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방송에서는 고아인(이보영)의 마지막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선배 유정석(장현성)과 VC기획 조문호(박지일) 대표의 희생으로 퇴사 위기를 모면한 고아인은 VC그룹 강회장(송영창)의 막내딸 강한나(손나은)와 손을 잡고, 반격할 기회를 노렸다. 부사장 강한수(조복래)가 “이겼다, 다 끝났다”고 생각해서 실수할 때만을 기다렸던 것.
그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본사에서 음주운전으로 자숙 중인 배우를 모델로 계약, VC건설에 통보했다는 소식을 접한 고아인은 강한수와 해당 배우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가 부회장으로 추대되는 주주총회에서 이 사실을 알려 해당 안건을 무마시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강회장의 지시를 받은 비서실장(정승길)이 모든 책임을 최창수(조성하)에게 전가했다. 유정석이 생방송 뉴스에 출연해 대기업을 등에 업은 광고대행사의 민낯을 폭로하고, 그 책임자로 자신과 최창수를 지목했기 때문. 어차피 회사를 나가야 될 사람이 짊어지고 가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결국 이제 쓸모가 다 한 최창수는 VC기획에서 내쫓겼다.
경쟁자가 사라졌지만, 고아인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강한수가 부회장으로 취임한다면, 강한나와 함께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울 것. 이에 고아인은 강한나에게 “주주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프레젠테이션”을 특훈했다. “내용만큼 중요한 게 형식이고, 형식만큼 중요한 게 태도다. 프레젠터의 사소한 표정, 행동, 자세, 이런 요소들이 듣는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온다”며 밤새도록 모든 노하우를 전수했다.
고아인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한 강한나는 주주총회장에서 제 실력을 십분 발휘, 강한수와 모델의 부적절한 관계를 밝히고, ‘부정적 이슈로 인한 VC그룹 브랜드가치 손해‘를 제대로 보고했다. 또한, 강한나와 강한수의 무한 경쟁을 바라는 할아버지 왕회장(전국환)의 적극적인 도움과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파혼을 결정한 우원그룹 김회장의 결단에 힘입어 강한수의 부회장 추대는 결렬됐다. 대신 그 자리는 조대표가 차지했다. 고아인을 살리는 조건으로 왕회장이 요구했던 ‘전쟁터’로의 복귀였다.
공석이 된 VC기획 대표 자리는 ‘6개월 내 매출 50% 상승’이라는 대단한 성과를 낸 고아인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최고가 되면 만족할 것이란 모두의 예상을 다시 한번 뒤엎었다. 자리를 박차고 나와, 그녀의 ’오장육부’ TF 팀원들, 그리고 끝까지 의리를 지킨 비서 정수정(백수희)와 함께 작은 독립대행사를 차린 것. 그리고 모두에게 ‘주주’의 자격을 부여했다. 안정적인 ‘머슴’보다 다소 불안정하더라도 ‘주인’이 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대행사’는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전략을 펼치는 고아인과 사내정치 9단의 능구렁이 같은 최창수의 치밀한 전략이 엎치락뒤치락 공방전을 벌이며 재미를 선사했다. 이들의 치열한 수 싸움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스릴러 못지 않은 긴장감을 선사했다. 특히, 매회 판도를 뒤흔들거나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키는 극적 엔딩은 다음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다양한 관계성도 드라마의 재미 포인트. 서로 가지 못한 길을 걷는 사람이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았던 고아인과 조은정, 손익계산을 따지는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지만 종내엔 함께 싸우는 동지가 된 고아인과 강한나 등 워맨스부터, 신분 차이를 넘어 함께 승계 전쟁에 뛰어들며 로맨스 꽃을 피운 강한나와 박영우의 러브라인, 그리고 비서실장, 법무팀장(김민상), 권CD(김대곤) 등 세상 모든 ‘머슴들’의 안심할 수 없는 지위고하 등 이 모든 관계는 스토리 전개 속에서 탄탄하게 빌드업 됐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이보영, 조성하, 손나은, 한준우, 전혜진 등 명품 배우들이 열연이다. 특히, 이보영의 독한 연기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이보영의 독한 연기와 밸런스를 맞추며 극의 긴장감을 이끌었던 조성하, 솔직 당당한 매력에 사랑스러움까지 더하며 재벌 캐릭터를 연기했던 손나은, 안정적인 연기력과 묵직한 감정 표현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은 한준우,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유쾌하고 밝은 에너지 ‘조은정’을 찰떡처럼 소화해낸 전혜진까지, 배우들의 시너지가 빛을 발했다. 여기에 이창훈, 이경민, 김대곤, 정운선, 박지일, 백수희, 김미경, 장현성, 신수정, 김수진, 전국환, 송영창, 조복래, 정승길, 김민상, 정원중, 정예빈 등 존재감을 발휘했던 조연들의 명연기도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