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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많은 사람이 '유 고 걸'의 이미지를 기대했지만, 답습은 싫었어요. 새로운 게 필요했죠. 그래서 고민하다 내가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힙합이 아닐지에 대한 생각을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즐겨들어 제 삶의 일부가 된 음악이기도 했고요."
데뷔 13년 차 가수 이효리가 세 번째 출발선상에 섰다. 1998년 그룹 핑클로 데뷔해 2003년 솔로 활동을 이어온 이효리가 댄스가 아닌 힙합 음악을 들고 새로운 시작을 알린 것.
'이효리표 힙합 음악'은 신선하면서도 친숙했다. 13일 발매된 이효리 4집 '에이치-로직'(H-Logic) 타이틀곡 '치티치티 뱅뱅'(Chitty Chitty Bang Bang)은 작렬하는 비트에 강렬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이다. 첫인상은 낯설었지만 클라이맥스가 확실해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귀에 감겼다. 유럽풍 신시사이저 멜로디가 돋보인 '러브 사인', 트럼펫과 만돌린 연주가 이국적인 '그네'는 세련되면서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새 그릇을 빚기란 쉽지 않은 법. 4집 완성을 위해 천 여곡의 데모를 받은 이효리는 1년이란 오랜 시간 동안 4집 기획과 녹음을 진행했다. 마음에 드는 타이틀곡이 나오지 않아 음반 발매도 애초 1월에서 이달로 미뤘다.
"나이 서른 둘에 힙합 사운드 기반의 댄스 음악을 하는 만큼 기존 걸그룹과의 차별화가 절실했어요. 여러 가지 부담이 있었죠. 그래서 곡도 많이 받은 거고 또 그만큼 많이 들어봤고요. 외국 작곡가에게 곡을 받다 보니 시차나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작업이 늦어진 부분도 있어요. 대성이와 부른 '하우 디드 위 겟' 같은 경우 애니 레녹스의 '노 모어 아 러브 유즈'(No More I Love You's)커버곡 승인받는데도 시간이 한두 달 걸렸고요."
산고 끝에 이효리가 낳은 '에이치 로직'. 다행히 시작은 좋았다. 음반 발매 전 선 공개 된 '그네'는 타이틀곡이 아님에도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지난 12일 공개된 '치티치티 뱅뱅'도 '그네'의 뒤를 이어 음원차트 정상을 석권했다.
"유명에 비해 볼 거 없다는 말을 싫어하는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많았다'는 평을 들어 기분은 좋아요. 많은 분이 제 스타일 외에도 음반에 관심을 두신 것도 즐거운 변화 같아요. 무엇보다 타이틀곡 보다 전곡으로 승부하고 싶었는데 그 바람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 같아요. 다들 싱글 내고 마는 현실이지만 수록곡에 힘을 실어 소장하고 싶은 음반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이효리는 새 음반의 곡을 더욱 많이 노출하려고 4집 수록곡 여섯 곡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방송사 음악프로그램인 '엠카운트다운', '뮤직뱅크', '쇼!음악중심', '인기가요'에서 '치티치티 뱅뱅'을 공통으로 선보이고 나머지 한 곡은 다 다른 곡으로 무대를 꾸밀 것"이라는 게 이효리의 말이다.
'패셔니스타' 이효리는 기존 '핀업걸' 스타일에서 벗어나 힙합 음악에 맞게 바지통이 큰 올드스쿨 느낌의 의상 콘셉트로 출격 준비를 마쳤다. 안무 연습도 끝냈다. 이효리의 나이 올해로 서른 둘. 격렬한 안무가 벅차지는 않을까.
"타고난 체력이 좋아 걱정은 안해요. 단지 '패밀리가 떴다'하면서 몸을 방치했는데 음반 발매하기 두 달 전부터 등산 매일하고 그래서 문제는 없어요. 주위에서는 나이 들면 안무가 스타일리시하게 가야하는데 너는 왜 너 격렬해지냐고 농담도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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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있는 자신감…'그네'에서 엿보인 이효리의 과도기
'에이치-로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효리의 자신감이었다. 자신의 논리로 만들었다는 '에이치-로직'이라는 음반 타이틀부터 '누구보다 나를 더 믿는걸. 그냥 나를 지켜봐. 사실 너도 나를 알잖아. 나의 무대가 두렵잖아'의 노랫말이 인상적인 '치티치티 뱅뱅'과 '아무리 날 따라 해봐도 나는 매번 앞서 간다'는 내용의 '아임 백'(I'm Back)까지 그녀는 어떤 때보다 당당했다.
"아무래도 힙합 음반이다 보니 좀 더 자신감 있어 보이고 으스대는 가사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음반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고요. 하지만, 솔직히 이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해 못했던 것들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 말에 신경을 쓰다 보니 계속 제가 움츠러드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한 번 사는 인생인데 그렇게 사는 게 아쉬웠고 한 발씩 나가보자는 생각이었죠."
4집 수록곡 '그네'는 지난 13년간 이효리에게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변화였다. 리쌍의 개리가 랩 피처링해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은 '그네'는 포크풍의 기타사운드와 힙합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노래. 소박한 통기타 연주와 쓸쓸한 브라스 샘플링 그리고 이효리의 처연한 보컬은 가사와 맞물려 애절함을 더했다. 댄스가수 이효리에게는 낯선 트랙리스트였다.
"사실 이번 음반에 (정)재형이 오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평소 관심 없던 음악과 비주류 공연 등도 오빠를 통해 많이 접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평소 멋있는 음악에만 집중했던 내가 '좋은 음악'에 귀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접한 내게 낯선 음악들을 기회가 된다면 댄스 음악에 접목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정재형 외에 김동률, 이적, 김C는 이효리의 든든한 음악 지원군이었다. 김동률과 이적은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도 많이 들려주고 이효리에게 음악적 자신감도 불어넣어 줬다. 김C와는 최근 장기하와 얼굴들 클럽 공연에 가기도 했다.
"영국 쪽 가수들의 음악을 즐겨들어요. 만약 제가 나중에 어쿠스틱 한 느낌의 발라드를 한다면 기타를 좀 더 배워서 제가 직접 노래를 쓰고 부르고 싶은 바람도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같은 색다른 무대에 나가보고 싶기도 해요."
이효리는 분명히 가수로서 변화의 과도기를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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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스가수로서의 생명? 4집이 분기점"
지난 2008년 7월 발매한 3집 '잇츠 효리시' 이후 21개월 만에 새 음반으로 돌아온 이효리. 본격적인 4집 활동을 앞둔 이효리의 가수에 대한 의욕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4집은 제가 댄스 가수로서 어떻게 활동해나가야 할 지를 결정한 중요한 음반이에요. 이번 음반이 잘 되면 앞으로 댄스 가수로서 이효리의 가능성도 열리는 거라 봐요. 우리나라는 서른 넘으면 여자 댄스 가수들의 활동이 위축되는 게 사실이잖아요. 하지만 (엄)정화 언니도 하고 있고 외국에서 마돈나가 그렇듯이 결혼해서도 계속 활동하고 싶어요. 쉰이 넘어도 섹시한 여가수로요."
3~4집 프로듀싱을 맡아 자신의 음반을 직접 일군 이효리는 후배 양성에 대해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후배 양성은 저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회사를 차려서 하는 거는 재능도 없고 욕심도 없지만 음악적으로는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자 가수 출신 최초로 프로듀서 활동도 해보고 싶고요."
음반 마다 파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인 이효리. 새로움에 대한 고민에 대처하는 자세도 13년차 가수로서의 여유가 묻어났다.
"더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고민은 매번해요. 이렇게까지 했는데 또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면 뭔가 있더라고요. 눈을 열고 노력하며. 그래서 다음 활동에 대한 걱정도 크게 안해요. 그 때는 당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이 있을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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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엠넷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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