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남아공 월드컵에서 '왁스'가 사라졌다. '왁스(WAGs, wives and girlfriends)'는 세계적 축구스타의 부인이나 여자친구들을 일컫는 말로, 이들은 2006독일월드컵 때만 해도 섹시한 차림으로 경기장과 도심을 누볐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국언론은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왁스들이 몸을 숨기거나 조신하게 이미지 변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왁스의 '여왕' 격인 잉글랜드 대표팀 의 데이비드 베컴 부인 빅토리아는 남편뿐 아니라 대표팀 근처에도 잘 가지 않는다. 왁스계의 떠오르는 스타인 잉글랜드팀 웨인 루니의 아내 콜린은 최근 태어난 아기와 함께 집에 머물고 있다. 같은 팀 소속 에밀 헤스키의 여자친구 챈텔 타고와 매튜 업슨의 여자친구 엘리 다비 등은 한 술 더 떠 헌신적인 이미지 만들기에 나섰다. 남아공에서 에이즈 환자와 고아를 돕는 영국 BBC 방송의 '리얼리티쇼 : 왁스, 아이들과 월드컵 꿈'을 촬영 중이다. 빅토리아와 콜린을 제치고 영국 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왁스' 1위에 꼽힌 셰릴은 애슐리 콜과의 이혼으로 '왁스'의 지위를 잃었다.
이처럼 왁스가 변신을 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잉글랜드가 독일 월드컵 8강전에서 패하며 고전하자, 여론의 화살이 이들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왁스가 선수들의 집중을 방해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 때문에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한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감독은 최근 왁스를 '바이러스'로 비하하며 "왁스와 선수들을 경기가 끝나고 단 하루만 만날 수 있도록 제한하겠다"고 선포했다.
"화려한 스타일의 왁스가 외면받는 시대적인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요란한 차림의 모델 같은 왁스가 인기를 끌었던 지난 2006년과 달리 올해는 서민적 분위기의 스타들이 오히려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대표 공격수 리오넬 메시의 여자친구 안토넬라 로쿠초는 청바지에 검은 티셔츠를 즐겨 입는 스타일로,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루니의 아내 콜린이 다른 왁스보다 인기를 끄는 것도 화려함보다는 심플한 블랙 드레스와 옅은 화장 등 그의 수수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 심리학자 조지 식은 "(경기 침체 등으로) 최근 사람들이 핸드백에 많은 돈을 쓰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분위기 때문에) 왁스는 자신들이 신은 '지미추(명품 구두 브랜드)'보다 '자선 행위'가 더 부각되길 바란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