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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뉴진스 멤버들이 직접 나섰다. ‘뉴진스 맘’으로 불리던 민희진 전 대표가 대표이사에서 해임되고, 신우석 돌고래유괴단 감독 등 협력 관계를 이뤘던 이들이 어도어 현 경영진과 갈등 상황이 계속되자 직접 입장 표명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뉴진스 멤버들은 팬 소통 플랫폼 포닝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의사를 표현했지만, 이번엔 직접 방시혁 의장과 하이브를 언급하면서 공개적으로 시정을 요구했다. 앞서 민희진 전 대표는 해임 가처분 승소 이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뉴진스의 미래, 팬들과 주주들을 위해 “한 수 접겠다”면서 하이브에 화해를 제안한 바 있다. 뉴진스 멤버들까지 직접 나선 만큼 화해를 받아들이고 갈등을 극적 봉합할지, 갈등 상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지는 이제 하이브의 선택에 달렸다.
◇뉴진스 “민희진의 어도어 원해… 순응 안 할 것”
뉴진스 다섯 멤버는 11일 공식 채널이 아닌 별도로 개설한 유튜브 계정을 통해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심경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하니는 하이브 사옥에서 타 레이블 매니저로부터 대놓고 무시당했다고 폭로했고, 이를 김주영 신임 어도어 대표에게 말했지만 증거가 없다면서 무마당했다고 주장했다.
혜인은 민희진 전 대표의 해임 소식을 기사를 통해 알았다며 “우리를 하나도 존중하지 않고 있구나란 확신을 들게 했다”고 작심 발언했다.
다니엘은 하이브를 향해 민희진 전 대표를 그만 괴롭혀달라고 호소했다. 다니엘은 “하이브가 비인간적인 회사로 보인다”며 “저희가 이런 회사를 보고 뭘 배우겠냐”고 대놓고 비판했다.
민지는 “저희가 원하는 건 민희진 대표님이 대표로 있었던,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 어도어”라며 “이런 요청을 드리는 건, 이것이 하이브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오는 25일까지 예전 어도어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해린은 “그 사람들이 속한 사회(하이브·현 어도어)에 같이 순응하거나 동조하거나 따라가고 싶지 않다”며 “저는 그 방향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시정되지 않을 경우 더 큰 갈등 상황이 발생할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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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하이브 및 어도어 현 경영진은 오는 25일까지 뉴진스의 요구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3일 개정된 ‘대중문화예술인(가수·연기자) 표준전속계약서 고시 일부 개정’ 제16조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등에 따르면 ‘기획업자’ 또는 ‘가수’ 중 일방이 이 계약에서 정한 내용을 위반하는 경우 그 상대방은 유책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 14일의 기간 동안 위반사항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위반사항이 시정되지 아니하거나 혹은 시정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위반사항의 시정이 지체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시정일로부터 14일의 범위에서 그 시정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뉴진스가 어도어(하이브)와의 계약 해지까지 염두에 두고 공개 요구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계약에서 정한 내용의 위반을 전제조건으로 한다는 점에서, 계약상 유책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길고 긴 법정싸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표이사 선임 여부는 전적으로 이사회의 권한이라는 점도 변수다. 민희진 전 대표 및 소속 아티스트의 동의 없이 이뤄진 인사지만, 절차상으론 적법했다는 점을 하이브와 어도어가 계속해서 강조했던 상황인 만큼 이같은 결정을 뒤집을 명분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특히 어도어를 제외하고 하이브 산하 전 레이블이 프로듀싱과 경영이 분리돼 운영되고 있는 만큼, 어도어만 예외를 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민희진 전 대표와 쏘스뮤직, 빌리프랩이 현재 법적 분쟁 중이라는 점에서도 하이브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어도어는 지난달 27일 민희진 전 대표를 해임하고 김주영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어도어는 민희진 전 대표가 물러나더라도 뉴진스 프로듀싱 업무는 그대로 맡고, 어도어 사내이사직 또한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희진 전 대표 측은 회사로부터 일방적으로 해임 통보를 받았고, 프로듀싱 업무를 맡아달라고 제안한 업무위임계약서의 내용도 불합리하다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