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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이 폄하될 수는 없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선수들은 팬들에게 배구의 재미를 선물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기에 여전히 배구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이번 시즌 여자 프로배구 웰뱅톱랭킹 역시 어느 시즌 못지않게 뜨거웠다. 웰뱅톱랭킹은 2017년부터 웰컴저축은행이 프로야구를 통해 선보인 선수 평가 시스템이다. 웰뱅톱랭킹 배구는 단순히 득점, 공격성공률 같은 단편적인 기록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게임의 승패에 관여한 선수의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웰뱅톱랭킹은 한국배구연맹(KOVO)과 함께 공격, 서브, 블로킹, 세트, 리시브, 디그 등 경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플레이를 점수화했다. 야구의 대체선수 승리기여도(WAR)처럼 배구에서 선수가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펼쳤느냐를 정량화된 수치로 파악할 수 있다. 현장에선 웰뱅톱랭킹으로 인해 V리그의 평가 시스템이 크게 발전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2021~22시즌 웰뱅톱랭킹 포인트 순위를 보면 1위부터 5위까지 외국인선수가 독차지했다. 지난 시즌은 ‘배구여제’ 김연경이 상위권에서 외국인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국내 선수를 최상위권이라고 할 수 있는 5위권 안에서 찾아볼 수 없다.
웰밸톱랭킹 포인트 1위는 흥국생명의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3,286.8점)이다. 2015~16시즌 GS칼텍스에서 활약한 뒤 6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로 돌아온 캣벨은 한층 성장하고 노련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흥국생명의 전력 자체가 약해 활약이 돋보이진 않았지만 웰뱅톱랭킹 포인트에선 3,290.20점으로 단연 1위다.
캣벨은 득점 수만 놓고 보면 GS칼텍스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819점), 한국도로공사 켈시 페인(등록명 켈시·775점)에 이어 3위다. 하지만 블로킹, 디그 등 다른 평가 요소에서 월등히 앞선 활약을 보여주면서 가장 많은 웰뱅톱랭킹 포인트를 쌓았다.
특히 캣벨은 이번 시즌 357개 디그 성공을 기록했다. 이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 11위다. 흥국생명 팀 내에선 김미연(406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외국인선수는 공격에 전념하느라 수비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는 결과다.
2위는 3,182.2점을 기록한 한국도로공사의 켈시다. 그의 강점은 화끈한 공격력과 더불어 안정된 블로킹 능력이다. 각 팀 주전 센터들이 독점한 블로킹 순위에서 켈시는 당당히 7위(70개)에 올라있다. 외국인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개수다. 켈시 역시 캣벨과 마찬가지로 수비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번 시즌 켈시가 기록한 디그 성공 294개는 V리그 최고의 리베로인 임명옥(690개)에 이어 팀 내 2위다.
득점력만 놓고 보면 웰뱅톱랭킹 포인트 3위(3,147.0점, GS칼텍스) 모마가 가장 앞선다고 말할 수 있다. 모마는 이번 시즌 819득점으로 캣벨, 켈시를 제치고 1위다. 캣벨은 33경기 켈시가 32경기를 치른 반면 모마는 더 적은 31경기를 치렀다. 모마의 웰뱅톱랭킹 포인트를 경기당 평균으로 환산하면 101.5점이다. 1위 캣벨의 평균 99.7점보다 경기당 평균으로는 오히려 앞서는 점수다. 시즌이 조기 종료되었지만 평균 점수가 더 많은 만큼 정상 시즌이었다면 모마가 웰뱅톱랭킹 포인트 순위에서 캣벨을 따라잡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다만 모마의 경우 범실(182개·2위)이 다소 많은 것이 옥에 티다. 범실은 웰뱅톱랭킹 포인트에서 1개 당 -0.8점이 깎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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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웰뱅톱랭킹 포인트 순위에서 가장 눈에 띈 도약을 보여준 선수는 흥국생명 레프트 김미연이다. 김미연은 2,238.2점으로 톱랭킹 포인트 9위에 자리했다. 국내 선수 가운데는 이소영, 표승주에 이어 3위다. 김미연의 지난 시즌 톱랭킹 포인트 18위였다. 한 시즌 만에 무려 9계단이나 순위를 끌어올렸다. 김연경 등 주 공격수들이 팀을 떠난 반사효과도 어느 정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김미연 본인의 성장이 큰 역할을 했다.
그밖에도 13위 유서연(GS칼텍스·2,034.6점), 14위 이한비(페퍼저축은행·1,930.4점), 16위 황민경(현대건설·1,815.0점), 17위 김다인(현대건설·1,808.8점), 18위 박경현(페퍼저축은행·1,714.8점), 20위 김하경(IBK기업은행·1,668.2점) 등이 웰뱅톱랭킹 포인트 순위 20위권 안에 새롭게 진입하면서 V리그 코트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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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수에게 공을 토스하는 세터는 세트를 시도하면 +0.2점, 세트가 성공하면 +0.4점을 받는다. 이번 시즌 V리그에서 가장 돋보인 세터는 현대건설의 선두 독주를 이끈 김다인이다. 김다인은 1,808.8점으로 2위 김하경(IBK기업은행·1,668.2점)을 무려 140점 이상 앞서있다. 전체 순위에서도 17위에 랭크돼있다. 김다인은 전체 세터 가운데 세트 시도(2,850개)와 세트 성공(1,222개) 모두 월등히 1위다. 심지어 서브 성공이 25개로 전체 7위에 해당한다. 서브를 잘 넣는 선수라 해도 서브 범실 개수가 성공보다 약 1.5배 정도 많은 게 보통이다. 하지만 김다인은 서브 성공과 범실이 25개로 같다. 서브 효율성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디그 성공도 288개(19위)로 세터 가운데 유일하게 전체 20위 안에 포함됐다.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선수임이 웰뱅톱랭킹 포인트에서 잘 나타난다. 김다인에 이어 김하경, 안혜진(GS칼텍스·1,520.0점), 이현(페퍼저축은행·1,243.0점)이 세터 포지션에서 뒤를 따랐다.
센터 자리는 양효진(현대건설)이 ‘명불허전’이다. 양효진의 웰뱅톱랭킹 포인트는 2,225.2점이다. 전체 10위이자 센터 1위다. 2위인 김희진(IBK기업은행·1,884.2점)을 무려 340점 이상 앞서있다. 득점(502점) 부문 전체 7위인 양효진은 특히 블로킹(87개·1위)에서 월등한 실력을 자랑한다. 블로킹은 시도의 경우 0.4점, 성공 시 0.6점이 더해진다. 지난 시즌에도 양효진은 웰뱅톱랭킹 포인트 센터 부문 부동의 1위였다. 양효진의 뒤를 이어 김희진과 배유나(한국도로공사·1,479.4점)가 2, 3위로 뒤를 쫓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베이비 양효진’으로 불리는 이다현(현대건설)의 성장이다. 이다현은 지난 시즌 웰뱅톱랭킹 센터 부문 순위에서 10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당당히 5위(1,296.0점)로 급상승했다. 특히 블로킹 부문에서 양효진에 겨우 1개 뒤진 2위(86개)에 자리하고 있다. 양효진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센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웰뱅톱랭킹 포인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리베로 부문에선 역시 베테랑 임명옥의 독주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임명옥은 1,475.0점으로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도 웰뱅톱랭킹 포인트 리베로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체 순위로는 26위에 해당한다. 임명옥의 뒤를 이어 신연경(IBK기업은행·1,158.6점), 김연견(현대건설·1,099.0점), 오지영(GS칼텍스·914.6점)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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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연맹(KOVO)과 함께 공격, 서브, 블로킹, 세트, 리시브, 디그 등 경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플레이를 점수화해 선수 능력을 평가한다. V리그를 중계하는 방송사(KBS N스포츠, SBS스포츠)에서도 웰뱅톱랭킹을 제공하고 있어 배구 팬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선호하는 해설진과 함께 재미있게 경기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