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지난 25일 성탄절 권투경기 후 뇌출혈로 쓰러진 '투혼의 복서' 최요삼(33. 주몽담배). 마지막 남은 복싱스타로 오직 권투 중흥을 이끌기 위해 투혼을 발휘하다 사고를 당한 터라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최요삼은 WBO(세계복싱기구) 인터콘티넨탈 플라이급 1차 방어전에서 도전자 헤리 아몰(24. 인도네시아)을 시종일관 몰아부쳤다. 11라운드까지 세 차례나 슬립다운을 뺏어냈던 최요삼은 최종 12라운드만 버티면 타이틀 방어가 확정적이었다.
하지만 최요삼은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아웃복싱 대신 강공을 택했고 종료 10여초 전 불의의 일격을 맞고 쓰러졌다. 다행히 5초만에 일어나 3-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지만 곧바로 실신, 인근 병원으로 긴급후송됐다. 2시간여 수술을 받았지만 반혼수 상태로 생사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화끈한 KO승으로 권투 인기를 살리겠다는 각오 때문이었다.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최요삼은 "팬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있다. 중반 라운드 이전에 KO승을 노리겠다"고 의지를 다진 바 있다.
최요삼이 친형처럼 따르는 전광진 HO 스포츠매니지먼트 회장은 "멋있는 시합을 위해 마지막까지 부딪힌 것이 불행을 가져온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고 김봉섭 전 태릉선수촌장도 "한국복싱을 다시금 인기스포츠로 만드는 데 씨앗이 되려던 사명감이 앞선 것 같다"고 말했다.
방어전 후 미국 진출 계획…후배들에 목표 부여 동기
더욱이 최요삼은 이날 경기 승리 뒤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최용수, 지인진 등 전현 세계챔피언들이 배고픈 생활을 이기지 못하고 K-1 등 이종격투기로 떠난 가운데 길잃은 후배들에게 목표의식을 주기 위해서였다.
최요삼은 평소 입버릇처럼 "권투로 성공했기 때문에 권투를 일으켜야 한다"고 말해왔다. 지난 1994년 프로에 입문한 최요삼은 1999년 사만 소루자투롱(태국)을 꺾고 WBC(세계권투평의회)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에 등극, 스타복서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요삼은 2002년 4차 방어전에서 호르헤 아르세(멕시코)에게 패해 타이틀을 뺏겼다. 체급을 플라이급으로 올려 WBA(세계권투협회) 챔피언 도전에 실패했던 최요삼은 2년여 공백을 딛고 지난해말 링에 복귀, KO 행진을 벌이다 지난 9월 WBO 챔프에 올랐다.
1차 방어전 뒤 최요삼은 복싱 본고장인 미국에 진출,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우려는 계획이었다. 내년 4월 2차 방어전을 치르거나 6월 WBO 세계챔피언에 도전하려던 것. 이를 통해 시들해졌던 권투인기를 모으고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려던 생각이었다.
하지만 권투 인기를 살리겠다는 뜨거운 열정을 보여온 최요삼은 본인의 생사조차 가늠할 수 없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