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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테일’ 효과? 해석놀이
‘기생충’은 보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로 관객에게 다가갔다. ‘기생충 해석’이 개봉 뒤 포털의 검색 순위에 오를 만큼 영화 속 은유 및 상징을 둘러싼 관객들의 호기심은 대단했다. 온라인 상에서 놀이처럼 해석을 공유하는 행위는 더 많은 관객의 관람을 이끌었다. 한 예로 박사장네 가사도우미 문광(이정은 분)이 ‘과외 선생 왔다’면서 두 팔을 뻗어 박수를 치면서 정원에서 낮잠 자는 사모 연교(조여정 분)를 깨우는 장면이 있다. 이때 두 사람의 모습을 집 내부에서 바라보는 기우(최우식 분)의 시야에서 문광의 두 팔은, 통유리의 모서리가 만들어낸 ‘선’을 넘고 있다. 선을 넘는 행위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메타포 중 하나다.
윤성은 평론가는 “봉준호 감독의 별명(봉테일) 때문인지 숏 하나, 대사 하나에서도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등 ‘기생충’이 관객의 지적인 욕구를 자극한 것 같다”며 “한 번만 볼 영화가 아니라 곱씹어 봐야 할 영화로 인식되면서 N차 관람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은유, 상징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글로벌 공감을 얻는데도 일조했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번역이 아무리 좋아도 외국인들에게 100% 의미를 전달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기생충’이 외국 평단과 관객까지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의 뉘앙스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쉽게 은유, 상징 장치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을 꿰뚫는 통찰력
“봉준호 감독은 후배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존경스러울 정도이다.”
봉 감독의 페르소나, 송강호가 그에 대해 한 말이다. 봉 감독은 현실사회와 그 구성원의 이면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단편 ’지리멸렬‘부터 권력층의 위선과 부도덕을 꼬집었다.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은 ’지리멸렬‘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며 ‘살인의 추억’은 실제 사건을 소재로 국민의 안전을 방치한 국가를 비판한다. ‘괴물’과‘옥자’는 크리처를 통해 현대인의 이기심을, ‘설국열차’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계급 문제를 꼬집는다.
‘기생충’은 지금까지 작품에서 해온 이야기(메시지)를 망라한 작품이다. ‘기생충’이 이전 작품과 다른 점은 그동안 따뜻한 시선으로 약자를 바라봐온 것과 달리 부자와 빈자의 대립에, 빈자와 빈자의 대립을 교차시켜 일말의 희망조차 기대할 수 없는 결말로 현실을 냉소하고 있어서다.
‘기생충’을 본 관객들의 반응이 갈리는 이유기도 하다. 부자와 빈자, 빈자와 빈자 가족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관객들은 “놀랍도록 현실적”이라며 치켜세우는 의견과 “보기 힘들다”며 불편해한다.
◇유머로 친근한 소통, 대중 지지 높아
‘기생충’이 평단뿐 아니라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동기도 있겠지만 영화 자체가 지닌 재미에 있다. ‘기생충’은 칸에서 감정 표현에 인색한 평단 및 언론 등의 전문가들을 웃게 했다. 기택(송강호 분)이 문광을 내쫓기 위해 폐렴 환자로 몰아세우는 장면, 충숙(장혜진 분)이 지하실에서 올라오는 문광을 뒷발차기로 제압하는 장면에서 박장대소가 터졌다. 충숙의 뒷발차기 장면은 곧이어 문광에게 치명타를 입히면서 웃음을 거둔다. ‘기생충’은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변주로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유머와 서스펜스는 봉 감독의 작품 세계에서 빠질 수 없는 장치다. 웃다가도 심각해지고, 진지함 속에서 유머를 잃지 않는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논두렁을 형사들이 구르며 현장을 훼손하는 모습(‘살인의 추억’)이나 한강에 나타난 괴물에 일격을 가하는 순간 화염병 심지를 떨어뜨리는 모습(‘괴물’) 등이 대표적이다. 봉 감독은 유머를 활용해 대중과 가깝게 소통해왔다. 봉준호 감독이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다. 윤 평론가는 “봉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기생충’에서도 전반부까지는 위트 있는 묘사와 전개가 돋보인다”며 “올 초 ‘극한직업’부터 ‘알라딘’까지 웃음을 주는 밝은 영화들이 관객의 지지를 받았고 ‘기생충’의 유머러스한 요소가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게 한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