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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무협사극부터 순정만화와 만난 무협영화까지, 최근 드라마와 영화들에서 무협극을 표방하고 있는 작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내 무협극들은 주로 중국의 정통무협과는 다른 ‘의적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춰왔다. 지역적으로나 정서적으로도 방대한 스케일과 무림 고수들이 무술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보다는 난세에 등장하는 의적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더 사랑받아왔다.
기본적으로 무협극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서민영웅이라는 점은 같지만 근래의 주인공들은 예전의 그들과는 사뭇 다르다. 1990년대의 드라마 ‘임꺽정’, ‘홍길동’, ‘일지매’ 등 무협극의 주인공들은 주로 처음부터 뛰어난 무술 실력에 힘, 지혜, 의리, 성품을 모두 겸비한, 말 그대로 ‘영웅’이었던 반면 최근 무협극 주인공들은 (적어도 드라마 초반에는) 어수룩하고 껄렁해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SBS 드라마 ‘일지매’는 방영 초반 일지매로 활약하기 전까지의 용이(이준기 분)는 저잣거리의 양아치로 껄렁거리며 살아간다. KBS 2TV 드라마 ‘최강칠우’의 칠우(에릭 분)도 마찬가지. 어릴 적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은 일지매와 같지만 일지매는 그 범인을 찾기 위해 의적이 되는 것에 비해 칠우는 세상을 바꾸라는 아버지의 유언에도 ‘가늘고 길게’를 인생의 모토로 삼고 살아간다.
순정, 청춘, 명랑 만화와 무협이 결합된 영화 ‘무림여대생’의 소휘(신민아 분)도 무술 신동 소리를 들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지만 사랑에 눈이 멀어 무림의 세계를 떠나려 하는 인물이다. 더욱이 무협극의 원톱 주인공이 여자라는 점에서 이전 작품들과 또다른 차별성을 가진다.
전체적인 이야기도 이전 무협극들이 ‘나라 걱정에 밤을 지새우는’ 주인공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 무협극들은 개인적 아픔을 지닌 주인공이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 등을 덧입힌다.
이 같은 무협극의 변화에 대해 한 방송관계자는 “시청자나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의적이나 영웅 캐릭터도 평면적인 인물에서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평범하거나 그보다도 못한 인물이 영웅이 되는 성장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더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일지매도, 칠우도, 소휘도 정의나 복수를 위해 의적이나 영웅으로 거듭나고 기합을 다시금 불어넣는다. 이는 영웅이 나타나 정의를 수호한다는 것이 시대를 불문하고 무협활극이 가지는 묘미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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