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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택진이형' 이어 '용진이형'...프로야구 강타하는 구단주 마케팅

이석무 기자I 2021.04.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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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 ‘구단주 마케팅’이 새로운 볼거리로 떠올랐다.

지난해 NC다이노스의 우승 과정에서 구단주인 김택진 NC소프트 대표가 ‘택진이 형’ 열풍을 일으키며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올해는 SK와이번스 구단을 인수해 SSG랜더스를 창단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파격적인 행보로 구단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SSG랜더스 공식 창단 이후 정용진 구단주는 구단 운영과 홍보 및 마케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개막을 앞두고 SNS를 통해 ‘걔네(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유통 라이벌 ‘롯데’를 직접 도발해 화제가 됐다. 롯데도 곧바로 맞불을 놓으면서 롯데와 SSG의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완성됐다.

심지어 리그 개막전에는 경기 시작 1시간 40분 전에 인천 SSG랜더스필드를 방문해 구장 시설 및 입점 업체, 마케팅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심지어 그날 승리한 경기의 MVP에게 주는 상품에 ‘용진이형 상’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야말로 SSG랜더스 알리기의 최전선에 정용진 구단주가 자리하고 있다.

◇‘용진이형 상’ 만든 SSG 정용진, 집행검 만든 NC 김택진

‘택진이형’ 열풍을 일으키는 등 ‘구단주 마케팅’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김택진 NC 구단주는 올해도 팬들과 소통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택진 구단주는 지난해 TV 광고 속에서 자사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아이템인 집행검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심지어 그 집행검을 한국시리즈 우승 때 선수들에게 직접 선물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야구팬들과 리니지 팬들을 모두 즐겁게 했다.

올해는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공룡들의 팬 맞이 준비’ 영상에 출연, 구장 관중석 테이블을 직접 닦는 모습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자신을 보고 깜짝 놀라는 선수에게 능청스럽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코믹 연기까지 보여줬다.

NC 구단에 따르면 김택진 구단주는 지난 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의 홈 개막전에 조용히 경기장을 찾아 조용히 관람을 하고 돌아갔다. 지난해에는 NC의 정규시즌 우승 확정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나흘 동안이나 선수단을 따라다니며 전국 일주를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국시리즈에선 1차전부터 6차전까지 모두 현장을 찾는 열성을 보여줬다.

정용진 구단주도 자신의 이런 행동들이 김택진 구단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했다. 정용진 구단주는 “야구팬들이 NC다이노스 구단주인 김택진 대표를 ‘택진이 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부러웠다”며 “나를 ‘용진이 형’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정용진 SSG랜더스 구단주가 지난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람하기 전 팬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택진 구단주나 정용진 구단주처럼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지는 않더라도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구단주와 선수단의 스킨십이 끈끈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지금은 세상을 떠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었다.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선수단과 끈끈한 스킨십

야구 사랑이 컸던 구본무 회장은 LG트윈스 구단주를 맡았던 시절 매년 전지훈련장을 방문하는가 하면 전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들을 자신의 외가인 경남 진주 단목리에 불러 식사를 대접하는 이른바 ‘단목행사’를 열었다. 아직도 LG트윈스 구단 사무실 금고에 보관돼 있다는 아오모리 소주와 롤렉스 시계 등은 고 구본무 회장의 남다른 야구 사랑을 잘 보여주는 일례다.

선수 시절 고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던 류지현 LG 감독은 “회장님의 응원과 관심이 그땐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당연한 게 아니었다”며 “돌아가신 회장님에게 우승을 선물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산베어스 박정원 구단주도 야구에 대한 애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고려대 재학 시절 야구 동아리에서 직접 야구를 한 적도 있는 박정원 구단주는 매일 TV를 통해 경기를 시청하고 이메일을 통해 경기 상황을 확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선수단의 해외 전지훈련을 방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정용진 SSG 랜더스 구단주가 수훈 선수에게 선물한 ‘용진이형’ 상장. 사진=최주환 SNS
2014년에는 당시 두산 주장이었던 오재원이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다음 주자로 박정원 회장을 지목하자 이를 흔쾌히 수락하고 잠실구장에서 얼음물을 뒤집어쓴 적도 있다. 당시 박정원 구단주는 “구단주를 지목할 수 있는 우리 두산 선수들이 최고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의리의 대명사’인 김승연 한화이글스 구단주는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화끈하게 화답하는 스타일이다. 2011년 일본에서 국내로 복귀한 김태균을 영입해달라고 팬들이 요구하자 그해 연봉 15억원이라는 최고대우로 영입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구단주 마케팅. 오너 이미지 친근→모기업 이미지 긍정적 ‘효과’

야구를 매개로 한 ‘구단주 마케팅’은 일반 소비자와 다른 세계에 살 것만 같은 기업 오너들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는 단순히 야구단을 넘어 모기업의 이미지까지 긍정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위험성도 있다. 야구단의 성적이 좋지 않거나 선수단 내 잡음이나 문제가 생길 경우 그 비난이 구단주에게 직접 쏟아질 수도 있다. 야구단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얼굴이 돼야 하는 구단주 입장에선 부담이 된다.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주를 지냈던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나는 야구로부터 비난을 이겨낼 수 있는 두꺼운 얼굴을 갖게 됐다”고 구단주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택진 NC 다이노스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공룡들의 팬 맞이 준비’ 영상에서 창원NC파크 관중석을 직접 닦는 코믹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NC다이노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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