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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 현장에서 만난 한 영화감독은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열흘의 여정을 달린 제29회 부국제가 지난 11일 역대 최고의 좌석점유율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인사 내홍을 딛고 새롭게 선출된 박광수 신임 이사장이 이끈 올해 부국제는 과감한 도전들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화제 사상 최초 넷플릭스 영화가 개막작에 채택되는 등 업계의 변화를 수용하고 대중성을 확보해 관객 친화적 행사로 거듭나려는 시도들이 눈에 띄었다. 환골탈태를 위한 노력은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열흘간 총 14만 5238명의 관객들을 모은 올해 부국제는 84%, 코로나19 이전 시기를 포함한 역대 최고 좌석점유율을 달성했다.
한계와 딜레마도 명확했다. 영화제의 생명력과 주도권이 올해 유독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에 좌지우지됐다. 영화의전당 일대 고층 빌딩 및 대형 전광판 풍경부터 달랐다. 수년 전까지 국내 대형 투자배급사들의 한국 영화 신작 포스터들로 도배됐던 곳이지만, 올해는 넷플릭스 ‘전,란’, ‘지옥’ 시즌2,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 등 주요 OTT 신작들의 포스터들로 전부 대체됐다. 공식 일정이 끝난 후 업계 관계자들과 국내외 취재진 간 네트워킹이 이뤄지는 ‘밤 행사’를 주도한 곳도 부국제나 대형 배급사가 아닌 넷플릭스였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정부 국고지원금의 공백을 기업 후원에 의존한 흔적도 눈에 띄었다. 영화의전당 비프힐 건물 앞은 국내 장편 및 단편 경쟁 부문 진출작의 포스터들을 홍보하는 곳이었지만, 올해는 후원사 샤넬의 포스터들이 점령했다. 영화 상영 직전 1분씩 이어지는 샤넬의 광고 영상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내년은 부국제가 30주년을 맞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외연 확장 및 대중성 획득의 결실은 취하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방법, 일부 기업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는 게 숙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