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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포기 몰랐던 한국 럭비, 승리보다 값진 자신감 얻었다

이석무 기자I 2022.07.10 12:29:51
9일 오후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챔피언십 결승전 한국 대 홍콩의 경기. 후반전 한국 김광민이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오후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챔피언십 결승전 한국 대 홍콩의 경기. 21-23으로 패한 한국 남자 럭비팀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럭비가 아름다운 패배가 뭔지 보여줬다. 비록 아시아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큰 감동을 선물했다.

찰리 로우 감독이 이끄는 한국 15인제 럭비 국가대표 선수단(세계랭킹 30위)이 9일 인천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챔피언십(ARC) 결승전에서 세계 22위 홍콩에게 21-23 역전패했다.

준결승에서 말레이시아를 55-10으로 크게 이기고 결승에 오른 한국은 ‘아시아의 럭비’ 강국 홍콩을 만나 역전의 역전을 거듭하는 접전을 펼쳤다. 2019년 펼쳐진 마지막 맞대결에서 3-64로 대패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홍콩은 선수 대부분이 영국 등 해외에서 귀화한 선수들이다. 한 눈에 보더라도 홍콩 선수들의 체격이 월등히 앞섰다. 하지만 한국은 피지컬적인 불리함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에 15점을 내주며 0-15로 끌려갔다. 하지만 후반전에 돌입하자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최승덕의 트라이를 시작으로 연속 득점을 올려 15-15 동점을 만들었다.

한국은 후반 29분 오지명의 페널티킥을 더해 18-15, 첫 역전에 성공했다. 2분 뒤 홍콩의 네이선 드티에리가 트라이를 성공시켜 다시 18-20으로 경기가 뒤집혔지만 곧바로 오지명이 상대 파울로 받아낸 페널티킥을 세 번째로 집어넣어 21-20으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 파울로 홍콩을 힘으로 밀고 들어오던 홍콩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결국 마지막 순간 그레고르 맥니시에게 3점을 내주는 바람에 2점 차 석패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 대회를 이겼더라면 한국은 2002년 이후 대회 첫 우승이자 통산 여섯 번째로 아시아 정상에 등극할 수 있었다. 아울러 한국 럭비 100여년 역사상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15인제 럭비 월드컵 진출도 기대할 수 있었다. 이 경기 승자는 15인제 럭비 월드컵 최종 예선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오는 23일 통가와 맞붙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패배로 한국 럭비는 모든 기회가 날아갔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수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감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로우 럭비 국가대표팀 총감독은 “이번 경기는 팀이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며 “홍콩과 경기를 통해 팀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장 김광민도 “전반에는 상대가 거칠게 나오다 보니 선수들이 조금 당황했지만, 후반에는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경기를 통해 팀의 경쟁력을 확인했다”고 평했다. 이어 “3년 전 경기에서는 크게 졌는데 오늘은 비등비등한 경기를 하며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최윤 대한럭비협회장도 활짝 웃었다. 최윤 회장은 “비인지 스포츠라는 그늘 속 무관심이 익숙했던 럭비 불모지에서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홍콩이라는 럭비 강국 못지 않은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면서 “이번 아시아럭비 챔피언십을 통해 한국 럭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오늘 경기장에 직접 방문해주신 1000여명의 관중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한국 럭비가 ‘인기 스포츠’가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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