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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골프장 문이 열리기도 전에 입구엔 긴 줄이 늘어섰다. 경기 시작 3시간 45분을 남긴 시각이었으나 서둘러 골프장을 찾은 갤러리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10시가 돼서 문이 열렸고 코스는 금세 북적였다. 연습 그린으로 이동해 선수가 몸을 푸는 장면을 지켜보기도 하고, 기념품 판매점으로 달려가는 팬도 있었다.
일찌감치 코스를 찾은 이유가 있다. 1번홀에서 18번홀으로 가는 길 중간에 마련한 팬 빌리지에서는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호주를 대표하는 서핑이나 크리켓 체험은 물론 페이스 페인팅, 골프 퍼팅 챌린지, 축구 게임을 비롯해 새로 나온 자동차도 전시해 팬들의 발길을 머물게 했다. 이벤트 부스마다 긴 줄이 늘어섰고, 성공하면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함께 기뻐하고 환호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어디를 가나 흘러나오는 흥겨운 음악은 분위기를 더 끌어올렸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팬도 적지 않았다. 골프만 즐기는 게 아니라 골프를 통해 시작된 새로운 문화를 즐겼다.
오후 12시 45분이 다가오자 골프장 분위기를 절정에 달했다. 전광판에선 카운트다운을 시작됐고, ‘0’이 되자 축포가 터졌다. 홀을 가득 메운 팬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개막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장내 아나운서는 분위기를 최고조로 띄웠다. 이번 대회는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아나운서 출신의 맷 로저스가 마이크를 잡았다. 일반적인 프로골프 대회에선 선수의 이름을 부르거나 우승한 경력 등을 추가해 알려주는 정도다. 다른 홀에서 경기하는 선수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큰 소리로 소개하지도 않는다.
1번홀에 캐머런 스미스(호주)와 이언 폴터(잉글랜드), 루이스 우스트히즌(남아공)이 등장하자 맷 로저스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한 명씩 소개했다. 마치 링 위에 오로는 선수를 소개하듯 관중을 압도했고 팬들의 환호를 유도했다. 이게 바로 ‘LIV 골프다’라고 말하듯 흥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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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LIV 골프 출범 당시부터 합류한 케빈 나(아이언헤즈GC팀 주장)는 “LIV 골프는 개인전과 함께 팀 경기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어서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며 경기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준다”고 소개했다.
클럽하우스 앞엔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장면도 보였다. 수십 대의 골프카트엔 홀 번호와 함께 탑승자의 이름이 적혔다. LIV 골프는 샷건 방식으로 열려 모든 선수는 지정된 홀에서 경기를 시작한다. 골프카트는 선수와 캐디가 태워 지정된 홀로 이동한다.
출발 홀이 달라 좋아하는 선수의 경기를 보려면 어느 홀에서 출발하는지 확인하는 게 필수다. 한국을 대표하는 장유빈은 이날 7번홀에서 아이언헤즈GC팀 소속 대니 리, 웨이드 옴스비(호주)와 함께 경기에 나섰다.
경기는 짧고 굵게 진행한다. 출전 선수가 54명에 불과해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경기하지 않는다. 애들레이드 대회는 오후 12시 45분에 시작해 4시간 30분 뒤에 끝난다. 경기를 관전할 시간이 5시간에 불과하다. 갤러리 중 상당수는 좋아하는 팀의 모자와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호주에서 열린 대회여서 그런지 캐머런 스미스와 마크 리슈먼 등 호주 출신으로 주축을 이룬 리퍼GC팀의 모자를 쓴 팬이 가장 많이 보였다.
LIV 골프를 이끌었던 호주 출신의 레전드 골퍼 그렉 노먼은 이번 대회에서 코스 해설자로 나섰다. 호주에서 노먼의 인기는 여전했다. 그가 등장하자 팬들이 달려가 사인을 받기에 바빴다.
경기가 끝나면 코스 안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두 번째 스테이지가 열린다. 첫날은 유명 DJ 둠 둘라의 공연이 펼쳐졌다. 스타들의 경기를 보고 콘서트까지 관람할 수 있는 티켓 가격은 약 15만 원 정도다. 이 역시 일찌감치 매진됐다.
5월 국내에서도 LIV 골프가 열린다. 대회 주최 측은 애들레이드로 현장 답사를 왔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골프대회’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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