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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100억 주연배우..'사람이 아니무니다~'

최은영 기자I 2013.07.16 08:35:08

고릴라·로봇·바이러스..여름 극장가에 등판하는 이색 선수들
스타배우 없이 CG 앞세워 대박 도전

영화 ‘퍼시픽 림’의 로봇(사진 왼쪽)과 영화 ‘미스터 고’의 3D 입체 캐릭터 링링.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사람이 아니무니다~”

올여름 극장을 찾는다면 ‘갸루상’ 박성호의 유행어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트랜스포머’보다 몇십 배 큰 로봇들이 바다 위를 거닐고(‘퍼시픽 림’), ‘동물의 왕국’이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다큐멘터리에 나와야 말이 되는 로랜드 고릴라가 야구장 한복판에, 그것도 방망이까지 들고 서 있다. 공을 치는 고릴라에 던지는 고릴라도 나온다(‘미스터 고’).

놀라운 건 로봇과 고릴라 등 그림 대부분이 컴퓨터그래픽(CG)과 시각효과(VFX)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영화 ‘각설탕’이나 ‘마음이’ 같은 동물영화에 주인공인 말과 강아지를 ‘정성껏 한땀 한땀’, ‘털까지 한가닥 한가닥’ 그리고 만들어 넣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 이들이 주연이다.

봉준호 감독의 글로벌 대작으로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틸다 스윈튼, 에드 해리스 등 세계적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설국열차’에도 숨겨진 주인공이 있다. 영화는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인 기차 안 억압 받는 꼬리칸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켜 부자와 공권력이 사는 앞쪽 엔진칸을 향해 돌진한다는 이야기. 지구의 끝과 끝, 43만8000km에 달하는 거리를 1년에 한 번 순회하는 이 기차는 이야기의 시작인 동시에 배경 전부로 중요하다. 봉 감독 역시 이 열차의 도면을 그리는 것으로 ‘설국열차’ 영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내달 15일 개봉하는 김성수 감독의 신작 ‘감기’는 초당 3.4명이 감염되고 발병이 되면 36시간 이내 사망하는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를 소재로 했다. 이 영화의 주연배우는 바이러스의 숙주를 찾아 나서는 소방관 강지구 역의 장혁과 그의 아내 차인혜로 분한 수애지만 공포를 자아내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다. 이 작품 역시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

영화 ‘설국열차’의 배경인 설국열차(사진 위)와 봉준호 감독이 직접 그린 열차 도면.
이렇듯 올여름 대작 영화 대부분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다 보니 극장가에도 예전에 없던 새로운 풍경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KBS2 연예정보프로그램 ‘연예가중계’에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 출연한 것이 대표적이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사전 제작한 고릴라 영상에 성동일의 인터뷰 영상을 합성해 만들었다. 3D 입체 디지털 캐릭터가 방송 인터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0초 남짓한 인터뷰를 위해 3주간 작업공정을 거쳤다.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도 활발하다. 감독은 거물급에 제작비도 수백억 원이 들었지만, 스타급 배우가 없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한계를 ‘입소문’으로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미스터 고’는 지난 8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시작으로 이후 전국 5개 도시 3D 최초 시사회, 경기장 시사회, 첨단 음향 기술 시사회 등 오는 17일 개봉 전까지 2만5000여 명 규모의 무료 시사회를 연다. 일주일이라는 기간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사정이 비슷한 ‘설국열차’도 개봉 전 시사를 통한 SNS에서의 관객 반응이 흥행에 관건이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1월1일 ‘설국열차’ 탑승객 모집 이벤트를 시작으로 이달 초 시행된 ‘전 세계 온라인 쇼케이스’, ‘설국열차’ 내부를 미리 보고 봉준호 감독과 이야기를 하고 봉 감독의 전작도 한꺼번에 다시 보는 ‘설국열차 탑승 페스티벌’ 등 특징적인 이벤트로 관객의 관심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영화 ‘미스터 고’의 홍보·마케팅을 맡은 강효미 퍼스트룩 실장은 “영화주인공 링링은 말하자면 ‘몸값 비싼 신인’인 셈이다. 그것도 실체가 없는”이라며 “이번 방송 인터뷰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엄청난 인력과 자본이 투입됐다. 국내에서 풀 3D 영화가 만들어진 것도, 아시아에서 디지털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도 ‘미스터 고’가 처음이다. 앞으로 마케팅 홍보 방식 역시 달라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KBS2 연예정보프로그램 ‘연예가중계’에 출연한 링링(사진 위)과 ‘설국열차’ 이벤트 참가자들에게 발송된 설국열차 탑승권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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