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청설’의 기자간담회에는 조선호 감독과 배우 홍경, 노윤서, 김민주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청설’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 분)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분),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 분)의 청량하고 설레는 순간들을 담은 이야기다. 2010년 개봉했던 동명의 레전드 대만 로맨스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스페셜 프리미어로 초연된 후 원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 작품의 탄생을 알린 바 있다.
새롭게 탄생한 한국 버전의 ‘청설’은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를 농인으로 착각한 남녀주인공이 수어로 대화를 나누고 함께 추억을 쌓으며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이 과정에서 장애를 둘러싼 세상의 편견을 알아가는 원작의 기본적인 줄거리나 순수한 분위기는 최대한 반영했다. 대신 문화차이가 유발할 수 있는 어색함을 해소하기 위해 디테일 면에선 한국의 정서를 최대한 반영해 각색을 거쳤다. 동명의 대만 원작과 비슷한 듯 다른 한국의 여름 하늘을 아름답고 싱그럽게 담아내려 노력한 부분도 눈에 띈다. 주택가 한적한 골목길부터 버스킹 공연이 한창인 번화가의 거리 등 한국의 다양한 공간과 배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특히 리메이크 ‘청설’의 진정한 차별성과 매력은 홍경과 노윤서, 김민주 ‘청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세 대세 라이징 배우들의 해사한 얼굴과 순수한 케미스트리에서 200% 발휘된다. 이들 모두 필모그래피 사상 처음으로 수어 연기에 도전해 눈길을 끌었다. 청각적 요소를 배제한 채 손끝과 눈빛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쉽지 않은 도전에도, 세 사람은 각자만의 손짓과 눈빛, 에너지로 용준과 여름, 가을의 캐릭터성과 관계성을 완성했다.
‘청설’로 첫 스크린 데뷔에 나선 김민주의 연기도 합격점이다. 청각장애인 수영 선수 역할을 맡아 수어에 수영까지 쉽지 않은 도전들을 거친 김민주는 영화 안에서 ‘서가을’이란 인물 그 자체로 극에 이질감 없이 녹아든다. 언니 여름을 바라보는 가을의 미안함과 죄책감, 언니의 꿈과 사랑을 응원하는 가족애 등을 몰입감있게 표현했다. 용준과 여름의 첫사랑 케미 못지않게 뭉클하고 애틋한 여름과 가을의 애틋한 자매애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이야기의 내용도 그렇고 수어 대화가 극의 80%다 보니 영화의 분위기 전반적으로 잔잔하다. 하지만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 손끝의 디테일로 감정 변화를 캐치하는 묘미가 있다. 음성 대사의 티키타카가 없다는 한계,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극의 여백을 사운드와 음악으로 메우려 한 노력도 돋보인다. 극 중 청각장애인인 등장인물의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음악과 적막을 교차해 배치한 신들도 눈에 띈다.
크게 극적인 반전 요소나 자극적인 감정 전개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팍팍한 일상을 보내느라 잊고 있던 순수한 마음과 기억을 소환할 싱그럽고 아련한 작품이다. ‘청설’이 서서히 추워지는 11월 극장가에 따스한 설렘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11월 6일 개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0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