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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의 이마네 켈리프(26)는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급 16강전에서 안젤라 카리니(25·이탈리아)에게 기권승을 거뒀다.
이 경기를 앞두고 카리니의 조국인 이탈리아는는 상대 선수 켈리프의 출전을 문제 삼았다. 켈리프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은 선수였기 때문이다. 당시 우마르 클레믈레프 IBA 회장은 “켈리프와 대만의 린위팅이 DNA 검사 결과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나 여자 경기에 참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켈리프의 올림픽 출전을 허락했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두 선수의 여자 복싱 경기 출전은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IBA는 판정 비리와 내부 부패 등으로 인해 IOC로부터 올림픽 경기를 주관할 자격을 박탈당한 상태다. 따라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신들이 내린 결정은 올림픽에 적용되지 않았다.
켈리프와 16강 첫 대결을 펼친 카리니의 조국 이탈리아는 발끈했다. 심지어 정치권까지 나서 켈리프의 선수 자격을 문제 삼았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남성의 유전적 특성을 가진 선수가 여성 대회에 출전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안드레아 아보디 이탈리아 체육부 장관은 “스포츠 최고 무대인 올림픽에서 선수 안전은 물론, 공정한 경쟁에 대한 존중이 보장돼야 하지만 카리니는 그렇지 못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결국 경기는 이뤄졌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카리니는 경기 시작 직후 켈리프의 주먹을 두 차례 얼굴에 맞은 뒤 자신의 코너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며 기권을 선언했고 곧바로 링을 떠났다.
카라니는 인터뷰에서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조국을 위해 항상 충성을 다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강한 펀치는 받은 적이 없었다. 코에 강한 통증을 느껴서 더는 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카리니가 켈리프의 펀치를 맞고 코뼈가 골절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렌지니 이탈리아 복싱 코치는 “경기 전 많은 사람들로부터 ‘제발 싸우지 마라. 상대방은 남자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성별 논란이 불거진 켈리프가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에선 61kg이하급의 출전해 8강까지 오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