아이디어 내 쓰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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