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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마음"→"봄날의 햇살"…시청자 울린 '우영우' 속 명대사 열전

김보영 기자I 2022.08.17 10:47:24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순두부 계란탕’처럼 밝고 따뜻한 힐링 드라마이지만 그 안에 많은 야심과 도전이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민한 소재와 낯선 형식, 업계 관례를 순순히 따르지 않는 여러 도전들이 있어요.”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는 ENA 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를 쓴 문지원 작가가 직접 꼽은 작품의 매력이다.

마라맛 대신 ‘착한 드라마’를 표방한 ‘우영우’의 폭발적 인기엔 유인식 PD의 섬세한 연출, 박은빈을 비롯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의 명연기 열전이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말맛’을 살리는 문지원 작가 특유의 명대사들 역시 드라마의 인기 공신에서 빼놓을 수 없다. 어떨 때는 곱씹을수록 강한 향이 나는 깻잎무침처럼 씁쓸하게, 다른 땐 갓 지은 쌀밥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덥히는 주옥같은 대사들 덕분에 극과 캐릭터 모두 빛났다는 평이다.

이를 대변하듯 ‘우영우’의 대본집도 인기다. 지난 12일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우영우’의 무삭제 대본집은 예약 판매 하루 만에 5000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우영우’의 대사를 인용하는 정치인들까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종영을 앞두고 시청자들을 웃고 울린 ‘우영우’ 속 명대사들을 정리해봤다.

◇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 진술에 앞서 양해 말씀 드립니다. 저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어 여러분이 보시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큼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한바다 로펌의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가 재판 모두 진술에 앞서 건네는 인사말이다. 첫 재판정에 올라 자신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당당히 장애를 밝히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우영우는 덧붙인다. “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을 도와 음..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렇게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며 최선을 다해 변론하는 우영우의 모습은 ‘장애인이 왜 변호사야?’란 편견을 지니고 있던 사람들에겐 섬ㅤㅉㅣㅅ함을, 장애 앞의 편견에 맞서온 수많은 이들과 그들을 응원해온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준다.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해”

“죽일 마음이었다면 살인 미수죄, 다치게 할 마음이었다면 상해죄, 좀 때려줄 마음이었다면 폭행 치상죄, 그냥 실수였다면 과실 치상죄.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마음에 따라 죄명이 바뀝니다.”

1화에서 영우는 첫 번째로 맡은 사건 당시 사건 당사자가 갖는 마음가짐에 따라 법의 죄명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음’과 가장 거리가 멀어보였던 ‘법’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했다.

◇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

3화에서 우영우는 자폐인이 피의자로 의심받는 사건을 맡게 된다. 검사는 우영우가 자폐인이란 이유로 심신미약자라 몰아붙이는가 하면, 의뢰인은 사건 당시 정황을 추론한 우영우의 변론에 “너도 자폐잖아”라고 쏘아붙인다. 인터넷 기사를 보며 마주한 냉혹한 현실에 우영우는 이렇게 내레이션으로 답한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80년 전만 해도 나와 김정훈 씨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지금도 수백 명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이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 “봄날의 햇살같아”

5화에서는 영우가 로스쿨 동기이자 회사 동기인 최수연(하윤경 분)에게 ‘봄날의 햇살’이란 별명을 붙여주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최수연은 장애를 가진 우영우를 편견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던 권민우(주종혁 분)의 태도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우영우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도와주지만, 영우를 돕는 자신의 행동에 확신을 갖지 못해 내적 갈등을 겪은 인간적인 캐릭터다. 그런 최수연의 의심은 우영우가 그를 ‘봄날의 햇살’이라 불러주는 순간 깨끗이 지워진다.

“너는 나한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날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해. 지금도 넌 내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김밥이 또 나오면 알려주겠다고 해.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이는 영우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수연에게 고마웠던 마음을 표현하는 순간으로서도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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