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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장서윤기자] 판타지·악녀 신드롬·'줌마렐라'의 계속된 강세….
상반기 드라마를 주름잡은 주요 코드다.
사회적으로 경제 불황이 계속되고 자살 등 밝은 뉴스보다는 우울한 소식이 더 많이 들려왔던 올 상반기 브라운관에서는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두드러짐과 동시에 성공 스토리를 주축으로 한 밝고 경쾌한 내용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편으로는 자극적인 설정과 비현실적인 스토리 전개로 '막장드라마'라는 오명 속에서도 시청률 30%대를 상회하며 선전한 SBS '아내의 유혹'도 새로운 신드롬으로 불릴 만큼 주목할 만한 현상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상반기 사랑받았던 작품을 중심으로 드라마계를 관통한 코드를 정리해보았다.
밝고 경쾌한 '판타지 드라마' 선전
방송 초반부터 큰 인기를 얻으며 주목받은 KBS '꽃보다 남자'는 이후 '꽃남 신드롬'이라고 불릴만한 위력을 발휘하며 상반기 가장 히트한 콘텐츠로 떠올랐다.
드라마의 해외 수출 뿐 아니라 극중 구준표 역으로 출연해 데뷔 3년 만에 빛을 본 탤런트 이민호를 비롯한 F4 4인방과 금잔디 역의 구혜선은 휴대폰·음료·의류 등 10~20대를 타깃으로 한 제품에 줄줄이 모델로 낙점되기도 했다.
기획 당시에는 방송가에서 편성을 거절당하는 등 홀대받던 '꽃보다 남자'의 대성공은 '판타지 드라마'의 가능성을 재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재벌가를 배경으로 한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비판 속에서도 '꽃보다 남자'는 10대뿐 아니라 중장년층 여성들 사이에서도 대리만족적 기제로 작용하며 각광받았다.
이와 관련, 한 드라마제작 관계자는 "불황에는 밝고 경쾌한 '석세스 스토리(success story, 성공담)'가 먹힌다는 공식이 확인된 예라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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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드라마에서 보여진 강해진 여성 캐릭터들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인기와 비판을 한꺼번에 받으며 저녁 7시대 프로그램으로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보인 '아내의 유혹'은 명백한 선과 악의 대립구도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버럭 애리'라는 별칭을 얻으며 매회 고함연기를 보여준 김서형의 모습은 '악녀의 재발견'이라는 새로운 평가를 불러왔다.
여기에 KBS '미워도 다시 한번' MBC '내조의 여왕' 등에서 나타난 '아줌마들의 힘'도 상반기 드라마의 강력한 지지기반으로 자리했다. 기존 20대~30대 초반 여성 탤런트들이 미니시리즈 주인공을 맡았던 것과 달리 두 작품 모두 최명길 전인화('미워도 다시 한번') 김남주 이혜영('내조의 여왕') 등 30대 중후반~40대 연기자들을 전면에 내세워 선전했다.
신선하지만 미숙한 연기력보다는 노련미와 친근함, 그리고 자신만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할 줄 아는 이들 '줌마렐라' 캐릭터들에 시청자들은 더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여성들의 경제력 향상에 따른 주도권 확보가 늘어나면서 보여지는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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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MBC '돌아온 일지매' SBS '자명고' KBS '천추태후' 등 상반기 방송한 사극은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지난달 25일 첫방송한 MBC '선덕여왕'이 무서운 상승세를 펼치고 있긴 하지만 앞서 방송한 세 작품은 준비 규모에 비해 큰 반향을 불러오지는 못했다.
'궁'의 황인뢰 PD가 섬세한 연출력을 고스란히 재현한 '돌아온 일지매'는 퓨전 요소를 가미해 눈길을 끌었음에도 첫방송 이후 점점 시청률이 하락하는 아픔을 맛보았고 당초 50부작으로 기획됐던 SBS '자명고' 또한 자신만의 개성을 확실히 살리지 못하면서 고전중이다.
'대작 드라마'에 이은 '스타 캐스팅'이 생각만큼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한 점도 상반기 드라마계 이슈 중 하나다.
KBS '천추태후'는 200억원, SBS '카인과 아벨'은 75억원이 각각 투입돼 평균 10%대 중반 시청률을 기록, 최근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추이를 볼 때 비교적 선전했지만 기대만큼 새로운 반향을 불러오지는 못했다.
또, 한류스타로 자리매김한 권상우가 주연한 MBC '신데렐라맨'이나 김아중·황정민이 호흡을 맞춘 KBS '그저 바라보다가'도 스타 캐스팅의 빛을 보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