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코앞에 두고 있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피겨여왕’ 김연아는 기자회견 내내 여유가 넘쳐흘렀다. 올림픽 동반 2연패를 노리는 ‘스피드스케이팅 3인방’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서로 장난을 치는 등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쇼트트랙 대표팀의 기자회견은 달랐다. 선수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분위기는 무겁기만 했다. 말도 최대한 아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유는 최근 불거진 성추행 코치 파문 때문이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 9일 여자대표팀 장비 담당 코치가 과거 여자 선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으로 선수촌에서 퇴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알 수 있는 대한빙상경기연맹 고위임원이 해당 코치를 비호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소치동계올림픽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이 불거져 심각성이 더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4일에는 장명희 아시아빙상경기연맹(ASU) 회장을 비롯한 빙상 원로들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과 횡포에 직격탄을 날리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선수들에게 쏟아진 질문 내용도 이런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여자 쇼트트랙 맏언니 박승희는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온 것은 없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훈련이 바빠서 그런 것에 휘말리는 것은 없다. 코치 선생님들도 우리가 훈련에 집중할 수 있게 많이 노력하신다”고 애써 강조했다.
하지만 영향이 없을 수 없다. 당장 여자대표팀 장비 코치가 빠지면서 여자대표팀 훈련을 책임지는 최광복 코치가 장비 관리까지 담당하고 있다. 안 그래도 스태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다. 여전히 연맹은 장비담당 코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은 잘못이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말한 대로 최선을 다해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선수들은 훈련해서 피곤해서 자고, 자고나서 다시 운동만 한다”는 최광복 코치의 말이 대표선수들의 노력을 잘 설명해준다.
잘못은 선수들에게 무거운 짐을 안겨준 연맹 어른들에게 있다. 쇼트트랙은 ‘올림픽 효자종목’이라는 명예스런 수식어와 함께 ‘사고뭉치’이라는 악명으로도 유명하다.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각종 파문으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때는 코치와 선수들끼리 파벌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른바 ‘짬짜미’ 의혹까지 불거져 해당 선수와 코치들이 중징계를 받았다. 심지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연맹은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하고 또 문제를 일으켰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만 반짝 움직이는 척 할뿐이다. 언제나 연맹이 사고를 치면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양상이다.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였던 안현수는 스스로 ‘빅토르 안’이 되는 것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미 이 사건으로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망신도 당했다. 소치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러시아의 유명 포털 사이트 ‘델피’는 “소치 올림픽을 불과 한 달 남은 상태에서 한국 코치의 성추행 사건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대표선수들은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런 선수들에게 사기를 북돋워 주지는 못할 망정 우울한 짐만 안겨주는 연맹의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연맹이 지금처럼 헛발질만 거듭한다면 김재열 회장이 직접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올림픽 선수단 단장을 맡았다고 기뻐할게 아니라 자신이 맡은 단체를 제대로 이끌어야 한다. 회장의 역량이나 의지가 부족하다면 대한체육회 등 상위 단체에서 강한 메스를 들이대는 수밖에 없다.


!['개과천선' 한국판 패리스 힐튼 서인영의 아파트[누구집]](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5/PS26050300075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