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경기 후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졌던 고교생 복서가 끝내 숨을 거뒀다.
경기 수원의 한 고교에 다니는 A(16) 군은 지난달 7일 충남 청양에서 열린 제48회 전국복싱우승권대회 고등부 64㎏급 8강전에서 0-3 판정패 한 뒤 2층 관중석에 올라가 아버지 곁에 휴식을 취하던 도중 뇌출혈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다.
A군은 닥터헬기로 천안 단국대 병원에 옮겨진 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9일 오전 끝내 사망했다.
A군은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 속에서 꿈을 키워오던 복싱 꿈나무였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필코 국가대표가 돼서 부모님을 호강시켜 드리겠다”고 했던 의젓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인해 끝내 꿈을 접어야 했다.
한국 복싱에서 사망사고는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대표적인 주인공으로 김믁구와 최요삼을 꼽을 수 있다. 김득구는 1982년 11월 1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레이 맨시니(미국)에게 14회 KO패 당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고 4일 뒤 세상을 떠났다.
당시 김득구의 사망은 전세계 복싱계를 뒤흔드는 큰 사건이었다. 그 사건 이후 프로복싱계는 기존 15라운드로 진행됐던 타이틀전 경기를 12라운드로 줄였다.
9년 전 최요삼의 사망도 복싱팬들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최요삼은 2007년 12월 25일 WBO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털 타이틀 1차 방어전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8일 만에 뇌사판정을 받았다.
당시 최요삼의 사망은 허술한 안전 조치로 일어난 불상사였다. 당시 경기에 배치된 의료진은 의사 1명이었고 그나마도 신경외과가 아닌 정형외과 의사였다.
병원으로 옮겨질때도 인근 서울아산병원이 아니라 30분 이상 걸리는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타이밍을 놓치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았다.
최근에는 2010년 7월 17일 배기석이 한국 슈퍼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을 마치고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뒤 숨을 거둔 일이 있었다.
앞선 사망 사고는 대부분 프로복싱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아마복싱은 라운드가 적은데다 헤드기어를 쓰고 프로에 비해 푹신한 글러브를 쓰기 때문에 뇌손상 위험이 적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A군 사건으로 그같은 생각은 잘못된 것임이 입증됐다. 이번 일로 인해 복싱 전반에 대한 안전 시스템을 재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