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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골프 세계랭킹 3위 브룩스 켑카(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으로 무너졌다.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클럽 앤 로지(파72)에서 열린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930만달러) 3라운드. 전반 8개 홀에서 버디 없이 보기만 3개 적어낸 켑카가 9번홀에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티샷은 317야드 날렸지만,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에 빠졌다. 176야드를 남기고 그린을 향해 공을 날렸으나 벙커 안에 떨어졌다. 벙커에서 3번째 샷으로 온 그린에 성공했다. 악몽의 시작은 홀까지 약 2.5m의 짧은 거리를 남기고 시작됐다. 첫 번째 퍼트가 홀을 지나 1.2m 지점에 멈췄다. 충분히 보기를 할 수 있는 위치였으나 이 퍼트가 다시 홀에 들어가지 않으면서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예상치 못한 실수에 넋이 나간 듯 켑카는 후반 들어서도 보기를 쏟아냈다. 10번과 11번, 13번 그리고 14번홀에서 보기를 했다. 16번홀(파5)에서 이날의 첫 버디를 기록했으나 이어진 17번홀(파3)에서 다시 보기를 적어냈다. 켑카는 이날 81타를 쳐 공동 64위까지 순위가 미끄러졌다. 81타는 프로에 데뷔해 444라운드를 만에 기록한 켑카의 한 라운드 최다타다.
평균타수 75.913타. 이번 대회 3라운드에서 거둔 세계 톱랭커들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보기 없이 경기를 끝낸 선수는 1라운드 2명(맷 에버리, 스코티 셔플레), 2라운드 1명(맷 존스)에서 이날은 1명도 나오지 않았다.
공동 선두로 출발한 강성훈(33)도 악몽 같은 하루를 경험했다. 11번홀(파4)에서 공을 두 번이나 물에 빠뜨리면서 트리플 보기를 하더니 18번홀(파4)에선 티샷을 OB 구역으로 날리면서 또 한 번 트리플 보기를 했다. 이날만 6타를 잃은 강성훈은 공동 8위까지 순위가 밀렸다. 단독 선두 티럴 헤튼(잉글랜드·6언더파 210타)와는 5타 차로 벌어져 역전 우승도 쉽지 않게 됐다.
대회가 열리는 베이힐 클럽 앤 로지는 난코스로 불릴 정도로 까다롭지 않다. 지난해 우승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는 12언더파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8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18언더파를 쳐 우승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매우 고난도의 코스로 변했다.
3라운드에서 작성된 평균타수 3.913오버파는 2019~2020시즌 최악의 스코어다. AT&T 페블비치 프로암 4라운드에서 작성된 2.46오버파보다 약 1.5타 이상 높아졌다.
까다로워진 코스에 3라운드에서만 80타 이상을 친 선수는 5명이나 나왔다. 켑카와 매튜 울프, 라이언 무어, 윈덤 클락, 롭 오펜하임(이상 미국)이 80타 이상을 쳐 프로의 체면을 구겼다. 대회 첫날 7언더파를 쳐 선두로 나섰던 맷 에버리는 둘째 날 11오버파 83타를 쳐 컷 탈락했다.
코스 세팅도 어려웠지만, 날씨도 영향을 줬다. 그린스피드는 스팀프미터(속도 측정기) 기준 12피트로 다른 대회와 비슷했으나 단단한 상태를 보여 공이 그린 위에 잘 멈추지 않았다. 코스 안에는 84개의 벙커가 있고, 8개의 워터해저드가 선수들의 경기를 방해했다. 러프의 길이는 3인치(약 7.62cm) 이상으로 길렀다. 공이 러프에 들어가면 반쯤 잠기거나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정확하게 공략하지 않으면 타수를 줄이기 힘들다.
선수들을 가장 심하게 괴롭힌 건 바람이었다. 특히 바람이 강해진 오후에 경기한 선수들의 성적이 좋지 못했다. 3라운드 평균 풍속은 10~16마일(약 16~26Km/h)이었고 최대 23마일(약 37km/h)이 불었다. 2라운드에서도 비슷했다.
우승 경쟁도 혼전에 빠졌다. 6언더파 201타를 친 해튼이 2타 차 선두로 나섰지만, 마크 리시먼(호주)와 로리 매킬로이가 공동 2위로 추격했다. 지난주 혼다 클래식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임성재(22)는 3언더파 213타를 적어내 3타 차 공동 4위다. 변수가 많은 코스여서 2~3타 차는 한 홀에서도 뒤집어 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