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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은 ‘기생충’으로 해외 영화제 트로피와 오스카 작품상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봉준호 감독과 할리우드의 협업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미키 17’은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소설 ‘미키 7’을 영화화한 것으로,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복제인간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이미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며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담는다. 로버트 패틴슨이 소모형 출력인간 ‘미키’ 역을 맡았다. 로버트 패틴슨은 17번째 죽음 위기를 겪는 미키와 새롭게 복제된 ‘미키 18’까지 사실상 1인 2역에 가까운 극과 극 열연을 펼친다.
로버트 패틴슨의 내한은 이번이 최초다. 특히 차기작 촬영으로 바쁜 일정에도 봉준호 감독의 고국에 방문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로 로버트 패틴슨이 이번 내한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로버트 패틴슨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란 인사말과 함께 “그동안 내가 한 번도 한국, 서울에 와보지 않았다는 게 놀라웠다. 예전 작품 홍보 활동했을 때 한 번쯤 왔을 법도 한데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팬들을 비롯해 감독님, 한국의 영화 관계자 분들을 꼭 만나보고 싶었다”고 내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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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기생충’을 비롯해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은 주로 노동자 계층의 힘없는 소시민적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왔다. 강렬한 세계관과 장르 안에 내포된 자본주의, 계급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봉준호 감독의 우주 SF 장르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나 ‘미키 17’ 역시 큰 틀에서 전작들의 세계관과 궤를 같이 한다. 봉 감독은 “짧게 말씀드렸지만 주인공이 불쌍한 인물이다. 그런데 왜 불쌍한가. 일단 이 친구의 직업 자체가 죽는 직업”이라고 말문을 열며 “반복적으로 죽는 게 직업이다. 그렇기에 죽을 가능성이 높은 임무를 부여받고 죽기 딱 좋은 위험한 현장에 투입돼 끊임없이 죽음을 반복한다. ‘미키 17’의 17은 17번 죽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야말로 극한 직업이며, 죽을 때마다 그만큼 새롭게 출력된다. 그간 SF 소재에서 접한 클론(복제인간)이란 개념과 상당히 다르다. 프린트에서 서류 뽑듯 인간이 출력된다. 그 자체로 비인간적인 행위이지 않나”라며 “어찌 보면 가장 극한의 처지에 놓인 노동자 계층이랄까. 그 과정에서 계급 문제가 자연스레 스며든 것 같다. 거창하게 계급 간 투쟁을 다룬다는 정치적 깃발을 들고 있진 않다. 이 친구가 얼마나 불쌍한가, 그 와중에 힘든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가에 집중한다. 미키의 시선에선 성장 영화적인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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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소심하고 불쌍한 미키부터 광기어리고 폭발적 느낌의 18까지 둘 다 되는 사람이 누구인가. 전 처음부터 로버트를 생각했다. 다행히 캐스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본인도 되게 이상한 거 하고 싶어 했다고 하더라”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이에 로버트 패틴슨 역시 “그렇다. 이러한 캐릭터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런 규모의 거대한 영화에 보기 힘든 캐릭터이고 감독님께서 유머를 잃지 않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었다”라며 “거대한 스케일에서도 굉장한 유머를 계속해서 보여주실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스타워즈처럼 보이는 세트장에서도 일을 하다가 그 안에서 굉장히 가볍고 재밌고 유머러스한 장면 촬영도 하고 이런 SF 영화가 흔치 않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의 용감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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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 세계에 봉준호 감독같은 감독이 4~5명 정도밖에 안될 듯한데 그만큼 모두가 함께하고 싶어하는 감독”이라며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세계관이 특별한데도 그게 말이 된다. 또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선을 건드린다. 정말 딱 왜 그런지 말로 형언하기 어렵지만 특히나 퍼포먼스적 측면에서 그런 듯하다”라고도 강조했다.
일명 ‘봉테일’(봉준호+디테일)로 불리는 봉 감독만의 현장 분위기도 전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감독님이 굉장히 체계적이시고 자신감도 있으시고 실행력이 있으시다. 원래 제가 익숙하게 경험해온 현장들보다 시퀀스를 오히려 적게 찍었다. 보통은 한 신을 끊임없이 재촬영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봉 감독님과의 작업은 그렇지 않았다. 한 두 개 스케치 정도가 끝나면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라며 “그런 현장은 크로넨버그 감독님과의 작업이 유일했는데 그 역시 모든 장면에서 그렇진 않았다. 그런데 ‘미키 17’의 그런 경험이 몇 주 지나니 이 체계에 익숙해지더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자유를 느꼈다. 연기에 굉장히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더라. 전체 신을 일일이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하면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인위적으로 연기하게 되는데, 이번 현장은 경험한 모든 배우들이 전부 ‘이 현장 최고다’라고 표현하더라. 또 현장 편집본을 그 자리에서 직접 보여주신 것도 너무 좋았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한편 ‘미키 17’은 오는 2월 28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