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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흥행은 감독들에게 성적표다. 봉준호 감독에 붙는 대표적인 수식어는 ‘역대한국영화 최고흥행작 감독’이다. 봉 감독의 2006년 개봉작 ‘괴물’은 1300만 관객을 동원해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를 밀어내고 한국 영화 최고흥행작으로 올라섰다. 그보다 높은 성적표를 받은 한국 감독은 없다.
그래서 다른 감독들이 봉 감독의 흥행성적을 뛰어 넘겠다는 것은 이른바 ‘야심’이라 칭해도 된다. 그렇다면 이미 한국영화 최고흥행 감독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야심은 무엇일까?
영화 ‘마더’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봉 감독에게 "당신의 야심이 무엇이냐?"고 대놓고 물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봉 감독은 이야기 도중 종종 영화에 대한 자신의 야심을 드러냈다.
봉준호 감독은 전작인 ‘살인의 추억’과 ‘괴물’을 통해 할리우드의 특성화 장르 중에 하나인 스릴러와 괴수영화를 자신만의 형식으로 변용시켰다. ‘살인의 추억’ 속 형사들은 할리우드 영화의 형사들처럼 멋있거나 사건 해결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 않는다. ‘괴물’ 속 괴수 역시 영화 초반부터 등장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대게 영화 말미에 괴수가 등장했다.
이번에 선보인 ‘마더’ 또한 할리우드가 좋아하는 ‘스릴러’ 장르지만 할리우드 영화 느낌과는 다르다. 살인누명을 쓴 아들을 구하기 위한 엄마의 고군분투를 선보이면서도 봉 감독은 광기 서린 모성을 입체적으로 그리며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줬다. 그 결과 올해 칸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부문에 초청되어 호평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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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이 가지고 있는 ‘야심’ 중에 하나는 이처럼 할리우드의 상업영화 문법과 다른 상업영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봉 감독은 ‘괴물’의 흥행이후 할리우드로부터 연출제의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털어놨다. 2007년 9월, 스티븐 스필버그, 올리버 스톤, 톰 행크스, 톰 크루즈, 줄리아 로버츠 등이 속해 있는 할리우드 에이전시 CAA와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에이전시에 계약한 이후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들어왔습니다. 그중에는 너무나 뻔한 스토리와 인물들이 나오는 수준이하의 작품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시나리오가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봉 감독은 그중 월 스미스가 나온 ‘핸콕’의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블록버스터 작품인데 기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달리 루저인 슈퍼히어로를 그린다는 아이디어가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봉 감독은 “해외에서 영화를 하고 싶어서 몸이 달아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제가 영화를 찍거나 만드는 방식이 유들유들하게 찍는 스타일이 아닙디다. 100%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하는데 특히 할리우드 같은 경우는 감독들에게 권한을 많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봉 감독은 ‘와호장룡’으로 북미에서 1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올린 리안 감독의 예를 들었다. 리안 감독이 ‘헐크’를 촬영하는데 프로듀서의 간섭으로 원하는 장면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는 후일담을 DVD로 보며 ‘리안 감독도 저럴진데 하물며 내가 갔더라면 어땠을까?’ 고민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할리우드는 감독들이 원하는 화면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예산 규모가 수백억, 수천억 단위로 커지면서 감독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그만큼 넓어질 수 있어서다.
봉 감독은 “영화의 스케일을 생각한다면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것이 긍정적일 수도 있습니다”며 “하지만 예산이 커지는 만큼 스튜디오의 간섭이 심해지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는 제한을 많이 받습니다”고 지적했다. 할리우드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나 마이클 베이 정도 밖에 없다는 것이 봉 감독의 설명이다.
이는 역으로 자신에게 스티븐 스필버그나 마이클 베이 만큼 소위 ‘파이널 컷’이 보장된다면 할리우드 작품을 연출해보는 것도 괜찮다는 속마음을 넌지시 비춘 것이다. 제작자의 입김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어느 곳에서든 영화 전체를 감독이 100% 장악해야지만 만들겠다는 봉 감독의 의지야말로 봉준호의 가장 큰 ‘야심’인 셈이다.
‘마더’에서 주인공인 혜자로 출연한 김혜자는 이런 봉준호 감독에 대해 “한마디로 천재다 영화의 모든 그림을 머릿속에 가지고 영화를 촬영했다”며 “영화에 관한 아주 사소한 것에도 촉수가 뻗어있어 이를 체크하고 총괄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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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감독의 ‘야심’은 차기작인 ‘설국열차’에서 이전 보다 더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설국열차’는 프랑스 만화가 장 마르크 로세르의 원작으로 핵 전쟁이후 지구에 찾아온 영원한 겨울에 인류 최후의 생존자들을 싣고 영원히 달려야만 하는 1001량의 설국열차내 인간군상을 담은 SF작품이다.
봉 감독은 ‘설국열차’에 대해 이제 시나리오 작업을 해야 한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러나 ‘마더’를 끝낸 봉 감독은 이미 '설국열차'를 통해 할리우드와 다른 상업영화를 만들어하고 싶어하는 마음과 원작을 재해석한 봉준호판 '설국열차'를 만들고 싶어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봉 감독은 '게이샤의 추억'을 예로 들며 "일본의 게이샤 이야기를 중국 톱스타가 나와 영어로 연기하며 어쩌다 '사요나라' 같은 일본말이 나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그런 영화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다국적 자본과 다국적 배우들이 출연하게 될 '설국열차'는 적어도 할리우드 식의 정서와 문법을 갖고 만들지 않겠다는 봉 감독의 속내로 읽혔다.
봉 감독은 "'설국열차'는 한국사람은 한국말로, 일본사람은 일본말로, 프랑스인은 프랑스말로 각자 언어로 대사를 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이 구상하는 밑그림을 살짝 펼쳐놓았다. 그리고 자신있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원작과는 되게 다른 영화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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