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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올’은 1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이니셰린의 밴시’, ‘파벨만스’, ‘TAR 타르’, ‘서부전선 이상없다’, ‘엘비스’, ‘탑건: 매버릭’, ‘슬픔의 삼각형’, ‘위민 토킹’을 제치고 최고 영예인 작품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에에올’의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지만, ‘서부전선 이상없다’, ‘이니셰린이 밴시’, ‘파벨만스’ 등 강력한 경쟁작들의 존재로 쉽지 않은 경합이었다.
양자경이 주연을 맡은 SF코미디 영화 ‘에에올’은 미국 이민자 1세인 에블린(양자경 분)이 ‘다중 우주’의 존재를 알고 이를 넘나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겪는 다양한 현실적 문제, 세대 갈등 등 보편적인 화두를 코믹하게 풀어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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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도 화제였다. ‘에에올’의 프로듀서인 조나단 왕은 “세상에 어떤 영화도 이렇게 멋진 배우들이 없었다면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저희 아버지는 제게 수익보다는 사람이 항상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중요한 한 개인은 없다는 가르침을 주셨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그 이야기를 함께 해주시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혀 박수를 받았다.
다니엘 쉐이너 감독 역시 “세계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 스토리는 가끔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 빠르게 변하고 있기에 가끔 무서움을 느낀다”면서도 “하지만 영화를 통한 스토리만큼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우리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메시지를 전해 감동을 전했다.
90년대~2000년대를 풍미한 중국어권 할리우드 톱스타 양자경은 ‘에에올’을 통해 배우로서 자신의 황금기를 다시 한 번 개척했다. 그는 이날 아시아계 배우 최초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 및 아시아 영화계에 새 역사를 썼다. 유색인종으로는 할 베리 이후 이번이 두 번째 수상이다. 그는 이날 케이트 블란쳇(‘TAR 타르’), 아나 데 아르마스(블론드), 안드레아 라이즈브로(투 레슬리), 미셸 윌리엄스(파벨만스)과 경합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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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주연상은 ‘더 웨일’(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브렌든 프레이저가 수상했다. 이날 남우주연상 후보에는 ‘엘비스’의 오스틴 버틀러와 ‘리빙’의 빌 나이, 폴 메스칼(애프터 썬), 콜린 파렐(이니셰린의 밴시)가 브렌든 프레이저와 함께 수상을 겨뤘다. 이들 모두 오스카 후보에 오른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미이라’ 시리즈로 90년대를 풍미했던 브렌든 프레이저는 성추문 등 각종 문제로 영화계를 떠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졌지만, 이번 ‘더 웨일’에서 완벽한 연기 변신 및 열연으로 화려히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더 웨일’에서 272kg의 거구로 세상과 등을 진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 역으로 뭉클한 연기를 펼쳤다.
브렌든 프레이저는 “저는 30년 전 영화계에 뛰어들었지만, 쉽지 않던 나날들을 보냈다. 당시에만 해도 저는 여러분들을 향한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엔 이렇게 저를 인정해 주신 데 대해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저희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이 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바다에 다이빙을 해서 공기가 물 위로 떠오르는 기분”이라고 동료 배우들과 감독, 가족 및 매니저에게 영광을 전했다. ‘더 웨일’은 이날 분장상과 남우주연상 2관왕을 꿰찼다.
‘에에올’ 다음으로 가장 많은 트로피를 받은 작품은 넷플릭스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감독 에드워드 버거)였다.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이날 시상식에서 촬영상, 국제장편영화상, 음악상, 미술상 등 4관왕을 연달아 기록해 초반 분위기를 주도했다. 전통을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OTT 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흔치 않은 성과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3번째로 영화화한 작품으로, 1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독일의 젊은 군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이미 원작이 있고 영화화만 3번째인 작품이었지만, 그간 연합군의 시선에서만 그려왔던 1차 대전을 처음으로 독일 군인의 시선으로 다룬 점, 뛰어난 작품의 완성도로 극찬을 받았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작품상을 비롯해 9개 부문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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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시상식에선 생애 처음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배우들만 16명으로 새로운 얼굴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조연상과 주연상 수상자 모두 첫 오스카 지명을 받은 인물들이라 의미가 깊다.
지난해 아카데미 당시 시상자인 크리스 록을 폭행해 물의를 일으켰던 배우 윌 스미스와 관련한 풍자도 종종 언급됐다. 사회를 맡은 지미 키멜은 이날 시상식에 앞서 오프닝에서 “이 극장에서 폭력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면, 최고의 주연상을 주고 19분간 긴 연설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그러나 진지하게, 아카데미엔 위기 (대응) 팀이 있다”며 “쇼 도중 예측할 수 없거나 폭력적인 일이 발생하면 거기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마시라”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또 “만약 여러분 중 누군가가 농담에 화가 나도, 내게 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왜냐면 여러분들을 막는 분들이 있다. 당신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앤 원스’의) 양자경을 상대해야 하며, 만달로리안과 스파이더맨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윌 스미스는 해당 사건으로 10년간 아카데미 주최기관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자격이 정지된 상황이다. 윌 스미스는 지난해 ‘킹 리차드’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원래대로라면 올해 시상식 남우주연상 시상자로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해당 폭행 사건으로 인해 올해 시상자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한편 올해는 안타깝게도 후보에 오른 한국 작품이 없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국제영화상 예비후보에 올랐으나 최종 후보에선 고배를 마셨다. 이날 시상식은 총 23개 부문에 트로피를 수여했으며, 국내에선 OCN이 단독 생중계를 진행했다. 이동진 평론가와 방송인 김태훈, 통역사 안현모가 해설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