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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무비' 바람 타고 '코리아' 뜬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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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13.07.31 08:24:18

해외서 뜨는 한국말..'강남스타일' 이어 '설국열차' 되나
봉준호 첫 영어영화, 송강호 모든 대사 한국어
'미스터 고'·'이별계약'..오리온·뚜레쥬르 등 홍보 효과 톡톡

봉준호 감독의 신작 ‘설국열차’(사진 위)와 한류스타 이병헌이 출연한 ‘레드: 더 레전드’. 올해 한국영화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배우와 감독들이 잇따라 세계 무대에 진출하며 한국이 알려지는 기회도 늘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한국 감독이 우리 자본으로 만든 영화인데 대사 대부분이 중국어와 한국어. 이야기를 한국어 자막으로 이해한다. 반대로 원산지가 미국인데 한국어 대사에 한국 지명이 나오는 영화도 있다.

최근 우리 극장가에 나타난 이색 풍경이다. 한국의 대표 감독과 배우들이 앞 다퉈 세계화에 나서며 이런 재미난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K팝’에 이어 ‘K무비’ 바람이 거세다. 가수 싸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그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이 가장 유명한 한국말이 됐듯이 영화를 통한 문화적 소통이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K무비’ 혁명은 감독이 끌고, 배우가 미는 형국이다. 대표주자는 봉준호 감독, 김용화 감독, 배우 이병헌 등이다.

봉준호 감독은 생애 첫 영어 영화 ‘설국열차’를 기획·준비하며 송강호·고아성 등 한국 배우를 가장 먼저 열차에 태웠다. 그리고 그들에게 중책을 맡겼다. 미국의 슈퍼히어로물 ‘어벤져스’의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분)가 열차에 무임승차해 핍박받는 꼬리칸의 리더인데 극 중 부녀로 나오는 송강호·고아성이 그보다 신분이 높다. 송강호는 열차의 보안설계자로 나름 엘리트에, 그의 딸 고아성은 소리를 볼 줄 아는 신비한 능력을 지녔다. 여기에 송강호는 모든 대사가 한국어다. 실시간 번역기를 이용해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과 소통한다. 이 영화는 전 세계 167개국에 선 판매돼 송강호의 입으로 전해지는 한국어는 그대로 ‘설국열차’의 세계 개봉 지도를 따라 지구촌에 퍼져 나가게 됐다. 세종대왕이 크게 웃으며 반길 일이다.

“어디서부터 찢어줄까?” 최근 극장가 최고 흥행작인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레드: 더 레전드’에도 한국어가 나온다. ‘지.아이.조’ 시리즈에 이어 세 번째로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이 제안해 극 중 캐릭터가 기존 중국인에서 한국인으로 바뀌면서 이 같은 일이 가능해졌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서 520만 관객을 모은 브래드 피트 주연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월드워 Z’에는 평택 주한미군기지가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비중 있게 나와 국내 관객의 반가움을 샀다. ‘월드워 Z’는 전 세계에서 북미 다음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부분 투자와 국내 배급을 담당해 투자 수익에 배급 수수료까지 상당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워Z’. 이 영화에는 평택 주한미군기지가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비중 있게 나온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을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한중합작 3D 영화 ‘미스터 고’로 인구 13억 명의 중국 시장에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는 흥행이 기대에 다소 못 미치지만 중국에서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고무적인 성적을 기록 중이다. 개봉 2주차 주말까지 1억 위안(약 180억원)의 극장 수익을 올렸고 현재도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다. 이에 앞서 4월에는 오기환 감독의 한중합작영화 ‘이별계약’이 중국에서만 제작비(3000만 위안, 54억 원)의 여섯 배에 달하는 상영 수익(2억 위안, 360억원)을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별계약’은 CJ E&M이 기획하고, 한국과 중국이 함께 만들어, 중국국영배급사인 CFG(China Film Group)가 현지 배급을 담당했다. 영화에는 비비고, 뚜레쥬르 등 CJ 브랜드가 수시로 나온다. CJ E&M은 ‘이별계약’ 한 편으로 100억 원이 넘는 순이익과 함께 계열사의 브랜드를 알리는 영화 매출 이상의 이중 효과를 거뒀다.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가 투자배급한 ‘미스터 고’에도 모회사인 오리온의 과자 제품이 다수 등장한다. 야구하는 고릴라가 홈쇼핑 광고를 촬영하며 먹는 에너지바 역시 이 회사 제품이다. 중국 상영 본에는 이 에너지 바가 초코파이로 바뀌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제작 지원한 미스터피자, 촬영 지원한 두산 등이 ‘미스터 고’를 통해 중국 관객의 눈도장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문화융성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문화는 다른 산업에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더해주는 21세기의 연금술”이라며 “문화 융성은 창조경제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에 비틀스와 해리포터가 있다면 한국에는 싸이와 봉준호가 있다. ‘설국열차’에 45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CJ E&M의 정태성 영화사업부문 대표는 “‘미스터 고’와 ‘설국열차’ 모두 진심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라면서 “‘설국열차’의 경우 해외 세일즈만으로 제작비의 절반을 회수했다. 국내에서 600만 명 정도만 모으면 손익분기점이다. 하지만, 비록 흥행에서 실패한다 하더라도 ‘봉준호’라는 한국의 대표 감독을 전 세계에 소개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투자 가치는 충분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보다 중국에서 더 크게 흥행한 ‘미스터 고’(사진 위)와 ‘이별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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