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감독 장윤현)는 극장가에서 한동안 만나기 어렵던 짙은 로맨스 장르이자 가족극이다. 투박하지만 낭만은 있었던 90년대~2000년대 초의 감성이 떠올라 반가움을 안기는 작품이기도 하다.
‘당신이 잠든 사이’는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 상실을 앓게 된 덕희(추자현 분)로 인해 행복했던 부부 생활에 불행이 닥치고, 남편 준석(이무생 분)의 알 수 없는 행적들이 발견되면서 진실을 추적해가는 미스터리 로맨스다. ‘접속’, ‘텔 미 썸딩’으로 유명한 장윤현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장윤현 감독은 한국 영화 발전의 역사에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3년은 한국 영화 르네상스로 불리며 수많은 걸작들을 쏟아낸 시기다. 장윤현 감독은 1997년 첫 상업영화 ‘접속’을 성공시키며 대종상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다. 전도연과 한석규가 주연을 맡은 ‘접속’은 당시 흥행은 물론, 평단에서도 극찬을 받으며 현재까지도 수많은 영화 및 예능에서 오마주를 낳고 있다. 전도연과 한석규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품 배우이자 톱스타로 끌어올린 상징적 작품으로 불린다. 장윤현 감독이 1999년 내놓은 두 번째 작품,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텔 미 썸딩’은 한국 스릴러 및 고어물의 시초로 불린다. 서울은 물론 일본에서도 상영돼 성공을 거뒀다.
‘당신이 잠든 사이’는 트라우마와 장애물을 함께 이겨낸 40대 부부의 짙고 애틋한 사랑을 그린다. 배우들에겐 도전이 됐을 작품이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연출, 절제된 배경에 오롯이 배우들의 감정선과 연기력만으로 극의 몰입과 전개를 이끌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 쉽지 않던 도전을 훌륭히 완수해낸 추자현, 이무생의 열연과 케미가 빛을 발한다. 부부들은 물론,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고 있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애틋하고 순수한 이야기다. 90년대~2000년대 초에 머무른 듯한 투박한 연출과 낡은 OST가 촌스럽다기보단 정겹게 느껴진다.
보편적 공감대를 유발하는 소재와 이야기 덕분에, ‘당신이 잠든 사이’는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배급사 트윈플러스파트너스에 따르면 ‘당신이 잠든 사이’는 최근 태국과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대만, 홍콩, 마카오, 러시아, 아르메니아, 압하지아, 아제르바이젠, 벨라루스, 조지아, 카자흐스탄 등 21개국 해외 판매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