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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전북)=이데일리 골프in 김세영 기자]국내 남녀 골프투어는 지난주부터 2주간 짧은 휴식기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국내에서 열리는 프로 골프 대회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바로 정규 투어에 뛰지 못하는 2부 투어 선수들의 경연장이다. 지난주 이틀간 스릭슨 KPGA 챌린지 투어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봤다.
▲그들만의 리그=지난달 25일과 26일, 전북 군산에는 폭염 경보가 내렸다. 아침부터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그런 가운데 스릭슨 KPGA 챌린지 투어 7차전(24~25일)과 8차전(26~27일)이 군산 골프장에서 열렸다.
보통 4라운드로 치러지는 정규 투어와 달리 흔히 ‘2부 투어’로 불리는 챌린지 투어는 이틀 동안만 열린다. 상금 규모도 정규 투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선수들의 경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주일에 한 대회장에서 2개 시합이 연달아 열리는 시스템이다. 대회당 총상금은 8000만원으로 올해부터 골프용품업체인 스릭슨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챌린지 투어만의 또 다른 특징은 개인 캐디가 없다는 점이다. 한 명의 캐디가 네 명의 선수를 보조하는 ‘1캐디 4백’ 시스템이다. 역시 경제적인 이유에서다. 선수들은 캐디피를 분담한다. 또한 정규 대회와 달리 선수들은 카트를 타고 이동한다.
갤러리도 경기장 안에 들어갈 수 없다. 챌린지 투어가 일종의 ‘테스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다. 챌린지 투어 종합 상금 랭킹 상위 5명에는 이듬해 정규 투어 시드를 부여한다. 준회원 중에서는 매 시즌(4개 대회) 종료 후 포인트 상위 8명에게 정회원 자격을 부여한다. 연간 총 24명이 이를 통해 정회원 자격을 획득한다.
이틀간 지켜본 대회 현장에서는 그러나 가족 몇몇이 선수들을 따라다녔다. 손진석 KPGA 투어 운영팀 과장은 “녹화방송을 하는 대회에 한해서 갤러리의 입장을 허용하지만 사실상 없는 편”이라며 “일부 가족이 대회장에 들어가지만 테스트 성격이다 보니 조용히 지켜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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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희망을 향해 뛴다=챌린지 투어는 정규 투어에 비해 일반인의 관심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없다. 그렇다고 열정마저 없는 건 아니다. 예선을 거쳐 참가자를 정하는데 한 대회당 무려 800~900명이 예선전에 도전한다. 136명의 참가자 중 시즌 상금 상위 5명을 제외한 나머지 131명은 예선을 거쳐야 한다. 매 대회 치열한 경합이 펼쳐지는 셈이다.
참가자들은 하나 같이 ‘내년에는 정규 투어에 진출하겠다’는 일념으로 매 대회 신중한 샷을 날린다. 그들 자신이 정규 투어와 2부 투어의 차이점에 대해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7차전에서는 김재승(24.스릭슨)이, 8차전에서는 박성호(24)가 정상에 올랐다. 김재승은 우승 후 “그동안 고생하신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서 ‘아빠 아들 우승했다’고 자랑했다”며 “챌린지 투어가 비록 상금 규모는 작지만 우리들에게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무대다. 이번 우승으로 좀 더 자신감 얻게 됐다”고 했다.
8차전 우승자 박성호는 “최근 디 오픈 중계를 시청하며 세계무대에 참가하는 것을 상상해 봤다. 지금은 꿈이 크게 느껴지지만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려고 한다. 남은 대회에서도 최선을 다 해 다음 시즌 정규 투어 카드를 얻겠다”고 다짐했다.
정규 투어 시상식과 달리 그들의 행사는 초라했다. 축하해 주는 갤러리는 아무도 없고, 일부 동료 선수만이 자리를 지켰다. 그들의 시상식은 보잘 것 없었지만 챌린지 투어에서의 경험은 앞으로 그들 골프 인생에 훌륭한 자양분이 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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