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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할 시간도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에너지 낭비 말자.”
새러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감독은 지난 1월 22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단일팀 경기 로스터에 최소한 3명의 북한 선수가 뛰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은 단일팀의 첫 경기가 열린 2월 10일까지 3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2014년 9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단일팀이 구성되기 전까지 아이스하키 변방국인 한국을 이끌고 세계선수권대회 4부리그에서 5전 전승을 하는 등 팀 분위기를 180도 바꿔놨다. 북한 선수들의 팀 합류는 어렵게 쌓은 ‘팀워크’를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요소였다. 아이스하키는 다른 종목과 달리 경기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을 대부분 활용해 라인업을 꾸린다.
머리 감독은 이 말 한마디와 함께 단일팀을 받아들였다. 선수들도 머리 감독의 리더십 아래 빠르게 뭉쳤다. 결과는 5전 전패였으나 단일팀은 스웨덴전에서 역사적인 첫 골을 뽑아내는 등, 한국 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게 스포츠다.”
‘루지 황제’ 펠릭스 로흐(독일)가 올림픽 3연패의 꿈이 무산된 후 던진 한 마디다. 로흐는 앞서 열린 루지 남자 1인승 경기에서 1~4차 레이스 합계 3분10초968을 기록해 전체 5위에 그쳤다.
로흐는 지난 2010년 밴쿠버 대회와 2014년 소치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도 올림픽 3연패가 유력했다. 3차 레이스까지만해도 금메달이 문제 없어 보였으나 마지막 4차 레이스에서 큰 실수를 범했고 종합 순위가 5위까지 고꾸라졌다. 마지막 레이스가 끝난 후 로흐는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로흐는 경기 후 “9번 코너에서 해서는 안 되는 실수가 나왔다”며 “눈이 내렸지만 그것과는 관계가 없었고 내가 조정을 잘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내 “이런 것이 스포츠다.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다”며 의연한 모습과 함께 명언을 전했다.
◇“I still respect you(나는 널 여전히 존경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가 끝난 18일 밤. 새 챔피언 고다이라 나오(일본)는 울고 있는 ‘빙속 여제’ 이상화(29)에게 다가가 어눌한 한국말로 “잘했어”라고 한 다음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상화와 고다이라 사이엔 묘한 긴장감이 흘렀던 게 사실이다.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 대회와 2014년 소치 대회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한 선수다. 고다이라는 도전자였다. 하지만 최근 성적으로는 고다이라의 승리가 예상됐다. 이상화는 고다이라와 자신이 자꾸 비교되자 “비교하지 말아주시면 안될까요”라고 정중하게 부탁하기도 했다.
승부가 끝나자 둘은 다시 둘도 없는 친구로 돌아가 있었다. 고다이라 나오는 위와 같은 한 마디와 함께 이상화를 끌어안으며 우정을 표시했다. 이상화도 고다이라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경기 후 이상화는 “우리는 한국에 초대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다”며 “나오가 먼저 내게 ‘존경한다’고 말했고, 나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다이라와 이상화가 주고받은 대화는 한국과 일본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며 큰 관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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