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떠돈 ‘야인’ 키타야마, ‘올스타들’ 꺾고 특급 대회서 첫 우승(종합)

주미희 기자I 2023.03.06 11:33:57

PGA 투어 ‘특급’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서 첫 우승
콘페리투어·아시안투어·DP 월드투어 등 전전한 ‘무명’
우승 상금 46억6천만원 ‘잭폿’…세계 랭킹 19위 상승
메이저 마스터스·디오픈 출전권까지 획득

커트 키타야마가 6일 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정상에 오른 뒤 파머의 상징인 빨간색 카디건을 입고 미소짓고 있다.(사진=AP/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세계 랭킹 46위의 ‘언더독’ 커트 키타야마(30·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특급 대회’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2000만 달러)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키타야마는 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클럽&로지(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를 잡고 보기 1개, 트리플보기 1개를 범해 이븐파 72타를 쳤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한 키타야마는 공동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해리스 잉글랜드(미국)를 1타 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무려 360만 달러(46억6000만원)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나선 키타야마는 8번홀까지 2타를 줄이며 순항하던 중 9번홀(파4)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하고 위기를 맞았다. 샷이 코스를 크게 벗어난 탓에 5번째 샷을 치고 나서야 힘겹게 그린에 올라올 수 있었다. 이후 16번홀까지 긴 파 행진을 벌였고, 마지막 조로 경기한 그가 3홀을 남겼을 때 5명이 공동 선두에 오르는 등 혼전이 빚어졌다.

이때 키타야마는 17번홀(파3)에서 4m 거리의 클러치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는 자칫하면 스리 퍼트가 나올 수 있는 14.5m의 먼 거리 버디 퍼트를 남겨놨지만, 이 퍼트를 핀 5cm 거리까지 붙여 파를 기록하고 첫 우승을 확정했다.

키타야마는 PGA 투어 카드를 얻기 위해 전 세계 10개 투어를 누빈 ‘야인’이다. 2015년 프로로 전향한 뒤 PGA 2부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 활동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아시안투어의 2부투어인 아시안 디벨롭먼트 투어에서도 활동했으며 아시안투어, 유러피언투어를 전전했다. 캐나다, 한국, 일본, 호주 등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면 어디든 날아갔다.

2018년과 2019년 유러피언투어에서 두 차례 우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2021년 PGA 2부투어 콘페리투어 파이널을 통과해 2021~22시즌부터 PGA 투어 시드를 확보한 뒤에도 32개 대회에서 톱10 네 차례에 그쳤을 뿐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지만 스코티 셰플러(미국), 매킬로이, 저스틴 토머스(미국), 조던 스피스(미국) 등 ‘올스타’들이 추격한 탓에 키타야마의 우승 전망은 밝지 않았다.

그러나 키타야마는 강풍이 불어 타수를 줄이기 쉽지 않은 조건에서도 1위를 지켰다. 그는 대회 주최자인 고(故) 아널드 파머의 시그니처 빨간색 카디건을 입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했다. 세계 랭킹은 46위에서 19위로 급상승할 전망이고,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와 디오픈 챔피언십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키타야마의 18번홀 두 번째 샷.(사진=AP/뉴시스)
키타야마는 “9번홀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하고 위기를 맞았지만, 다시 경쟁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우승까지 차지해서 자랑스럽다”며 “우승 경쟁을 할 때는 운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행운이 나에게 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 랭킹 2, 3위인 셰플러와 매킬로이는 역전 우승하면 세계 1위에 복귀할 수 있었지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매킬로이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3m 버디 퍼트를 놓쳐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지 못하고 1타 차 공동 2위(8언더파 280타)에 만족해야 했다.

전날 1타 차 2위에 올라 역전 우승이 기대됐던 디펜딩 챔피언 셰플러는 1타를 잃고 패트릭 캔틀레이(미국), 스피스와 함께 공동 4위(7언더파 281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존 람(스페인)은 지난해 8월 투어 챔피언십 이후 약 7개월 만에 처음으로 톱10 밖으로 밀려나 공동 39위(1오버파 289타)에 머물렀다. 가까스로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1타를 줄이고 공동 21위를 기록한 임성재(25·3언더파 285타)가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김주형(21)이 공동 34위(이븐파 288타), 김시우(28)와 김성현(25)이 공동 39위(1오버파 289타)로 뒤를 이었다. 이경훈(32)은 공동 53위(2오버파 290타)에 자리했다.
로리 매킬로이의 최종 4라운드.(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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