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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오는 25일 자신의 신작 ‘스파이의 아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첫 시대극에 도전한 이유, 민감한 일본의 전범 문제를 주제를 다룬 취지, 이를 한국 관객들에게 내보내는 소감 등을 한국 언론과의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감 없이 털어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계가 겪는 변화와 일본 영화계의 현주소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전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이날 장기화된 팬데믹 사태로 극장의 빈자리를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가 대체 중인 영화계 현상에 대한 생각과 일본 영화계의 현 상황은 어떤지를 솔직히 전했다. 그는 “코로나 영향으로 영화계뿐 아니라 전세계 수많은 부분들이 변화를 겪었고 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운을 떼며 “다만 영화계에서 일본만큼은 전세계와 확연히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귀멸의 칼날’이란 작품이 극장에서 대히트를 하는 이변적인 일도 있었다. 이는 관객들이 좋아하는 작품만 있다면 자연스레 모일 수 있는 곳이 영화관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히트할 작품이 있어야만 영화관에 모인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상업적으로 히트할 요소가 없는 영화들이 설 자리가 어렵다는 의미도 된다. 히트할 것들만 상영하려 하고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영화들을 더 이상 개봉하지도, 만들지도 않으려 하는 흐름이 생길까봐 걱정이다. 코로나19와 같은 흐름으로 이런 일들이 심화되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상업 영화의 득세 속 작가주의 영화와 대립하는 국제 영화 산업 전반의 상황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전했다. 구로사와 감독은 “세계 전체 영화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예전부터 예산을 많이 들인 영화가 있었는가 하면, 돈을 들이지 않고 작가주의적으로 접근한 영화들도 있어왔고, 두 흐름이 갈등한 적도 있었다. 예전부터 존재해왔던 일들이다. 그래서 진정한 영화가 상업영화인지, 작가주의 영화인지 둘 중 하나로 규정해 구분짓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 같다. 그런 모호성이 영화라는 분야 자체를 풍요롭게 만들었다고도 본다”고 밝혔다.
상업 애니메이션 영화가 주류가 된 일본 영화계의 현주소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일본 영화계 역시 실사 영화가 힘을 가진 때도 있고 애니메이션이 지금처럼 잘되는 시기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대담하게 영화를 만들고 다양한 영화들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만약 세월이 흘러 영화가 어느 한 종류만 남는다거나 그 이외 영화라 말할 수 있는 종류가 사라지면 슬플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매우 다양한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안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본 내부에서 또 해외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감독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구로사와 감독은 먼저 일본 영화계의 상황에 대해 “일본에선 해외 큰 영화제에 출품하게 되는 작품이 저널리즘이 화제성을 만들어내 출품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한순간 화제가 될 수 있지만 단순한 ‘순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진정 일본의 영화 감독들이 내부에서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에 대해선 깊이 생각되지 않고, 저 역시 잘 모른다. 해외에서 새로운 감독들을 많이 발견해주시지만, 일본 안에서는 그 발견이 쉽지 않다. 저 역시 일본 안의 사람이라 잘 모르고, 이게 현실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주목 중인 해외 감독들은 있다고 했다. 그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 페도로 알모도바르 감독, 그리고 한국의 봉준호 감독 세 분이 떠오른다. 그 외에도 주목하는 분들은 많다”고 언급했다.
한편, 오는 25일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스파이의 아내’는 1940년 고베의 무역상 ‘유사쿠’(타카하시 잇세이)가 만주에서 목격한 엄청난 비밀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자 아내인 ‘사토코’(아오이 유우)가 이를 만류하며 벌어지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큐어’와 ‘도쿄 소나타’를 연출한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시도한 최초의 시대물로, 아오이 유우와 타카하시 잇세이, 히가시데 마사히로 등이 출연한다. 특히 지난해 열린 제77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스파이의 아내’는 25일 국내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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