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마지막 대표팀 앞둔 정대현 "이미 충분히 행복"

박은별 기자I 2015.11.21 11:32:07
사진=두산베어스
[도쿄=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프리미어12’ 한국과 미국의 결승전을 앞둔 21일 결전의 날. 한국 대표팀 최고참 정대현에게는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 같다. 정대현이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을 수 있는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전을 준비하는 정대현은 “이제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올해 나이 서른 여덟, 국가대표 경력 벌써 15년째. 그리고 ‘프리미어12’는 그에게 9번째 국제대회이자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대회다.

물론 태극마크를 거부할 선수는 없다. 언제든 달아도 영광스러운 태극마크지만 정대현은 이번 대표 명단에 뽑힐 때부터 결심한 생각이 하나 있었다고 했다. “이제 후배들에게 물려줘야할 때가 왔다”는 것이었다. 많은 언더핸드 후배들이 국제 대회를 일찌감치 경험하고 한 경기라도 더 느끼는 것이 야구 인생에 있어 중요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정대현 본인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대현은 이번 대회에 임하면서도 자신이 후배의 한 자리를 빼앗는 것 같은 느낌에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이제 진짜 마지막 경기가 왔다. 대표팀 소집부터 첫 경기, 그리고 마지막 경기가 될 미국전 그 순간까지 지금의 모든 기억과 추억은 그가 국가대표 선수로 간직하게 될 마지막 장면들이다.

정대현은 이번 대회 4경기에 나서 4.1이닝동안 1피안타 1볼넷만을 허용하고 있다. 매일같이 “운이 좋았다. 후배들이 다 잘해준 덕분이다”며 겸손한 소감을 밝히긴 하지만 대표팀 안방마님들도, 후배들도 잘 안다. 여전히 지저분한 공, 까다로운 공을 던지는 선배라는 것을. 그가 마운드, 그라운드 뒤에서 준비하고 보여주는 모습들도 후배들에게도 또 다른 경험이자 본보기가 되고 있다.

정대현은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다. 특히 준결승 일본전을 마치고선 “정말 기분 좋다. 아직 믿겨지지 않는다. 승리 순간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 때보다 더 기뻤다. 대표팀을 하며 최고의 경기였다”고 감격해했다.

그는 “그땐 대표팀 전력도 좋았고 결승전에서 우리가 이고 있던 상황이어서 막을 수 있겠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이번엔 그야말로 드라마같은 역전극이었다. 초반 대표팀 전력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여러가지 악조건, 불리한 상황 속에서, 그것도 일본을 상대로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냈다. 그래서 더 극적이었다. 내 인생 최고의 대표팀이자 잊을 수 없는 경기다”고 덧붙였다.

정대현은 그 최고의 순간을 다시 한 번 곱씹었다. “사실 그 전까지 몸도 풀지 않고 있다가 9회초 (정)근우가 2루타로 점수를 내고 나서부터 부랴부랴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긴장할 새도 없었다. 두 타자를 잡고 내려오니까 그제서야 긴장이 되더라. (이)현승이가 잘 막아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정대현은 아직도 감격이 가시지 않는 듯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활짝 웃었다.

9회말 첫 타자 야마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주먹을 불끈 쥐던 정대현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 중 하나다. 정대현은 4번 타자 츠츠고까지 땅볼로 돌려세우고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마지막 결승 미국전을 앞두고 정대현은 또 한 번 주먹을 불끈 쥘 수 있는 그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정대현에게도 특별하고 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특별해질 ‘2015 프리미어12’. 그가 ‘T H CHONG’이라는 이름과 함께 38번 등번호가 적힌 태극마크 유니폼을 입는 것도 마지막인 대회다. 정대현은 “그런만큼 더욱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이를 악물고 던질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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