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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벙커 피하도록 '아멘'"..프로골퍼도 두려워하는 악마의 코스

김인오 기자I 2016.04.01 06:05:00

오거스타 내셔널 아멘코너, 개울과 바람에 타수 와르르
PGA 내셔널 챔피언 코스, 베어트랩 악명

오거스타 내셔널 12번홀 전경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골프는 경쟁자를 넘어서야 되는 운동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된다. 필드에 오르면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된다. OB, 해저드, 벙커 등 각종 장애물에 맞서 이겨내야만 한다.

하지만 프로골퍼들도 피하고 싶은 코스는 존재한다. 타수를 줄이는 게 골프의 묘미지만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두배’인 코스가 있다. 선수들도 두려워하는 ‘악마의 코스’를 알아봤다.

4월 7일 늦은 밤(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골프의 명인들이 ‘그린재킷’을 놓고 벌이는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막을 올린다. 대회장인 오거스타 내셔널은 ‘유리알 그린’에 실수를 용납치 않는 코스 세팅으로 악명높은 곳이다. 특히 플레이를 하는 동안 ‘아멘’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고 해 ‘아멘 코너’라는 별칭이 따라붙은 11번홀~13번홀이 가장 어렵다. 홀 자체가 어려운데다 개울을 끼고 있고 방향을 읽기 힘든 바람 때문에 타수를 잃기 십상이다.

파4홀인 11번홀은 지난해 평균 타수 4.326타를 기록될만큼 어려운 홀이다. 아멘 코너의 중심인 12번홀(파3)은 그린 앞에 래의 크릭(Rae‘s creek)이라는 개울이 흐르고, 뒤에는 벙커 2개가 도사리고 있다. 2013년 당시 디펜딩챔피언이었던 버바 왓슨(미국)은 마지막 날 세 차례나 공이 물에 빠지면서 10타 만에 홀을 벗어나는 참담함을 맛봤다.

아멘 코너의 마지막 관문인 13번홀(파5)은 상대적으로 쉽다. 왼쪽으로 휘어진 도그렉 홀로 티샷만 잘 맞으면 2온 후 이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병 주고 약 주는 곳’으로 대회 승패를 좌우하는 ‘승부홀’이다.

PGA 투어 혼다 클래식이 열리는 플로리다주 PGA 내셔널 챔피언 코스는 ‘베어트랩(곰의 덫)’이 선수들을 괴롭힌다. 출발홀인 15번홀 입구에 설계자인 잭 니클라우스를 상징하는 곰 동상이 위협적인 모습으로 서 있다. 앞에 있는 명판에는 ‘You Are Now Entering the Bear Trap(당신은 지금 곰의 덫에 들어섰습니다) You should be won or lost right here(여기에서 승리가 판가름 날 것이다)’ 라고 씌어 있다.

15번홀(파3)은 바람이 말썽이라 상당수의 선수들이 자신의 볼을 그린 오른쪽 워터해저드에 헌납한다. 핀이 그린 오른쪽 뒤편에 꽂힌 날은 최악이다. 16번홀(파4)에서는 티샷이 오른쪽 경사를 타고 물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자주 목격된다. 17번홀(파3)은 그린에 못 올리면 물 아니면 벙커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베어트랩의 평균 스코어는 2.571 오버파. 2타만 잃어도 웃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나머지 15개홀 평균은 3.535 언더파였다.

골프의 발상지로 불리며 디오픈 챔피언십이 열리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의 명성도 뒤지지 않는다. 폭격을 맞은 듯 깊이 패어있는 벙커가 위협적이다. 가장 유명한 홀은 14번홀 ‘지옥 벙커(Hell Bunker)’. 그린을 둘러싸고 있는 약 10피트(약 3m) 깊이의 벙커는 수많은 골퍼들을 주저 앉혔다. 베어트랩을 만든 니클라우스도 전성기 시절 이 홀에서 3차례 스윙을 한 후 벗어난 적이 있었다.

국내에는 한국오픈이 열리는 천안 우정힐스CC가 유명하다. 바다표범을 닮았다고 해서 실 코너(Seal corner)로 불리는 16번~18번홀이 승부처다. 공략이 어렵진 않지만 이 세 홀에서 ‘보기를 범하면 우승할 수 없다’는 징크스가 있다. 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대회장인 여주 블루헤런GC 15~18번홀은 ‘4D코너’로 불린다. ‘어렵고(Difficult), 위험하고(Dangerous), 죽기 아니면 살기(Dead or Live), 드라이버 샷을 죽을 힘을 다해 멀리 보내야(Drive to death)’라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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