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핫무비]"이병헌·조승우, 감히 로버트 드니로와 알파치노였다"②

강민정 기자I 2015.11.18 07:40:00
‘내부자들’ 조승우 이병헌.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모히토가서 몰디브나 한잔 허까?”

명대사가 나왔다. 개봉에 앞서 배우들 인터뷰를 통해 이미 입소문이 난 대사다.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의 이병헌과 조승우, 두 사람이 보여주는 ‘19금(禁) 브로맨스’가 이 한 마디에 다 담겨있다. 우민호 감독은 두 사람을 감히 ‘로버트 드니로’와 ‘알파치노’에 비교했다. “당연 그 두 배우에 비견할 자가 있겠냐만은 그 느낌만큼은, 두 사람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만큼은 못지 않게 확신이 있었다”는 마음에서였다.

‘내부자들’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쓴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이병헌이 연기한 안상구는 원작에 있다. 조승우가 연기한 우장훈은 영화에만 있다. 원작을 본 사람, 원작을 모르는 사람 모두에게 두 인물이 주는 신선함이 살아있다. 원작과 상관없이 영화라서 가능한 캐릭터의 변신을 두 배우가 맛깔나게 표현한 덕이다.

‘내부자들’ 이병헌.
△이병헌-조승우, 그들은 누구인가

이병헌은 안상구의 많은 부분을 바꿨다. 영화가 정치, 경제,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담고 있는 터라 캐릭터 무게를 덜었다. 안상구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본 인물이다. 연예기획사 대표로 정치계까지 줄을 ‘폼생폼사 인생’을 살았다. ‘여의도 입성’까지 노릴 수 있었는데 어깨를 너무 세웠다. ‘주제를 알아라’는 가르침은 두번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가차없이 나락으로 떨어진 안상구의 인생에 복수의 칼날이 섰다. 나쁜 짓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의리가 뭔지 알고, 미운 정에 못 이기는 인간미가 남아있다. 특별히 잘했다고 칭찬할 구석도 없는 인물인데 마치 ‘정의의 사도’를 응원하는 것 마냥 영화를 보며 그에게 몰입할 수 있다. 감정선이 쉽고 간단하다. 원작이 가진 힘에 영화의 재미가 곁들어졌고, 이병헌의 연기 신공이 날개를 달아줬다.

이병헌은 사투리를 썼다. 같은 말이어도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말이 정감가는 화법으로 달라졌다. 영화에 다 담기진 못했지만 안상구의 어린 깡패 시절부터 번듯하게 수트를 입고 사람을 거느리는 조직의 보스가 되기까지 수십 년의 인생사가 다채롭게 그려졌다. 머리를 기르고, 자르고, 볶고, 폈다. 볼 살이 패이도록 야위어 보이는 분장에 ‘영화광(光)’, 연예인 못지 않은 ‘패셔니스타’라는 설정은 그의 아이디어였다. 동정심을 자극하는 ‘라면 먹방’은 촬영 내내 이병헌을 괴롭힌 웃음 폭탄 신이었다.

영화 내내 안상구를 쫓는 우장훈 역시 힘을 발휘했다. 이병헌과 같은 선배와 연기하는 게 두려워 ‘내부자들’ 출연 제의를 3번 거절했다는 조승우다. 보란듯이 해냈다. 돈도 배경도 없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가진 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경찰대 출신이 아닌 경찰로 살며 부조리한 사회에 환멸을 느끼는 인물이다. 그래서 간 곳이 검은 세력이 더 큰 판에서 판을 치고 확장되는 ‘검찰’이라니, 역설적인 인물이다. “그러게 잘 태어나지 그랬어”라는 대사에 실제로 억장이 무너졌다는 조승우는 우장훈을 연기하며 “모든 관객이 이입할 수 있는 감정선을 전하고 싶었”다. 조승우는 “개인적으로 이런 아픈 현실을 영화로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도 거부감이 들었다”며 “하지만 이게 현실이라면 알려야 할 필요도 있고, 결국 영화는 현실도 달라질 수 있다는 파이팅을 주고 끝나니까 그 지점을 믿고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내부자들’ 조승우.
△“감히 로버트 드니로와 알파치노였다”

우민호 감독은 이병헌의 안상구를 구상하며 로버트 드니로를 상상했다. 우 감독은 로버트 드니로의 팬이다. 그 특유의 대사를 칠 때마다 고개를 드는 각도까지 사랑했다. 그래서 이병헌에게도 같은 주문을 했다. “워낙 얼굴 선이 강한 배우인데 카메라를 볼 때 자꾸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보이더라”며 “로버트 드니로를 상상하면서 ‘병헌 씨 턱 좀 들고 갈게요’라고 했는데 전혀 새로운 얼굴이 나왔다”는 게 감독의 설명. 이병헌 역시 자신의 화면 속 색다른 모습를 발견해 즐거워했다는 후문이다.

뮤지컬 ‘헤드윅’을 본 우 감독은 조승우를 국내 ‘열정 배우 넘버 원’으로 꼽았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어디서 저런 뜨거운 에너지가 나올까 신기했다”며 “그 열정을 영화에서 그대로 보여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그 후로 우 감독은 조승우에게 시나리오 속 우장훈 캐릭터를 잊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 마음대로 놀도록 두고 싶었던 셈이다. “더 뜨겁게, 뜨겁게, 뜨겁게 연기해달라는 주문을 걸수록 조승우의 ‘연기 갱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내가 기대한 로버트 드니로의 이미지를 이병헌이 연기해주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치는 조승우를 보면서 ‘이건 알파치노인가’라는 생각도 들더라”며 웃었다.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언론배급 시사회와 VIP시사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날 대로 난 대목이다. 여기에 백윤식, 이경영, 김대명, 조재윤 등 내노라하는 연기파가 합세했다. 연기 기싸움이 치열해 자칫 ‘너무 꽉차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수레’가 될 우려도 샀지만 빗겨갔다. 자존심은 없었고 시너지가 있었다. 조승우가 ‘이 깡패XX야’라고 하면 이병헌이 ‘이런 싸가지’라고 응답하는 애드리브는 두 배우라 가능한 기술이었다.

우 감독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배려와 지원으로 두 사람의 연기를 살려주고 싶었다”며 “큰 틀에서 자유롭게 놀도록 두면 가끔 그 선을 벗어날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다시 데려왔고, 그 줄다리기를 아주 팽팽하고 영리하게 이어갔다”고 극찬을 표했다. “어디에도 없던 조합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부자들’은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배우들에게 바치는 ‘헌정 영화’라고 감독이 표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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