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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올 스토브리그 최고의 행운아는 누구인가요? 3억 달러를 함부로 불렀다가 오리알 신세가 될 뻔했다가 ‘천하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를 낙동강에 버리고 뉴욕 양키스와 어렵사리 재계약한 알렉스 로드리게스인가요? 올시즌 고작 2할2푼2리를 치고도 LA 다저스가 2년 3600만 달러의 뭉칫돈을 안겨준 앤드류 존스인가요? 아니면 데뷔 6년간 한 번도 10승을 올리지 못하고도 좋은 성격과 잠재력 덕분에 콜로라도와 3년 3000만 달러(2009년부터)에 사인한 우완 선발 애런 쿡인가요?
다 아닙니다. 일본 선수들입니다. 특히 일본서 FA를 선언하고 꿈의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은 구로다 히로키와 후쿠도메 고스케가 그렇습니다. 우완 선발 구로다는 다저스와 3년 3530만 달러, 좌타우투 외야수 후쿠도메는 시카고 컵스와 4년 4800만 달러에 계약했습니다.
평균 연봉 1000만 달러를 훨씬 넘습니다. 역대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일본 선수들 중 투·타 최고 몸값입니다. 미국 톱 클래스 선수들과 비교해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가격입니다. 5년 연속 두 자리 승수에 2005년엔 22승도 거두고, 3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던진 ‘최고의 영건’ 중 한명인 돈트렐 윌리스도 디트로이트로 트레이드되면서 3년 2900만 달러의 연장 계약에 그쳤을 뿐이었습니다.
더욱 두 선수는 최근 부상 전력까지 있습니다. 구로다는 지난해 겨울 팔꿈치 수술을 했고, 후쿠도메도 올해 역시 팔꿈치 수술을 하며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습니다. 그들의 에이전트가 ‘수퍼’급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메이저리그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이들의 손에 거액을 쥐어줬습니다. 일본에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파친코’의 잭팟, 대당첨(大當籤)이 따로 없습니다. 그것도 한꺼번에 터진 연타입니다.
물론 이들은 일본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입니다. 그래서 도랑치고 가재까지 잡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행운의 시류에 편승했다는 게 더 본질입니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의 철철 넘쳐흐르는 돈입니다. 올해 60억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려 돈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일본 선수들의 돋보이는 활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보스턴의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오카지마 히데키, 콜로라도 마쓰이 가즈오의 수읽기 정확하고, 행마 빠른 야구는 이미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일본 야구의 진가를 확인한 메이저리그 팀들에 ‘확신’을 심어줬습니다.
여기에 일본 선수들을 데려옴으로써 얻는 인터넷까지 포함한 중계권료, 기념품 판매, 광고 등 부수입도 결코 작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자원이 바닥을 드러낸 자체 시장에서 심한 갈증을 느끼던 메이저리그 구단들에 이들은 오아시스였고, 그래서 너나없이 달려들면서 몸값은 자연스럽게 치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올시즌 거세게 불어 닥친 메이저리그의 ‘일류’(日流)는 언젠가 본 풍경과 비슷합니다.
10년 전이었던가요. 1994년 다저스에 입단한 박찬호와, 1999년 애리조나에서 김병현의 성공 이후 봇물 터지듯 했던 한국 선수들의 미국 진출이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지금 일류가 프로 선수들이 몰려오는 것이라면 그 때 한류는 보스턴 이상훈 한명을 빼고 고교 또는 대학을 중퇴한 아마추어 선수들이었다는 점입니다. 당시도 한국 아마선수들은 미국 선수들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계약금을 받고 화려하게 입단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들 중 백차승과 추신수만이 간신히 40인 로스터에 남아 있어 한류는 ‘거품’으로 판명 났습니다.
그렇다면 눈물 젖은 빵을 씹어본 프로 선수들의 일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성공을 넘어 전성시대를 활짝 열어젖힐까요. 아니면 아무리 시장의 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는 하지만 터무니 없는 거액을 안겨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몇 명의 옷을 벗기는 또 하나의 거품으로 끝날까요.
내년 시즌 구로다와 후쿠도메의 활약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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