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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KT는 잠실구장에서 열린 KS 1, 2차전에서 나란히 1승씩 나눠 가졌다. 두 경기 모두 1점 차로 희비가 갈렸다. 막판까지 승패를 점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승부가 펼쳐졌다.
KS는 KT 홈구장인 수원 케이티위즈파크로 옮겨 10, 11일 각각 3, 4차전을 치른다. 1승 1패가 된 만큼 3, 4차전 결과가 시리즈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투수력vs투수력...불펜 싸움에서 승부 갈린다
앞선 경기를 보면, 불펜 싸움에서 승부가 결정됐다. 1차전에선 리그 최고 마무리 LG 고우석(25)이 무너졌다. 고우석은 2-2로 맞선 9회초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배정대에게 볼넷을 내준 뒤 문상철에게 결승 2루타를 허용했다. 큰 경기에서 여러 차례 아픔을 겪었던 고우석에게 또 하나의 뼈아픈 기억이 추가됐다.
반면 KT는 ‘막강 불펜 듀오’ 손동현(22)과 박영현(20)이 돋보였다. NC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PO)에서 5경기 모두 등판해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한 손동현과 올 시즌 역대 최연소 홀드왕에 오른 박영현은 압도적인 구위를 앞세워 LG의 마지막 3이닝을 순간 삭제시켰다.
2차전에선 반대로 LG의 불펜 야구가 빛났다. 선발 최원태(26)가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4실점하면서 무너졌다. 하지만 이후 가동된 불펜투수 7명이 남은 8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덕분에 0-4로 끌려가던 경기를 5-4로 뒤집을 수 있었다.
KT는 1차전에서 완벽하게 승리를 지켰던 박영현이 2차전에선 흔들리는 기색을 드러냈다. 박영현은 구원등판한 7회말 김현수에게 2루타를 허용한데 이어 8회말 박동원에게 역전 투런홈런을 내줬다. 계속된 연투에 지친 기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두 팀은 막강한 투수력이 돋보이는 팀이다. 초반에 많은 점수가 나와 승부가 기울어질 가능성은 적다. 남은 경기도 1~2점차 싸움에서 불펜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고개숙인 홍창기-박병호, 누가 먼저 살아날까
LG와 KT는 1, 2차전에서 각각 주도권을 쥐고도 추가점을 뽑지 못해 역전패했다. LG는 1차전 1회말에 얻은 2점이, KT는 2차전 1회초에 기록한 4점 득점이 전부였다.
특히 두 팀에게 아쉬운 것은 핵심타자의 부진이다. LG는 1번 타자 홍창기(30), KT는 4번 타자 박병호(37)가 계속 침묵하고 있다. 홍창기는 두 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에 1볼넷을 얻는데 그쳤다. 박병호는 8타수 무안타에 삼진을 3개나 당했다.
홍창기의 경우 딱히 타격감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타구가 잇따라 야수 정면으로 가거나 호수비에 걸리다보니 본인 스스로도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염경엽 LG 감독은 “홍창기는 걱정하지 않는다”며 “자기 몫을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도 박병호의 부활이 절실하다. 시즌 내내 부동의 4번 타자였던 박병호가 지금 부진하다고 해서 그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대신할 선수가 마땅치 않아서다. 5번 장성우(33), 6번 배정대(28), 7번 문상철(32)의 타격감이 좋다고 위로 끌어올렸다가 자칫 타선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양 팀의 공격 핵심인 홍창기와 박병호 가운데 누가 먼저 침묵을 깨고 살아나느냐가 이번 KS의 키포인트다.
△‘LG 킬러’ 벤자민 vs ‘성공한 덕후’ 임찬규...3차전 선발 맞대결
양 팀은 3차전 선발로 웨스 벤자민(30·KT)과 임찬규(31·LG)를 예고했다. 정규시즌 29경기에 나와 15승 6패 평균자책점 3.54의 빼어난 성적을 거둔 좌완 벤자민은 특히 ‘LG 킬러’로 유명하다. 통산 LG를 상대로 5경기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은 0.84를 기록했다.
LG가 자랑하는 왼손 강타자들도 벤자민에게 꽁꽁 묶였다. 오지환(33), 홍창기, 박해민(33) 모두 벤자민을 상대로 타율 0.167(12타수 2안타)에 그쳤다. 김현수(35)는 0.182(11타수 2안타), 문보경(23)은 0.100(10타수 1안타)에 머물렀다. 문성주(26)는 아예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벤자민은 지난 5일 NC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5차전 등판 이후 닷새 만의 마운드에 오른다.
LG는 토종 우완 임찬규를 선발로 내세운다. 어릴 적 ‘엘린이’ 출신인 임찬규는 자신을 ‘성공한 덕후’라고 표현할 정도로 LG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대표적 선수다. 올 시즌 14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시즌을 보낸 임찬규는 KT를 상대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4경기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6.61로 부진했다.
임찬규는 최대한 이닝을 길게 끌어줘야 하는 책임도 있다. LG는 2차전에서 선발 최원태가 일찍 내려가는 바람에 불펜 투수들이 무려 8⅔이닝을 책임졌다. 지친 불펜 투수들에게 조금이나마 여유를 주기 위해선 임찬규가 적어도 5이닝 이상 최소 실점으로 버텨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