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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에 공감해요. 다만 업종의 특수성이 고려됐어야 합니다. 6개월(처벌 유예기간) 동안 잘 정착되도록 해야죠.”(제작사 예능 PD)
방송가에 비상이 걸렸다. 3일 후로 다가온 근로시간 단축 때문이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로 방송업은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오는 7월 1일부터 주 68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다. 주 52시간 근무 제한은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에 들어간다. 업무 특성상 연장·야근 근로가 많고 업무 주기가 일정하지 않은 방송가에선 혼란이 예상된다.
드라마 제작 현장의 주간 평균 노동 시간은 100시간을 훌쩍 넘긴다. 매주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예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는 인력 충원부터 재량 근무제 도입까지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선 “늘어난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는 방송사나 대형 제작사만 살아남는 환경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재량 근무제로 가닥, 괜찮을까
각 방송사는 저마다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노동 시간 단축을 앞두고 최근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제작 과정을 간소화하고, 방송 분량을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 지상파 예능국 PD는 “관행적인 절차만 없어져도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제작 과정을 전면 검토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단계는 없애고자 한다”고 말했다.
재량 근무제 도입 논의도 활발하다. 재량 근무제는 근로시간, 업무수행방법까지 근로자의 재량에 맡기고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 없이 노사가 서면합의한 시간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업무의 특성상 근로의 양보다 근로의 질이나 성과에 의해 보수가 결정되는 것이 적절한다는 판단이 작용한다. 프로그램 단위로 혹은 PD 개인이 재량껏 근무 시간을 정할 수 있다. 밤샘 촬영이 빈번한 드라마 방영 막바지에 몰아 일하고 이후 한 달 간 휴식하는 상황도 가능하다. 일부 방송사는 노사 협의 단계에 있다.
프로그램 성격이 제각각인 만큼 합의 내용 조율도 숙제다. 한 예능PD는 “예능만 해도 스튜디오, 야외 버라이어티, 시즌제 등 촬영 방법이나 노동 집약 수준이 다르다. 세부적인 사안까지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실상 의사 결정권이 없는 ‘막내급’ 스태프들은 “‘재량껏’이란 명목 하에 일만하고 보상은 못 받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해외 촬영은?…“명백한 답 없어”
세부적인 상황으로 파고 들어가면 혼란은 가중된다. 고용부는 지난 26일 유연근로제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을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지침으론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휴식과 근로시간을 구분하는 기준이 대표적이다. 폭우나 폭설 등 자연재해로 촬영이 지연됐다면, 대기 시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근로자가 휴식 중이라도 사용자의 지휘·감독이 있었다면 근로 시간으로 인정하지만, 상황에 따라 해석이 분분하다. 해외나 지방 로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이동하는 시간을 근로 시간에 어떻게 포함할지도 방송사 노사 협의 사안 중 하나다.
촬영·조명·음악·미술·의상·소품 등 스태프들에 대한 지위 설정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 과거엔 ‘통계약’, 즉 턴키 계약 혹은 일괄계약방식으로 각 파트별 팀장이 자기 명의로 계약해 팀 내 스태프에게 나눠주는 형태의 계약이었다. 프리랜서로 분류하면 근로기준법 개정과 무관하지만, 노동자로 분류하면 임금 산출 등이 달라진다.
올 하반기 편성 드라마를 촬영 중인 한 드라마 제작자는 “우선 관행대로 운영하고 있지만 답답한 건 사실”이라며 “어디에서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관건은 제작비…“양극화 심화 우려”
업계는 개정안의 방향성에 공감한다고 말한다. 한 방송사 고위급 관계자는 “그동안 방송업은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에서 소외돼 있었다. 요즘 신입 조연출들부터 과거와 다르다. 일 때문에 사생활이나 행복을 포기할 순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정착시켜 나갈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측면에선 사전 제작 정착과 프로듀서 영역 강화 등도 예상된다. 현재는 한 명의 PD가 기획, 촬영, 편집, 모니터링까지 깊숙이 관여한다. 특히 예능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근로 시간 단축을 위해선 영미권 시스템처럼 세분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모든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다. 드라마 업계에선 인건비 증가 등으로 최소 2배 이상 제작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수익구조 악화는 한류의 기반이 됐던 미니시리즈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로케이션도 줄고 대본도 단순화되면 볼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결국에는 방송사, 글로벌 플랫폼이나 대형 드라마 제작사의 작품만 살아남는 구조다. 산업의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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